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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2 10:08 수정 2019.02.12 10:08
김영준님은 <골목의 전쟁> 저자로 2007년부터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인터넷의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사려고 검색을 할 때마다 우리는 최저가 앞에서 고민을 하곤 한다. 가격이 하나가 아니어서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사려고 할 때, 판매처마다 서로 다른 수많은 가격표를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가격만 보자면 최저가를 주저 없이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사은품에 차이가 있으므로 가격을 고민하게 된다.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이는 동일한 상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다른 부분에서 극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같은 상품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것일까? 단순히 더 비싸게 파는 판매자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로 비용의 문제가 있다. 판매처마다 비용구조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그것이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이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판매처마다 해당 상품에 붙이는 이익이 다를 수 있으며 기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고려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같은 상품이라도 국가마다 다른 가격에 팔린다는 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오픈마켓에서 가격 정보를 얻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저가를 선택할 수 있는 오픈마켓과 달리 대다수의 케이스는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은 해당 국가에 책정된 가격을 따라야 하기에 불만 거리가 되기도 한다.

매번 폭리 논란의 중심에 서는 스타벅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스타벅스는 국가별로 커피의 가격 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주마다 약간의 가격 차를 보인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가격은 다른 나라 대비 비싼 편이기에 폭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숫자 이상의 맥락, 가격
   

스타벅스 (자료사진) ⓒ 김지현

   
실제로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본국인 미국과 비교했을 때 꽤 높은 편에 해당한다. 스타벅스 커피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루드 커피와 카페 라테로 비교해보자면 미국은 브루드 커피가 약 1.85달러, 카페 라테는 2.95달러다. 1달러당 환율을 1100원으로 가정하고 계산한다면 이는 2035원(브루드 커피), 3245원(카페 라테)으로 국내 가격인 3800원과 4600원에 비해 차이가 제법 많이 난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스타벅스를 마셔 본 사람이라면 한국의 스타벅스가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부유한 나라고 인건비도 높기에 이런 가격차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폭리라 부른다면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비싸다고 폭리라 부를 수 없는 것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약 9.5%로 중국/아시아 지역의 23.6%, 미주 지역의 23.4%보다 낮다. 정말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아시아 평균은 넘어서야 했을 것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발생하고 있다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이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에 비해 커피 소비에 있어 테이크 아웃 비율이 낮고 매장 체류 시간이 긴 편이다. 테이크 아웃 비율이 낮고 매장 체류가 길다면 그만큼 회전율이 낮다는 뜻이고, 낮은 회전율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긴 체류 시간이라는 특성상 미국에 비해 더 넓은 매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국내 점포의 주요 매장 면적은 231㎡(약 70평) 이상으로, 미국 점포들이 132~165㎡(약 40~50평)라는 것을 감안할 때 훨씬 더 넓다. 이 넓은 매장 면적만큼 임대료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므로 비용의 상승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잠재 매출의 하락과 비용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그만큼 높은 가격을 매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용 외에도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용 측면에서 이런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미국과의 비교가 부적절하다 여긴다면 옆나라인 일본과의 비교는 어떨까? 스타벅스재팬이 미국 본사에 인수되기 전의 영업이익률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며 2018년 3분기 기준 매장수도 한국 1231개, 일본 1286개로 비슷하니 좋은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브루드 커피는 320엔이며 카페라테는 420엔이다. 엔화의 등락에 따라 우리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있지만 100엔당 1000원을 가정한다면 이 가격은 3200원과 4200원이 되므로 확실히 우리보단 좀 더 저렴하다. 그렇기에 일본의 가격도 단골 비교 대상에 오른다.

그런데 스타벅스재팬의 연 매출이 1000억엔(약 1조원)를 돌파한 시점은 매장이 912개였던 2010년이고, 1000개를 갓 돌파한 2013년에는 1256억엔(약 1조 2천억원)을 기록한다. 한국 지사의 2017년 매출액이 약 1조 2천억 원이고 이때의 매장수가 1100개가 넘었음을 감안하면 더 적은 수의 매장에, 더 낮은 가격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점포당 회전율이 우리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본은 한국보다 회전율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에 더 낮은 가격도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가격만으로 폭리다 아니다를 규정짓기란 곤란하다. 그것은 태국과 중국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태국은 스타벅스가 아시아 최초의 점포를 낸 곳이며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점포가 많은 국가이다. 태국의 브루드 커피는 100바트(바트당35원 기준, 약 3500원)이며 중국은 아메리카노가 28위안(위안당 165원 기준, 4620원)으로 해당 국가의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겉으로 보이는 가격만 보자면 폭리는 오히려 이들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폭리를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애초에 스타벅스는 태국과 중국의 저소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파는 커피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서부터 일관되게 대졸·고소득·전문직 종사자를 타겟팅 해왔다.

아시아 최초의 스타벅스가 들어선 태국 방콕은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의 하나다. 또한 중국도 1인당 평균 소득은 낮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넘치게 많은 국가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 스타벅스는 동일한 타겟팅을 태국과 중국에 적용하여 그들이 팔고자 하는 사람에게 판매를 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모든 태국인과 중국인의 커피가 될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폭리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 것이다.

가격은 비록 겉으로 보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얽히고섥켜 그 가격을 형성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그것이 폭리인지 아닌지를 알 수도 없으며 폭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수많은 요소들의 영향과 그 맥락이 담긴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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