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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2.27 09:35 수정 2018.12.28 13:33
중국사람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정확하게 포착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중국사람 이야기>의 저자 김기동 작가가 연재하는 '김기동의 차이나 클래스'는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에 만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항일 유적지 앞에서 일본 군복을 입고 일장기를 든 중국 젊은이 사진. ⓒ 바이두

2018년 2월 20일,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해 중국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두 명의 중국 젊은이가 중국 남경시에 있는 항일유적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웨이보(중국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사진의 배경인 항일유적지는 '소가산조보(邵家山碉堡)'다. 해석하면 '소가산'이라는 지명에 있는 돌로 만든 군사용 토치카(총을 쏠 수 있는 구멍을 낸 기지)라는 뜻이다. 1937년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켜 남경을 침략할 때, 이곳 토치카에서 중국 군인이 일본 군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때 약 400명의 중국 군인이 전사했다.

두 중국 청년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이 젊은이들이 입은 옷 때문이었다. 이들은 선조가 일본군에 맞서 죽음으로 지켜낸 항일유적지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 시대 일본군 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한 사람은 일장기를 들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일본 군인의 상징인 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윤봉길 의사의 충청남도 예산 생가 앞에서, 한국 젊은이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 군인 복장을 하고 일장기와 일본 칼을 들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보면 된다. 

결국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언론 기사에서 이들의 행위는 항일 민족 영웅을 폄하하는 반역사적 사건으로 규정됐다. 언론들은 도저히 그냥 넘어 갈 수 없으며 이들을 처벌해 민족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경찰은 즉시 두 젊은이를 체포했고, 결국 이들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할 마땅한 법조문을 찾지 못해, 두 젊은이에게 중화인민공화국치안관리처벌법(中華人民共和國治安管理處罰法)을 적용하여 구류 15일 처분을 내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초질서 위반 사범쯤으로 다뤄진 것이다. 

이 사건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을까? 중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중국 사람은 한번 발끈하고 금세 잊어버리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섬뜩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중국에는 일본의 침략 사실을 알려주는 기념관이 많다. 이런 종류의 기념관 몇 곳을 방문한 후 나는 두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중국은 일본 침략 시기 그들이 겪은 내용을 너무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물을 보면서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자신(중국인)들의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일본 침략 시기 일본에 맞서 싸운 독립 운동가가 아니라 오히려 일본에 협력한 친일 매국노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남경 민간인 대학살 전시 사진. 남경대학살기념관 ⓒ 김기동

  
중국 남경시에는 '남경대학살기념관'이 있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1937년 12월 13일 그 당시 중국 국민정부의 수도인 남경시를 점령한다. 이때 중국 국민정부의 군대는 이미 철수한 상태로 남경시에는 민간인만 남아 있었다.

일본군은 남경시에 도착한 후 2달 동안 중국 민간인 30만 명을 학살한다. 중국에서는 매년 12월 13일 전국적으로 남경시 민간인 학살 추모 행사를 한다.

일본군은 중국 남경시에 주둔하면서 21개의 위안소를 운영했다. 이 위안소에는 중국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도 있었다.
 

(좌)일본이 점령지 중국 남경에서 운영한 위안소 건물 재현 전시물. 입구에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라는 간판이 있고 여기는 중국 미인이 있다는 광고 문구도 있다. (우)일본이 중국 남경시에 운영한 21개 위안소의 주소지 목록이다. 아래에 위안소를 이용하려는 일본 군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사진이 있다. 남경대학살기념관 ⓒ 김기동

  

만주국 시절 일본에 협력한 친일 매국노들이 고개를 숙이고 중국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918만주사변기념관 ⓒ 김기동


중국 심양시에는 '918만주사변기념관'이 있다. 일본은 1931년 9월 18일 중국 만주지역(중국 동북3성과 내몽고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철도 폭발 자작극을 벌여 전쟁을 일으킨다.

이를 만주사변이라고 하는데, 이 전쟁으로 중국 군인 1500만 명이 죽고 2000만 명이 다쳤다. 중국에서는 9월 18일을 국치일로 지정하고 매년 전국적으로 국치일 행사를 한다.
 

일본이 세운 만주국에서 정부관료를 역임한 친일파 매국노 중국인을 소개한 전시물. 위만황궁박물관 ⓒ 김기동

   
중국 장춘시에는 '위만황궁박물관'이 있다.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동북지역을 차지한 일본은 1932년 3월 1일 중국 장춘시에 일본 괴뢰(꼭두각시) 국가인 '만주국' 정부를 만든다.

만주국은 일본이 패망하는 1945년까지 14년 동안 운영되었다. 일본이 만주국을 14년 동안 운영했기에 이 기간 적지 않은 수의 중국인이 일본을 도와 자신의 입신양명을 꾀했다.

한국에서는 일본 강점기 일본과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 약탈 정책을 지지 옹호하여 자신의 입신양명을 꾀한 사람을 친일 매국노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한간(漢奸)'이라고 한다. 중국 사전에서는 '한간'을 "중화민족을 배반하고 침략자에 위탁하여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중국에는 과거 일본 침략 시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을 지칭하는 '한간'이라는 용어는 있지만, 위의 글에서처럼 최근 들어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중국인을 지칭할 용어가 없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일본 강점기가 끝난 후에도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고 일본에 맞서 항일 운동을 했던 민족 영웅을 폄하, 모독하는 중국인을 지칭하는 '정신일본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정신일본인(精神日本人)은 '정신이 일본인과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약칭으로 '정일(精日)'이라고 부른다. 중국 사전에서 '정신일본인'은 "일본 군국주의를 숭배하고 자신의 민족을 원수로 대하면서, 자신을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무리"라고 정의한다.

'정신일본인'의 최후

중국 젊은이가 항일 유적지 앞에서 항일 민족 영웅을 폄하하고 모독한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난 2018년 3월 8일, 중국 외교부 부장(한국 외교부 장관급)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 사건을 '정신일본인' 행위로 규정하고 이들의 행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2018년 4월 27일 전국인민 대표대회 상무위원회(한국 국회에 해당하는 기능을 하는 기구)에서 '영웅 열사 보호법'을 통과시킨다. 이 법으로 "중국 민족 영웅 열사의 정신과 유적지를 부정, 모독하거나, 침략 전쟁과 침략 행위(일본의 중국 침략)를 찬양, 미화하는 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고 10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 27일 중국 '강소성 인민 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정신일본인의 행위 3가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조례'를 통과시킨다.

그 행위 3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중국 남경대학살 사실을 왜곡 부인하거나 학살 희생자와 생존자를 모독 비방하여 민족의 존엄을 훼손하고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발언이나 정보를 전파하는 행위.

둘째, 항일 유적지에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구를 착용하거나 사용하여 사진, 녹음, 영상으로 전파하는 행위.

셋째, 남경대학살 희생자와 생존자의 성명, 초상, 명예 등에 대한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

중국 강소성(한국의 행정구역 '도'에 해당한다)의 성도(도청)가 남경시다. 그래서 강소성 '조례'에는 '남경대학살'에 한정된 내용만 규정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전체 '성도(한국의 행정구역 '도'에 해당한다)'에서 이와 유사한 '조례'를 통과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제 중국에서는 일본 침략에 맞서 항일 운동을 한 민족 영웅, 열사를 부정하거나 모독하고 과거 일본 침략 전쟁과 침략 행위를 찬양, 미화하는 '정신일본인'은 즉시 형사 구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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