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19 09:33최종 업데이트 19.06.10 17:15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사회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그 답을 찾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심층취재했습니다. 이 연재는 2014년 9월 초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덴마크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미국인 샤미씨와의 인터뷰. 그는 딸기 케이크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 김민지

 

[오연호의 특별취재 리포트]한 미국여성의 덴마크 행복사회 탐험 ⓒ 오연호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서] 연재 보러가기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붙잡고 수년째 '현장 체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30대 여성 샤미 알브렛슨(Sharmi Albrechtsen)씨. 미국인인 그녀는 코펜하겐에서 덴마크인 남편과 살면서 왜 덴마크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인지를 공부 중입니다. (영문 관련 기사: A Second Divorce Helped Her to Find Real Happiness)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한 부자 동네로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널따란 정원이 있는 하얀 2층 집에서 그녀가 맛있는 딸기 케이크를 만들어놓고 맞이해 줬습니다. 그녀는 덴마크에서 12년째 살고 있는데 최근 3년간 본격적으로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을 취재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장차 단행본으로도 출간하려고 한답니다. 샤미씨는 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그녀는 "내가 매우 불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009년경에 덴마크가 행복지수에서 세계 1위라는 조사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때 덴마크에 살고 있던 나는 아주 불행했어요. 두 번째 이혼을 한 상태였거든요. 나를 덴마크로 오게 한 덴마크인 남편과 헤어진 직후였어요. 나는 행복지수 세계 1위의 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상태에 있었죠.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왜 행복한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두 번째 이혼의 상처 때문에 '행복' 공부



샤미씨는 자신을 글로벌 시민이라고 부릅니다. 인도 출신 부모가 캐나다에 이민 왔을 때 태어난 그는 1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25세까지 살았습니다. 미국인과 첫 번째 결혼한 그녀는 이혼 후 덴마크인과 재혼해 런던에서 3년간 살았습니다. 그 후 남편을 따라 덴마크로 왔지만, 이 행복하다는 나라에서 그는 두 번째 이혼해야 했던 거지요. 그녀는 두 번째 이혼의 한 이유가 "내가 덴마크 문화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무엇이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몰랐어요. 나는 덴마크 속에서도 미국인이길 바랐죠. 그러나 통하지 않았습니다."



왜 미국인은 덴마크에서 통하지 않았을까요?



"미국인은 대체로 물질주의적입니다. 성공은 곧 돈이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성공하면 큰 차와 큰 집을 갖지요. 그러나 덴마크 사람들은 그러지 않습니다. 이들은 물질주의와 반대지요. 내가 루이뷔통 가방을 가지고 있어도 덴마크인들은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어요. 덴마크 남편과 결혼 후에 돈으로 행복을 찾아보려 했으나 허사였습니다."



그녀는 미국 사회와 덴마크 사회의 차이는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미국사회는 더 많이를 강조하면서 경쟁합니다. 늘 최고가 될 것을 강조하지요. 반면에 여기 덴마크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려고 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는 거지요."



최고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는 사회


 

덴마크인들의 행복 비결을 한마디로 예기하면? "평등입니다. 여기에서 모든 행복이 옵니다." ⓒ 김민지



그렇다면 덴마크인들이 아등바등하지 않는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 그것은 덴마크의 사회제도에서 오는 것일까요, 덴마크인의 독특한 특성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나는 그 두 개의 결합에서 온다고 봅니다."



제도와 태도(가치관)의 결합. 샤미씨는 그것의 한 예로 높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덴마크의 복지제도와 잘난 체하지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는 덴마크인의 오랜 관성이 서로 결합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덴마크에서는 높은 세금으로 두터운 중산층을 만들어냅니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중산층이라고 봐야 하지요. 물론 빈부격차가 없을 수 없지만, 가난한 덴마크인도 부자 덴마크인만큼 행복합니다. 이것이 미국과 다른 점이죠. 미국에서는 가난하면 엄청나게 불행해지잖아요. 덴마크인들은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사회복지가 잘 돼 있어서 길거리에 나앉을 걱정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부자들도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샤미씨는 그런 제도만으로는 '행복한 덴마크인들'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제도만이 다가 아닙니다. 독일도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데 왜 덴마크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제도 이전에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정신적인 태도가 중요하지요. 덴마크에서는 남이 큰 집을 갖고 있어도, 친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어도 부러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덴마크 사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먼저 제거했다고 보면 됩니다."



'얀테의 법'과 헤게(Hygge)가 행복 도우미



샤미씨는 덴마크인들의 이런 태도가 이 사회의 오랜 관습인 '얀테의 법'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불확실한 이 관습법은 모세의 십계명을 본떴다고 합니다. 그중 일부는.



1.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 말라.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누가 혹시라도 너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 말라.

10. 네가 행여나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 말라.



이 얀테의 법은 한마디로 '잘난척하지 말라'는 것인데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소중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샤미씨는 이 얀테의 법이 덴마크인들의 문화 속에 녹아 있기 때문에 '높은 세금에 의한 복지 제도'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도 자신이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자기보다 돈을 덜 버는 사람을 비웃지 않기 때문에, 빈부격차나 사회적 신분을 떠나 누구에게나 서로 배울 점이 있다고 믿기에 월급의 50% 이상을 흔쾌히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덴마크인들은 그런 세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미국인들이 내 돈, 내 돈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 12년째 덴마크에 살면서 덴마크인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취재해온 셈인데요. 그래서 답을 찾았나요? 단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말하라면 평등이라고 하겠어요. 평등이 덴마크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과 연결된 것 같아요. 평등하면 특별히 남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해서 불행에 빠지는 일이 없잖아요. 남보다 잘 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지요. 여기서는 의사나 청소부나 큰 차이가 없어요. 등산과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비슷한 삶을 살아요. 여기서는 의사를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냥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죠. 심지어 경찰관이나 공무원을 부를 때도 그냥 이름을 불러요."      



샤미씨는 이 평등이 덴마크의 또 다른 문화적 특성인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기'와 이어져 행복한 덴마크사회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기'는 덴마크어로 헤게( Hygge)라고 불립니다.



"덴마크는 해가 짧아 어두운 나라이고 추운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아요. 이들이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는 헤게에 있어요. 히게는 서로 친교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아무리 가난해도 집안을 이쁘게 꾸미죠. 긴 밤에는 촛불을 키고 케이크를 만들고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것이 헤게의 일환이죠.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이 즐깁니다. 그래서 덴마크인들은 이 헤게문화 속에서 평등하게 되지요."



평등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샤미씨의 세 번째 남편은 덴마크인이다. 그는 "아내가 쓰고 있는 덴마크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것이 많다. 재미있다"고 말한다. ⓒ 김민지


그런데 이런 평등문화, 함께 어울리기 문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을까요? 샤미씨의 말을 듣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더군요. 얀테의 법 8에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가 있듯이 평등문화는 남을 존중하게 하고 그것이 개인의 떳떳한 선택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평등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것은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 요소였습니다.



"나를 보세요. 나는 두 번 이혼하고 지금은 또 다른 덴마크 남편을 만나 세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 같으면 남의 눈치가 보이겠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주 편안히 살 수 있어요."



샤미씨는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이혼율이 높아도 그것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이혼율은 40%대로 매우 높습니다. 또 두 번째 결혼의 67%, 세 번째 결혼의 73%도 이혼합니다. 그래도 이 나라가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기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남의 눈치 보고 살아가는 삶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즐기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샤미씨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의 세 번째 남편인 덴마크 신사가 외출했다가 들어왔습니다. 중견기업의 간부인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덴마크인들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요. 아내가 쓰고 있는 책은 덴마크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읽어봤는데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재미있어요, 하하".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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