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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고 말썽만 피우는 미운 털 박힌 자식도 밖에서 얻어 맞고 들어오면 속이 상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유럽을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유럽 수뇌들의 박대와 시위대의 공격에 시달리자 미국의 일부 언론이 발끈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부시 때리기에 비판적인 미국의 보수적 언론들은 MD나 환경문제를 둘러싼 유럽의 비판적 여론 뒤에는 미국에 대한 뿌리깊은 질시의 감정이 깔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전후의 부흥을 이룬 유럽은 미국에게 역사의 주도권을 빼앗긴 지 오래이며 이제는 헐리우드의 공세로 문화 면에서도 뒤처지고 있는데 따른 분풀이라는 해석이다.

비판 여론의 중심에는 <월스트릿 저널>같은 보수적인 신문이 있지만 반유럽 여론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부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와 상관 없이 <워싱턴포스트>와 <슬레이트>같은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월간 <아틀랜틱>의 편집장 마이클 켈리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 경제, 문화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빼앗긴 지 오래인 노(老)대륙 유럽의 엘리트들이 미국인에게 도덕과 지적인 면에서 우월함을 내세우려 드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지 모른다며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네셔널 리뷰>의 조나 골드버그 역시 불만에 가득차 미국의 내정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훈계를 하려는 유럽인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능력이 있는 마냥 행세하면서 유럽 외의 지역은 모두 부패와 무지와 악의 소굴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유럽 15개국 중 무려 11개 나라의 정부가 좌파 혹은 중도 좌파 성향을 띠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부시의 MD와 환경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유럽인이 아니라 유럽의 좌파들이라고 그 의미를 깍아내리기도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유럽의 분노와 열등감이 미국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과 도덕적 훈계로 나타나고 있다는 이들 미국 언론의 분석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부시가 추진하는 MD나 교토의정서 파기 움직임에 대한 유럽인의 반발을 단지 자존심 상한 노인네의 투정 정도로 폄하하는 미국 언론의 시각 역시 자국 중심적 오만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환경보호나 세계 평화는 유럽이나 미국을 가릴 것 없는 전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반년만에 다시 한국에 들렀습니다. 나갈 땐 김포공항이었는데 들어올 땐 인천공항이군요. 항상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실감합니다. 갈 곳까지 가버려 더 이상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지요. 때론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항상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고국의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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