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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을 향한 세간의 찬사가 과연 합당한가?"

"경세가인 공자를 수도사로 각색했고, 공자의 출신성분도 왜곡한다. 거기에다 보수주의자였던 공자를 진보주의자로 둔갑시켰고, 공자가 소정묘를 죽인 이유도 잘못 알고 있다."

▲ TV를 통한 공자와 노자강의로 인기를 끈 도올 김용옥(좌)과 김용옥의 공자와 노자해석에 비판을 제기한 묵점 기세춘.
ⓒ 화남출판사
KBS와 EBS TV를 통해 진행된 도올 김용옥의 강의 '도올의 논어 이야기'와 '노자와 21세기'. 공자와 노자·장자 등의 사상을 현란한 몸짓과 수사학을 통해 설파한 바 있는 김용옥의 공자와 노장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책이 출판돼 논란이 되고 있다.

재야철학자 묵점 기세춘이 7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출간한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가 바로 그것. 기씨는 시리즈의 첫째 권인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는가>(화남출판사)를 통해서는 '김용옥의 공자 해석에는 11가지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셋째 권 <일곱번째 구멍을 뚫으면 도가 죽는 까닭>에서는 '도올의 저서 <노자와 21세기>에는 11가지의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세춘은 '사월혁명연구회'와 '국민화합운동연합' 등의 단체에서 사회운동을 해오는 한편, 동서양의 철학과 중국 고전시가(古典詩歌)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온 철학자로 <천하에 남이란 없다-묵자> <우리는 왜 묵자인가>를 출간한 바 있고,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와 공동작업으로 <중국역대 시가선집>을, 고 문익환 목사와 함께 <예수와 묵자>를 집필하기도 했다.

기씨는 "공자와 노장의 사상을 말하면서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성찰 없이 자신의 신변잡담이나 견강부회한 처세훈, 잘못 해석한 명언 몇 구절을 붙잡고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의 출판을 서두르게 됐다"며, "거침없는 해설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고전강의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도올을 향한 세간의 평가가 과연 합당한 찬사인지 검증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세춘은 김용옥이 해석한 어떤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일까? 아래는 기씨가 제기한 도올 비판의 일부다. <도올 논어>에 비판과 <노자와 21세기>에 비판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도올 논어> - "공자의 <논어>는 관료의 처세술에 불과하다"

▲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는가>와 <도올 논어>
ⓒ 자료사진
기세춘은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는가>를 통해 김용옥이 공자를 명상가 혹은 수도자로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기세춘의 해석에 따르면 <논어>는 철학은커녕 경세치학도 인생관도 아닌, 관료가 살아남는 처세술에 불과하다. 기씨는 '공자의 안이한 시대인식과 민초에게 등돌린 보수주의적 처세'를 <논어> 폄하의 이유로 언급하며, '김용옥은 공자를 예악(禮樂)과 인생을 논하는 풍류가객으로 찬양하고, 달관자로 재창조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자와 그 제자들은 기존의 가치체제와 타협하지 않은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파하는 김용옥의 주장에도 기씨는 단호히 반대한다. '공자가 난국타개 방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그 내용이 구체제로 돌아가는 것 즉, 복례(復禮)를 제창하고 천자중심주의를 주장했으므로 (공자는)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는 것'이 김용옥과는 상반된 기세춘의 주장.

공자가 소정묘를 죽인 이유에 관해서도 두 철학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기세춘이 "대부(벼슬이름)로 승진된 공자가 대인파(수구파)의 선두에 서서 소인파 우두머리(소정묘)를 처형한 사건이고, 이로써 공자는 대인파의 대표가 된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동일한 사건을 두고 김용옥은 '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법률적 사건이며, 법가적 엄형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외에도 기세춘은 ▲공자학의 핵심인 제정(祭政)을 아는가? ▲인과 민의 신분계급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구분은 어떤 것인가? ▲덕치와 법치의 본 뜻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공자의 노예적 경제정의를 착각하여 찬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의 공개적인 질문을 김용옥과 <도올 논어>를 향해 던지고 있다.

<노자와 21세기> - "<노자>는 형이상학이나 인생론이 아니다"

▲ <일곱번째 구멍을 뚫으면 도가 죽는 까닭>과 <노자와 21세기>
ⓒ 자료사진
<일곱번째 구멍을 뚫으면 도가 죽는 까닭>은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가 설파한 주장들을 논박하고 있다. 기세춘이 해석하는 <노자>는 단순한 형이상학이 아니라 하나의 통치철학이다. 반면 김용옥은 같은 <노자>를 두고 '형이상학이자, 인생론'이라 이야기한다.

김용옥은 "노자는 '항상 그러함'을 말할 뿐 '불변'을 말하지 않는다. 동양인들에게 '불변'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서양인들이 '불변의 영원'을 추구했다면, 동양의 지혜는 '변화의 영원'을 추구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해 기세춘은 "원전해석의 오류다"며 '상(常)은 생명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요, 도(道)는 낳고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 살다가 끝내는 다시 생명의 뿌리인 천명(天命) 또는 무(無) 또는 시원(始原)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동양과 서양이 다를 바 없다'며 김용옥의 <도덕경> 제1장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인간 노자'를 해석하는 것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상반된다. 김용옥은 <노자> 13장을 '자기주장이 없고 감정이 없는 도인이 천하를 맡아야 한다'고 해석해 노자를 '겸애정치를 계승한 후계자'로 지칭한 반면, 기세춘은 '상과 벌로 다스리는 것은 권력으로 위협하는 정치이니, 생명살림의 정치만이 바른 정치'라고 해석하여 노자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단언한다.

이외에도 ▲상도(常道)는 불면의 도인가 ▲사람의 일곱 번째 구멍은 감각인가 ▲노자의 도는 플라톤의 이데아인가 ▲노자는 공산사회를 지향하였는가의 문제도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와 기세춘의 <일곱번째 구멍을 뚫으면 도가 죽는 까닭>이 대립하는 지점이다.

논쟁 제의한 기세춘, 김용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실 김용옥에 대한 비판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올은 이미 지난해 고려대 서지문 교수와 인하대 김진석 교수에 의해 혹독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김용옥은 "나는 사상가나 철학자가 아닌 고전번역자다. 30년 이상 쌓아온 고전번역에 관한한 내 자랑을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라는 말로 자신이 고전번역의 권위자임을 우회해서 내세운 바 있다.

이번 기세춘의 문제제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씨는 김용옥의 고전번역의 맹점과 허구성, 견강부회한 논리들을 비판의 주된 대상으로 삼고있기 때문이다. 책의 출판과 함께 기세춘은 김용옥에게 논쟁을 제의했다. 대중의 지극한 관심 속에 서있는 인기철학자(?) 는 기씨의 제의에 어떻게 화답할까?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는가 - 유가 -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1

기세춘 지음, 화남출판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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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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