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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충남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천안 신촌초 학부모를 자임한 글 4개가 떠올랐다. 모두 이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여교사를 비난한 내용이다.

"스승으로서의 존경은 받고 싶으시겠지요? 아울러 내 아이가 그런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여 저에게 그렇게 행동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임정란)

"(임정란 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이 글을 올립니다. 같은 학부모의 입장으로 얘기하면… 윗분께 불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이셔야 되겠습니까?"(김경숙)

이 글 말고도 같은 날 이 게시판엔 이영희, 송명희란 이름의 글이 더 실렸다. 이 학교 남미정 교사가 현장학습에 대한 학교장의 전횡을 지적하는 글을 같은 게시판에 올린 지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다. ]

남 교사는 “현장학습에서 교사 9명만으로 학생들 285명을 인솔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학부모 동참을 시켰는데 이를 허락하지 않은 채 면담도 거부한 교장선생님에 대해 글을 올렸을 뿐”이라면서 “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학부모를 사칭한 모욕적인 비난 글을 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두 신촌초 학부모인 것처럼 행세했지만 확인 결과, 이 초등학교 안에 있는 컴퓨터에서 글이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교조 천안초등지회(지회장 김지선)는 "서버주소(IP)를 추적한 결과 신촌초의 서버(211.251.××.×)를 통해 글이 올려진 것이 확실하다"고 최근 밝혔다. "낮 시간에 네 명이나 되는 학부모가 같은 학교 교무실이나 교실에서 글을 올릴 턱이 없다"는 게 전교조 측의 판단이다.

이후 올라온 학부모의 글도 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살지 않는 서울, 아산 등지에서 올라온 글이었다.

그럼 누가 학부모를 사칭한 것은 아닐까. 이 학교 남미정 교사는 게시 글의 진원지를 알기 위해 학교장을 상대로 '서버 접속(로그) 파일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돌아온 것은 '개인정보 보호상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힌 답변서였다.

이에 대해 신촌초 장모 교장은 전화통화에서 "남미정 교사 문제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교조 충남지부 구자환 초등위원장은 "신촌초를 방문해 교장을 만나 정보공개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면서 "계속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도교육청에 행정심판청구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촌초 3학년 7반 학생의 아버지라 밝힌 김모씨는 지난달 25일 충남교육청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적었다.

"출처 불명의 글을 마구 올리는 부도덕함보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고 학부형으로서 생각을 올립니다. …교장 선생님의 카리스마만 있고 대다수 선생님들의 침묵만이 존재하는 학교는 죽은 학교입니다. 때론 외롭고 힘들어도 아이를 중심에 놓고 얼마간의 불협화음이라도 감수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309호에서 보도한 내용을 깁고 더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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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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