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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 하면 앉는 소파를 먼저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SOFA' 하면 '주한미군지위협정'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아는 이는 여전히 드물다. 법학을 전공한 사람도 잘 모를 정도니 일반인들은 물어보나 마나. 특히, 2001년 SOFA가 2차 개정되었다고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협상 타결 당시 한국측 협상 대표였던 외교통상부 송민순 북미국장은 “지금까지의 SOFA는 불편해서 앉아있기 어려운 SOFA라고 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는 앉아있기 편한 SOFA가 될 것으로 본다”는 말로 개정내용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현실은 과연 그러한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펴낸 '미군범죄와 한·미 SOFA'는 2001년 개정된 한·미 SOFA를 기초로 SOFA 전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에는 여전히 무수한 SOFA의 독소조항들로 가득하다. 기대와 달리 SOFA는 여전히 앉아있기 어렵기만 하다. 2차 개정의 대표적 성과로 꼽는 기소시 신병인도 조항만 해도 개정 후 지금까지 그러한 사례는 단 한건밖에 없다. 기소시 신병인도를 한다고 하면서도 12개 중대범죄에 한해, 그것도 '그같은 구금의 상당한 필요와 이유가 있는 때'라는 단서를 붙여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측은 2001년 4월 30일 해킹혐의로 검거된 주한미군에 대해 기소는 하되 신병인도는 검토조차 못했다. 해킹범죄는 12개 중대범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체적 사례들은 법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도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것이 법률적 해설 중심의 기존 SOFA 관련 서적과의 차별점이다. 이는 책의 필자들이 법률전문가나 학자가 아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활동가들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군범죄를 직접 신고, 접수받고 피해자 지원활동을 벌여오면서 느낀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민들이 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져 있다.

그동안 SOFA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어려운 법률용어 때문에 감히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거나,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알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미군범죄와 한미SOFA]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활동가들이 직접 쓰고,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의 감수를 거쳐 2002년 1월 도서출판 두리미디어에서 펴냈습니다. 가격은 7천원입니다.


미군범죄와 한.미 SOFA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엮음, 두리미디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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