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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실종된 제 동생을 찾습니다.
이름은 진효정이구요, 키는 155cm정도 되고 약간 통통한 몸매입니다. 유럽 여행 도중에 이와 비슷한 여자 아이를 보신 한국 여행객분이나 민박집 주인이 계신다면 연락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저희 가족과의 연락은 10월 말경 프랑스에서 여행을 간다는 전화통화와 며칠 후 영국이라는 메일을 받은 것이 마지막으로 그 뒤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마도 지금 여행을 하는 중에 연락을 못 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자주 연락을 하던 동생이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아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드는군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효정이와 비슷한 사람을 보신 분 계시다면 수신자부담으로 바루 연락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영국 배낭여행 소개 사이트 게시판에 2001년 12월 30일에 실린 진효정 씨의 오빠 진용희 씨의 글)



▲ 임병호 경정.
한국의 오빠는 실종된 동생을 찾아달라고 인터넷을 통해 호소했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임무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한 영국 유학 경찰관은 그 호소를 외면하지 않았다.

영국 노스 요크셔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뒤늦게 한국 유학생 진효정 씨(22, 여, 전북대 불문과 2년)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2개월여에 걸친 피해자 신원확인 과정에서 한 '영국 유학 경찰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비유학생으로 영국 리즈대학에서 형사정책학을 공부하고 있는 임병호 경정(38). 경찰대 3기인 그는 행자부에서 주관하는 국비유학생 선발에 합격에 현지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실종자 확인'이라는 '가욋일'을 해낸 것이다.

임 경정은 1월 11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작년 11월 18일 처음으로 잔인한 시신 이야기를 영국 텔레비젼을 통해 접했을 때 그 피해자가 한국인이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면서 "신원확인 과정에서 도움을 보탠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희생자가 젊은 한국 여자 유학생임이 최종적으로 밝혀져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 경정은 유학생 신분이었지만 '실종자' 가족과 6회 이상의 이메일 교신, 전화통화 등을 통해 신원확인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지문, 사진, 치과기록 등을 영국 수사본부에 제공했다.

다음은 임 경정과의 인터뷰 전문.

▲ 영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진효정 양.
-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인가.
"작년 11월 18일 노스 요크셔에서 가방 안에 시체가 넣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지방 텔레비전을 통해 크게 나왔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리즈는 노스 요크셔에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것이다.

그때 방송뉴스의 한 대목이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잔인하게 버려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방송 화면에 '제노바' 상표가 보였다. 그것도 한글로. 그래서 혹시 한국인이 희생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에 바로 지역 한인 인터넷 사이트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주변에 실종 소식이 있으면 나에게 알려달라'고 올리기도 했다."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진효정 씨일 것이란 것은 언제 알게 되었나.
"올 1월 1일 아침이다. 한 교포 민박집 운영자가 영국 배낭 여행과 관련한 민박집 소개 사이트(snailhome.com)에 자기 민박집을 소개하러 갔다가 진효정 씨의 오빠 진용희 씨가 동생의 실종소식과 함께 애타게 찾는 사연을 실은 것을 봤다. 진 씨는 12월30일에 그 글을 올렸으니까 바로 다음날 본 것이다. 그 교포가 나에게 '이런 실종자가 있다'면서 알려왔다. 그래서 나도 바로 그 사이트를 봤다. 그 순간 그 실종자가 제노바 가방안의 시신과 동일할 것이란 직감이 있었다. 그건 안타까운 확인이었다."

-그 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나.
"오빠가 남긴 연락처를 통해 1월 1일 밤 한국의 진 씨 가족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신원확인에 필요한 것을 이메일로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주민등록증 뒷면에 있는 오른쪽 엄지 사진, 치과기록, 사진 2장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곳 시간으로 1월 2일 아침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이메일을 열어보자마자 바로 노스 요오크셔의 수사본부에 전화로 신고했다. 신고받은 경찰은 곧 달려오겠다고 했다. 현지 경찰이 오는 동안 나는 이메일로 받은 것을 프린트했고 그것을 경찰들에게 넘겨줬다."

-현지 경찰이 곧 확인작업에 들어갔을텐데 왜 1월7일에야 확인이 되었나.

▲ 진효정 양의 지문. 임 경정은 이 지문 등을 한국의 진 양 가족으로부터 이메일로 전달받아 현지 수사본부에 제공했다.
"곧 확인작업을 했는데 최종확인에 실패했다고 연락이 왔다. 시신발견 당시 오른쪽 엄지 지문이 제대로 채취되지 않아서 주민등록증 뒷면의 지문과 확인을 하는데 실패했다는 거였다. 방법이 없다고 낭패해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주민등록증을 처음 만들 때 엄지뿐 아니라 열 손가락을 다 지문 찍어 보관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해 동사무소에 보관된 10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복사해 급히 보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영국 대사관에서 한국 동사무소에 '급행'으로 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최종 확인이 된 것이다."

-결국 실종된 진 양은 잔인한 시신의 주인공이 되어 확인됐는데 심경은.
"처음부터 최종 확인이 될 때까지 그 잔인한 시신의 주인공이 한국인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랬다. 안타깝다."

-현재의 신분은 '학생'인데 경찰역할이라는 '가욋일'을 하나 하게 된 셈이다.
"현재의 신분은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유학생 신분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래 직업이 경찰공무원인 만큼 어디를 가나 억울한 사건이 발생하면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여기에서도 한인들과 함께 모임을 갖곤 하는데 그들이 '우리 임 경정이 왔으니 이 지역 치안은 걱정 없겠군'하고 농담들을 한다. 그만큼 지금은 공부를 하더라도 경찰 공무원의 자세는 잃지 않으려 한다."

진 양 신원확인 과정에서 임 경정이 했던 헌신적인 노력이 알려지면서 영국 BBS 방송과 현지 신문들은 그를 인터뷰해 보도했다. 1남1녀를 둔 아빠이기도 한 임 경정은 2000년 9월 유학을 떠났고 오는 7월 귀국한다.

덧붙이는 글 | <1월 10일자 연합뉴스 기사>

영국서 佛연수 한국여학생 변사체로 발견돼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 프랑스 어학연수중 영국 여행에 나섰던 한국인 여학생이 노스요크셔 지방에서 가방에 든 변사체로 발견돼 영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영국에서 연수중이던 여학생 1명도 1개월째 실종돼 영국내 친지들이  찾아나서는 등 영국내에서 한국인 학생들의 실종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9일 주영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8일 노스요크셔에서  가방에  든채 시체로 발견됐던 아시아계 여자의 신원이 지난해 5월부터 프랑스 리옹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진효정(21)양으로 밝혀졌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진양이 지난해 10월25일 3일간 영국여행을 간다며 리옹을 떠났으나 예정일을 넘겨도 돌아오지 않자 리옹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현지 경찰과 주불 한국대사관에 신고, 진양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영 대사관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말경 노스요크셔 경찰이 아스크햄 마을에서 아시아계 여자의 시체가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됐는데 가방이 한국제라며  제조일자와 수출되는지 여부를 대사관에 문의해와 답변했다고 전하고 당시에는  시체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스요크셔에 있는 한인들이 인터넷에서 이 사건에 관한 소식을 보고 한국 경찰에서 현지 연수를 나와있던 한국 경찰 관계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진양의 가족들에게도 이 사건 내용이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양의 가족들은 이 사건의 희생자가 진양과 비슷하다고 보고 지난해 12월초 외교통상부에 신고했으며 외통부는 즉각 주영 대사관에 이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고 대사관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들은 이후 영국 경찰에 연락을 취하고 진양의 행적을 조사하던 중 외교부에서 지난 2일 진양의 인상착의에 대한 전문이 와서 이를 노스요크셔 경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노스요크셔 경찰은 진양의 가족들이 영국내 아는 사람을 통해 이미 오른쪽 지문을 보내왔다며 신원확인에는 지문 10개가 다 필요하다고 요청, 대사관측은 한국  경찰로부터 e-메일로 이를 받아 영국 경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지난 7일 노스요크셔 경찰로부터 진양으로 확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스요크셔 경찰은 9일 노스요크셔 사건의 희생자가 진양으로  확인됨에  따라 런던경시청과 함께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진양은 런던에서 한인 김모(30)씨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투숙했으며 10월30일에는 런던 시내에서 국민카드로 현금인출기를 사용한 기록이 있으나 본인이  사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양이 지난해 11월2일 프랑스에서 다른 카드로 현금인출기를 사용했던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크랜드와 홀본 등 런던시내 2곳에서 민박집을 운영했으며 지난해 12월중순 독일을 방문한다며 떠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말하고 영국 경찰은 김씨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영국 경찰이 수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초 이후 한국 여학생 송모(23)양이 실종된 상태라며 송양도 김씨의 민박집에 투숙했다고 밝혔다.

    송양은 김씨 민박집에 장기투숙했으며 호텔연수를 받으러 간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송양의 부친과 아는 현지 교민이 지난해 12월18일 런던시내 라임하우스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말에 대사관에 팩스로 실종신고 사실을  통보하면서  수사에 진전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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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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