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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대 총학이 있는 학생회관, 이곳에 둥지를 튼 총학생회는 학교측의 통제에 의해 자치권을 크게 침해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풍경 1."선거전 A모 교수는 학생을 자신의 연구실에 불러 '운동권이 총학되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취업이 어렵다'며 특정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종용했고, 모 학과 B모 교수는 강의 도중 '16일은 과회장 선거날이니 학교에 나오고 15일은 총학 선거일이니 올 필요없다'며 선거 당일 휴강했다."(광주 동강대 학생)

풍경 2.학칙이나 회칙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으나 21개 학과장들이 투표장소에 나와 선거인명부 확인과 투표용지를 직접 배부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또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용지에는 '중앙선관위' 직인뿐 아니라 해당 학과장 '도장'도 날인된다.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하려면 '2학기 출석률 90% 이상인 자'이어야 한다.(동강대)

풍경 3.총학생회장 선거가 입후보자격논란에 이어 '폭력시비'로까지 비하된 가운데 총유권자 대비 13.02%의 투표율로 당선공고를 냈다. 전체 학생수 1만여명 중 715명만이 지지한 총학생회장이 당선된 것이다.(광주대)

전국 대학이 2002년 총학생회장 선거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 부정·폭행 시비가 제기되는 등 혼탁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광주 동강대 학생회장 선거의 경우 교수들의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폭행시비까지 발생해 파행을 겪고 있는 광주대도 무리한 '입후보자의 자격박탈'로 당사자가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한편, 총학생회장이 총유권자 대비 13.02%의 투표율로 당선된 것에 대한 이의도 제기되고 있다.

동강대 일부 교수, "2번은 운동권이니 찍지 마라"

지난 15일 총생회장 선거를 치른 동강대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소속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고 총학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비운동권 후보 당선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호 2번 이정일(자주적학생회) 후보측에 따르면, "선거전 A모 교수는 학생을 자신의 연구실에 불러 '운동권이 총학되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취업이 어렵다'며 특정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종용했으며 모 학과 B모 교수는 강의 도중 '16일은 과회장 선거날이니 학교에 나오고 15일은 총학 선거일이니 올 필요없다'며 선거 당일 휴강했다"고 전했다.

교수들이 나서서 비운동권을 당선시키기 위해 과별로 학생들의 투표성향을 파악한 뒤 '운동권'이 강한 과는 선거 당일 휴강한다는 것이다.

표주원 동강대 민주동우회 회장도 "비운동권이 단독으로 출마할 경우 교수들이 나서 투표율이 무려 80% 이상 육박한 때도 있었다"며 "학교와 교수들이 학생회 자치권을 크게 위축시키고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수들, 등록에서 투표 실무까지 직·간접 통제

동강대는 총학생회 자체적으로 규정한 선거시행세칙(실무부분 제외)이 따로 없다. 지난 94년 학생지도위원회에서 검필한 총학생회칙에 규정안에 따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하려면 '2학기 출석률 90% 이상인 자'이어야 한다. 입후보 예정자는 자신이 수강하고 있는 과목의 담당교수에게 출결사항을 확인받아야 한다. 한 명의 교수라도 확인란에 날인하지 않으면 서류 부실로 심사에서 탈락된다.

물론 교수는 출결사항이 '정확하게 기재됐는지'만 확인해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기호 2번측의 한 관계자는 "운동권 입후보 예정자의 경우, 교수들이 '총학생회 하면 뭐하냐' '공부해서 취업해라'며 위하는 척하면서 고의로 날인을 거부하거나 출장 등을 이유로 만나기를 꺼려해 등록자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운동권' 입후보자의 경우 몇 번씩 후보가 바뀌는 경우도 있는 게 그의 주장.

또 학칙이나 회칙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으나 21개 학과장들이 투표장소에 나와 선거인명부 확인과 투표용지를 직접 배부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표주원 회장은 "예전부터 관례상 교수들이 직접하고 있다"면서 "이는 학생회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학생회의 위상과 역할 면에서 96년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치러진 총학선거에서 일부 교수들은 신분증 확인 절차를 무시하고 투표용지를 배포해 부정선거 시비를 일으켰다. 당시 2번 입후보자 이정일 선거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교수를 믿지 않느냐.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표 결과 총유권자 2760명(2학년 이상은 선거권, 피선거권, 선거운동이 제한된다) 중 총투표자 1632명(59%). 기호1번(676표)은 기호2번(671표)과 불과 5표 차이로 당선이 결정됐다. 이 중 무효표는 285표.

기호2번 이정일 후보측은 "무효표의 대다수가 '2번'을 선택한 표"라며 재검표를 요구해 재검표가 실시됐지만 양 후보측 참관인들은 정확한 표 검사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정일 후보는 "양측 후보 참관인 8명과 선관위만 개표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참관인들은 최소 3m 이상 떨어진 연단 위에서만 지켜볼 수 있을 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개표와 재검표 시 참관인들이 가까이에 접근할 수 없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해 형식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1번 후보의 당선을 교내 방송국을 통해 공고했으나 계속되는 요구로 돌연 '28표 이하의 표차(개표각서)'로 인해 21일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편 동강대 총학선거 투표용지에는 '중앙선관위' 직인뿐 아니라 해당 학과장 '도장'도 날인된다. 투표용지를 보면 '어느 과 학생들이 어떤 후보에게 몇 표를 주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학에 재직중인 모 교수는 "학생들 선거에 교수들이 관여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 때문에 교수들도 곤혹스럽지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이 법정으로 간 이유

광주대는 98년 이후 소위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에 당선되면서 선거 때면 후보자 자격문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학이다. 계속되는 잡음 끝에 올해는 행정소송까지 내고 '폭력시비'로 비하되는 가운데 총유권자 대비 13.02%의 투표율로 당선공고를 내 문제가 되고 있다.

▲ 입후보 박탈 사유가 된 문제의 팜플렛 일부
선관위에서는 총학까지 자주적 학생회를 선택해 달라는 문구가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문제의 발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앙선관위(위원장 김수언)가 '운동권' 총학생회·총여학생회 입후보 예정자에 대해 입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서 시작됐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32조와 9조에 명기된 '사전 선거운동'과 '유언비어 날조'를 그 이유로 들었다.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임민규(언론광고학부. 3)씨 등은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과 민주적 학생회 건설을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를 구성하고 자격박탈 철회를 요구했으나 중앙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대위측은 광주지방법원에 '후보자등록거부결정무효확인 소송'과 '선거실시 중지가처분신청'을 청구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예정대로 13일 선거를 진행하고 비대위측은 같은 날 학생총회를 열어 △총학생회장 탄핵안 △중앙선관위 불신임안 △중앙선관위 재구성을 가결시켜 선거중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시비'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학생총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14일 단독 입후보자 송모씨의 당선을 공고했다.

광주대 총학선거는 입후보자격 박탈과 당선공고의 합당성 등에 대한 논란으로 파행을 겪고있다.

먼저 입후보 자격 논란은 2002년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당선자 노금호(언론광고학부. 3)측 선거운동본부의 팜플렛에서 비롯됐다.

중앙선관위원 오상만(경상복지학부학생회장) 씨는 "그 팜플렛에 '인사대학생회부터 총학까지 자주적 학생회를 선택…'이라는 문구가 있다"면서 "이는 인사대 선거가 아니라 총학선거를 염두에 둔 증거가 되고 이것이 사전선거운동이다"고 주장했다. 또 팜플렛이 인사대뿐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배포됐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이어 그는 '열린공동체' 총학의 사업을 비판하면서 '선거철 또 한번 양치기 등장'이라는 문구를 문제삼았다. 그는 "솔직히 등록금 문제에서 총학이 할말은 없고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양치기 문구는 모든 단대 학생회 당선자를 비하한 것이고 단독 입후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측 "선거시행세칙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상식을 넘어선 주관적이고 독선적인 적용과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경고조치도 없이 등록도 하지 않은 입후보자에 대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선관위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임민규(언론광고학부. 3)씨는 "팜플렛 제작 주체는 총학선거 운동본부가 아닌 인사대 노금철 후보 선거운동본부이고 인사대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으로 자신의 정견과 입장을 자유롭게 개진할 권리가 있다"면서 "등록금투쟁과 관련한 내용 역시 현 '열린 공동체' 총학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정책 비판일 뿐 상대 입후보측을 비방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사대선관위는 이 팜플렛에 대해 어떠한 제재조치도 없었으며 노금호 후보는 2002년 회장으로 당선됐다. 비대위측은 "인사대선거와 총(여)학생회 선거가 선거주체, 선거운동본부, 선관위가 다른 상황에서 인사대의 팜플렛을 '빌미삼아' 자격을 박탈한 것은 열린공동체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투표율 13%, 당선공고... 새 선관위, 선거진행 예정

▲ 선관위는 "더 이상 어떤 형태의 선거도 진행하기 어렵다"며 총 유권자 대비 13.02%의 저조한 투표율에도 당선을 공고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현 광주대 총학생회는 '열린공동체'라는 '비운동권'이 운영하고 있으며 인문사회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단과대학이 열린공동체로 분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측은 단과대 학생회장 중심의 중앙선거관리위의 중립적인 선거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9일 1368명의 학생들이 연명한 학생총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선거당일인 13일 비대위측은 이에 항의하면서 학생총회를 개최하고 한 투표소에서 2개의 투표함을 탈취해 노천극장으로 옮겼고, 이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원과 비대위측 학생들이 부상을 입어 '폭행시비'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더 이상 선거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투표를 중단하고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측이) 폭력을 행사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냐"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또 중앙선관위는 14일 시행세칙 29조(투개표중지)와 5조(당선유무)를 근거로 총유권자 수 1만99명 대비 투표율 13.02%(1315명) 상태에서, 투표자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당선 공고를 했다. 중앙선관위는 비대위측에서 탈취해간 투표함 208명의 투표용지는 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대위측은 "선거시행세칙 33조 '개표결과에서 4학년을 제외한 전체 재학생 중 1/2 이상이 투표를 하여야 하며'라는 규정에 위배된 결정이다"며 당선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상만 중앙선관위원은 "천재지변에 의해 중앙선관위가 투표를 중지할 수 있다"면서 "폭행이 발생하고 '투표함 탈취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어떠한 선거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표율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 비대위측에서는 "선거무효"를 주장하며 학생총회에서 새로 구성된 선관위를 통해 재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그러나 비대위측은 "선거시행세칙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억측이다"라면서 선거무효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비대위측이 학생총회를 요구하면서 연명부에 서명한 1368명보다 더 적은 투표수로 선거는 마무리되고 전체 학생수 1만여명 중 715명만이 지지한 총학생회장이 당선됐다.

이에 학생총회에서 새로 구성된 중앙선관위(위원장 장효정, 2002년 법정학부회장 당선자)는 실무를 담당할 선관위 위원을 추가로 구성해 오는 29일 또 다른 선거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학생총회 성회와 그 대표성을 두고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못지 않은 혼탁한 대학선거를 지켜본 이들은 학교측의 개입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두고 총학선거와 재단의 관계에 주목한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으로는 재단의 전횡과 비리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내 비리 척결에 총학생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총학생회가 어떤 성향의 학생들이 되느냐에 따라 예전처럼 견제세력 없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남총련 한 간부는 "대학들이 비운동권을 지원하는 것은 재단이나 학교의 전횡과 비리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원척적으로 막기 위한 것으로 학교측에서 특정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밀어주며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전문대의 경우 재단과 학교는 교수들의 신분상 불안함을 이용해 교수들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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