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몇몇 학부모들의 선동인가, 아니면 교육계의 자기 사람 봐주기인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촌지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H초등학교의 홍 아무개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학부모와 학교장, 해당 교육청이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몇몇 학부모의 교권 흔들기?

▲교사 폭력과 촌지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경기도 H초등학교 ⓒ 오마이뉴스 박수원


경기도 고양시 H초등학교 1학년6반 홍 아무개(53)교사의 학교 폭력과 촌지가 공론화 되기 시작한 건 한 달 전인 지난 10월 11일.

이날 1학년 6반 학부모 약 25명은 서명에 동참한 학부모 41명(후에 39명)의 명단과 홍 교사의 문제점을 기록한 서류를 들고 홍 교사를 직접 만나 학부모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한 아무개(54) 교장도 면담했다.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촌지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교사 폭력에 대한 입장만을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밝힌 폭력 사례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홍 교사가 급식 지도 중 모든 아이들에게 남김 없이 음식을 먹을 것을 요구하면서 음식을 토한 아이에게 토한 음식을 다시 먹게 했다는 것과 벌을 받는 아이에게 "분필을 씹어 먹어라"고 지시한 것 등이다.

10월 11일 면담 이후 학부모들은 학교장으로부터 15일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13일 학부모들이 아파트 내에 이와 관련한 대자보를 붙이면서 언론에 소개돼 확산됐다. 대자보가 붙자 한 교장은 15일 '학부모님께'라는 통신문을 전교생에게 배포해 "몇몇 강경한 학부모들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이번 일이 일어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장과의 약속을 어기고 '대자보'를 붙인 이유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장이 면담 다음 날 학부모들의 뒷조사를 하면서 운동권인지 여부를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홍 교사의 폭력 현실을 사실대로 알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아무개 교장은 "운동권인지 여부를 조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몇몇 학부모가 주도해 교권 흔들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0월 15일 교장은 '담임교체' 수준에서 논란을 봉합하고자 했지만 학부모들은 이러한 교장의 결정에 반발해 고양시 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해 홍 교사와 한 교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 진정 자료에는 홍 교사의 폭력 사례뿐 아니라 촌지수수에 대한 진술서와 한 교장의 사건 처리에 대한 문제점을 담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국 홍 교사 사건은 고양시 교육청으로 넘어가 조사에 들어갔고, 현재 경기도 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이 학교 교장의 태도와 교육청의 조사 과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과 학교장의 대립

▲H초등학교 1학년 6반. 현재 담임이 교체됐지만 여전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H초등학교 1학년 6반 학부모들과 이 학교 교장 사이에는 몇 가지 상반된 주장이 존재한다.

첫 번째가 홍 교사 사건을 공론화시킨 절차상의 문제.

학교는 몇몇 학부모들이 교장이나 교감에게 우선 시정요구나 건의를 하지 않고 언론과 대자보를 이용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들은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작년에도 학부모들이 홍 교사의 폭력적인 행동에 항의해 서약서까지 받았지만 학교장이 관련 학부모들을 하나씩 불러 교사를 돕지 못할망정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사태를 무마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교장의 일 처리 방식을 신뢰할 수 없었고, 이번에도 몇몇 학부모들의 선동으로 치부해 결국 사건을 공론화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홍 교사에 대한 학생지도 방식.

한 교장은 홍 교사에 대해 "성격이 곧고, 융통성이 없어서 이런 일을 당했다"며 "급식문제도 학생들을 그대로 두면 대다수가 급식을 먹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도를 엄격하게 했을 뿐"이라며 토한 음식을 먹게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홍 교사의 폭력과 강압으로 아이들이 학교가기를 꺼려 했고, 하루 한자 50자 익히기 등 무리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학교장에게 홍 교사는 학생 지도 잘하는 능력 있는 교사였던 반면, 학부모들에게는 교단에서 퇴출돼야 할 교사였던 셈이다.

세 번째는 촌지수수 문제.

한 교장은 "홍 교사에 확인해본 결과 어떤 학부모가 봄 소풍과 추석 때 두 차례 스타킹 선물에 봉투를 넣어줬기 때문에 누가 준지 몰라 돌려줄 수도 없었다고 확인했다"며 "이미 교단에서 촌지는 없어진 지 오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 6명은 진술서를 통해 무언의 촌지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고 실제 촌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5.30일쯤 백화점 상품권 선생님께 전달했음. 그 후로 계속적인 구박에...9.20쯤 현금 2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하시면 정말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학부모 박 아무개)

"1학기 초 선생님의 직접적인 뇌물요구는 아니었지만 아이가...산만하고 집중력이 없다고 강조한 점.. 선생님께서 아이의 말을 듣지도 않고 혼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며 보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과제물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청소당번 순서가 아님에도 9월 7일 청소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뇌물을 요구함을 느껴 상품권 100,000원을 갖다드렸습니다." (학부모 이 아무개)


▲1-6반 한 학부모의 촌지사례 진술서ⓒ 오마이뉴스 박수원


고양 교육청 "삼자 대면은 안 된다"

"고양시 교육청이 비리 교사와 교장을 비호하는 것 아닙니까. 왜 진정인들이 요구한 내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3자 대면을 통해 사실 확인을 원합니다."
"감사를 진행했고 경기도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자료가 올라갔습니다. 3자 대면은 소용이 없습니다."

11월 12일 오후3시 고양교육청 학무과. 진정서를 낸 1학년 6반 학부모 10여 명과 담당 장학사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1학년 6반 학부모 황종렬 씨는 "교육청이 촌지 사건 이외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단지 홍 교사의 진술만 확인했을 뿐 39명이 제기한 내용 중 단 한 건도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사가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감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양 교육청 학무과 최 아무개 장학사는 감사 내용 확인을 요구하자 "일부 촌지 받은 것은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자료를 토대로 경기도 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처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자 대면을 통한 사실 확인과 관련해 최 장학사는 "진정인 보호 차원에서 대면 조사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참교육 학부모회 황수경 상담실장은 "실제 상담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H초등학교보다 더 심각한 사례가 많지만 아이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나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며 "교사, 교장, 교육청이 끈끈한 유대관계로 맺어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면 바로 그날 민원을 접수한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혹시 감사를 통해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처벌수준이 미미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된다"며 "촌지나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잘못을 저지른 교사가 교단에 발을 못붙이는 원칙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박석균 사무처장도 "교사가 무조건 보호받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지도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촌지를 받는 교사답지 못한 교사를 비호하는 건 사건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교육공무원징계령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 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돼 있다.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촌지는 금품수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에서 정한 내부 규정에 의해 징계수위가 결정된다"며 "진정인과 혐의자의 진술 모두를 참작하지만 진술이 엇갈릴 경우 수사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1학년 6반 담임인 홍 교사는 병가를 낸 상태이며 징계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