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영화<제리 맥과이어>에 탐 크루즈의 상대역으로 르네 젤위거가 출연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르네는 '르네 루소'였다. 하지만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면서 르네 젤위거는 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최근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스위스와 노르웨이의 혈통을 이어받은 르네 젤위거가 태어난 곳은 텍사스주의 휴스턴 근처의 정말 작은 마을. 나사 우주 항공 센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도시 휴스턴은 미국에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도시지만, 그녀가 태어난 작은 마을 카티(Katy)는 휴스턴 근처에 위치하고 있을 뿐, 케이블 TV를 비롯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없을 만큼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그녀는 '라디오, 필름, 텔레비전'의 미디어 분야를 전공하기 위해 텍사스 주립대학에 진학했고, 학교의 극장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극장상영 영화를 봤다고 한다. 그나마도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그러나 남들보다 영화를 늦게 보았다고 모든 행동발달상황이 느린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남들보다 1년 빨리 학사학위를 받았으니까.

▲ 그녀가 처음 출연한 독립영화
르네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미국의 독립영화 <사랑, 그리고 a.45(Love & a.45)>에 출연하면서부터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 쌍의 연인이 두 명의 공범과 도둑질을 한 후 싸이코같은 공범들을 피해 돈을 갖고 국경으로 도망친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이 영화와 더불어 96년에 출연했던 영화 <더 홀 와일드 월드(The whole wild world)>로 미국의 독립영화상 시상식인 Independent Sprit Award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후 <제리 맥과이어>에 출연하면서 헐리우드로 진출한 르네 젤위거는 98년에는 <원 트루 씽(One true thing)>에서 메릴 스트립의 딸로 열연했고, 99년에는 <청혼(The Bechelor)>, 2000년에는 <너스 베티(Nurse Betty)>로 드디어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미, 마이셀프, 아이린(Me, Myself, Irene)>에 출연한 그녀는 올해 극장가를 강타한 화제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로 전세계 박스 오피스를 누비고 있다.

▲ '미, 마이셀프, 아이린'의 르네
그녀의 매력이 무엇일까?
그녀는 줄리아 로버츠처럼 '쭉쭉빵빵'하지도 않고 캐서린 제타 존스처럼 고혹적인 미인도 아닐 뿐더러 제니퍼 로페즈처럼 이방면 저방면에 능숙하지도 않으며 (헉헉..) 안젤리나 졸리처럼 육감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천사같은 미소가 있지 않은가. 전형적인 미인들에게 길들어진 우리의 시야를 사로잡는 그녀의 미소는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한없이 순진한 표정, 동그란 눈을 굴리며 만드는 놀란 표정, 혹은 잔뜩 찌푸리고 화를 내는 르네의 표정은 헐리우드의 어떤 여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르네는 그녀가 맡은 여주인공들의 이름이 영화의 제목으로 당당하게 걸리는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여성의 위치를 크게 상승(?)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 마이셀프, 아이린>의 아이린, <너스 베티>의 베티, 그리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는 브리짓으로 분한 르네 젤위거는 세상의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 아마도 그 덕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영국의 박스오피스에서 주말 개봉 최고 기록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살과의 전쟁, 담배와 알콜과의 전쟁, 그리고 노처녀로 버티기 전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많은 여성들은 오늘도 '브리짓 존스'를 꿈꾸며 극장 앞에서 지갑을 열고 있지 않은가.

▲ <너스 베티>의 르네
날마다의 몸무게, 하루 섭취한 칼로리의 양, 담배와 알콜, 그리고 남자에 관해 시시콜콜 적어나간 한 권의 일기장 덕분에 브리짓 존스, 아니 르네 젤위거는 세계의 스타가 되었고 그녀의 가능성은 한국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99년에 만들어진 영화 <청혼>은 남자주인공 크리스 오도넬의 이름을 메인 크레딧으로 올린, '독신남자 = 야생마 ?'의 '등식'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청혼>은 르네 젤위거의 이름을 메인 크레딧으로 올리고 '여자 + 멋진 청혼 = 결혼'이라는 '공식'을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배우가 잘 나가면 세상의 여자들이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작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르네 젤위거가 출연한 영화 세 편은 올해 국내 극장가에 모두 간판을 걸었다. 만약 가수 신중현의 노래 '미인'이 올해 만들어졌다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의 주인공은 르네 젤위거가 되었을 터? 영화<청혼>의 대사를 잠깐 빌려오자면 "르네 젤위거! 네가 이겼어. 유 윈(You Win) !!"

▲ <청혼>의 크리스 오도넬과 르네 젤위거
2001-10-11 10:4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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