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쩌쩌 자껏이 눈꾸먹(눈구멍)을 어따뜨고 댕기면서(다니면서) 삥아리(병아리)를 밟아죽인겨? 맨날 허라는 핵교 공부는 안허고 커서 멋될껴? 니 아부지알면 빗지락 몽뎅이로 정갱이를 한대라도 얻어 맞응께 뱃창시터진 삐알기(병아리) 소망(변소)에다 훌떡 던져버리고 까데가라이~잉."

시골 선머슴 복장으로 분한 익산의 오점순 주부는 속사포 같이 빠른 속도로 토종 전라도 사투리를 연신 쏟아냈다. 27일 오후 7시부터 전주문화방송 공개홀에서 열린 '전라도사투리경연대회' 현장은 전라도 사람조차도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순수 전라도 사투리들이 대회 참가자들의 입에서 술술 이어지며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신간 편하지라?', '둔너있으면 돼요!', '시방 뭔소리여!', '싸드락 싸드락 가더라고잉'

언제 들어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그 안에는 우리네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사투리 쓰기를 금기시하고 표준어에 익숙해 있는 것이 우리들 아닌가?

오늘은 옹굴지게 좋은 소풍날!
새복부터 인나서 아침을 묵었다. 수꾸락을 빼자말자 민경을 봄시러
시수를 두 번씩나 혔다.
드디어 뻐스를 타고 전주 박물관으로 출발!
이때까지 한번도 못 가본 디다.
'와따메! 요상헌 냄시~~~, 먼노무 칙간 냄시당가?'
'웜메~~이런냄시가 무지허게 싫은디~~'


네번째로 출연한 장계초등학교 최연주(4년), 이철규(4년) 두 어린이는 '연주와 철규의 일기'를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읽어 내려갔다. 소풍가는 풍경을 적은 일기장을 사투리를 써가며 읽어 내려가는 두 어린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고 방청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심사를 맡은 전남대 일어일문학과 미즈노 교수는 "광주에서 참가한 사람들의 말은 이해가 가는데 나머지 전라북도 사람들 사투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심사에 애를 먹었다"고 말문을 연 뒤 "남북으로 길다란 일본도 지역마다 사투리가 심했지만 이제 거의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운데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유학생 시절 하숙집 할머니가 쓰시던 사투리에 익숙해지면서 광주사람 다 됐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진허고 보둘다' 즉, '진하고 강인하다'는 말이다.

백남봉, 서현선 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사투리로 가사 바꿔 부르기, 사투리 뉴스데스크, 사투리 꽁트 등 11팀이 참가하여 열띤 경연을 벌였고 '내 어릴적에는'이라는 주제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 익산의 오점순 주부가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수상 오점순 씨의 '내 어릴적에' 원고 전문

저쩌쩌 자껏이 눈꾸먹을 어따뜨고 댕기면서 삥아리(병아리)를 밟아죽인겨? 맨날 허라는 핵교 공부는 안허고 커서 멋될껴? 니 아부지알면 빗지락 몽뎅이로 정갱이를 한대라도 얻어 맞응께 뱃창시터진 삐알기 소망에다 훌떡 던져버리고 까데가라이~잉

아~뭐시냐 저-저-저-점순이 엄니? 큰일낫슈
점순이가 벌떼들한테 봉변을 당해 버릿슈
아 뭣놈의 자다가 봉창뜯는 소리여 찬찬히 알아 듣게히봐
똘가상에 영글지도 않은 시퍼런 복송을 간질데로 훌트리다다 벌집을 쑤셔데서 눈텡이고 대걸빡이고 죄다 조솨 놨네요

아이고 자식이 아니고 웬수덩어리네 웬수여
어저꺼는 맷깟띠를 선머시매처럼 담박질허고 댕기다가 난빤닥을 싹 깨껴서 시커먼디 몸뚱아리가 성할날이 없구만 쯧쯧쯔

우리 엄니가 된장으로 여거저거 맥질혀주고 방구석에 쳐백혀서 꼼짝달싹도 말라는디 포도시 반나절을 이기다봉께 좀이 쑤시고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혀 갖고 거시기 뭐시냐 마실이 좀 댕겨 와야 건는디 아까 문꾸먹으로 봉께 왼똔집할매가 맴생이를 끄시고 나가던디 빈집가서 물외나 까지따서 골마리다가 꾸불쳐갖고 올까말까 되게 심심허구만~이

모퉁알에 있는 퇴깽이새끼 귓떼기 잡고 놀다가 울엄니한테 들기면 쥐지게 투두려 맞을 것 같고 개새깽이허고 놀자니 배룩이 시글시글허고 셋때도 지나고 배도 굴풋헌디 정지가서 요기나 허고 와야 것다.
아까막시 울엄니가 달챙이로 긁어놓은 깜박을 시렁에서 봤는디 곳 누가 게눈감추듯이 꿀꺽햇디아

섯빠지게 지둘리는 엿장시허고 깨끼장시는 오늘도 안와서 내 애간장을 태우는 구만잉 울아버지 등글짝 떨어진 삼베적삼허고 말캉밑에 콥빽이터진 신발짝을 죄다 허청에다 쑤셔놓고 지둘리는디 심심헝께 고사티 또랑서 깨구락지라 잡아서 뀜지뀌어오고 땡개비나 잡어오야 헐랑게비네

거시기 뭐시냐 귀경온 사람들이 샛똥빠진소리 헌다고 콧방귀 뀔찌 모르것는디 이런것들 잡으러 댕기다가 비암걸리는데로 수도없이 때려죽였네 처거 뚝밑에사는 비암장시네 같다주면 오원씩을 주었는디 나도 대가리에 피도 안말러서부터 내 밥벌이는 톱톱이 잘허고 댕겼당께
아이고 내 주둥박좀봐 우리 신랑이 알면 정내미 뚝 떨어진다고 각방쓰자고나 안헐랑가 모르것네 쉰이다된 요셋난도 쇠주한잔 거나허면 맞선볼 때 내숭까고 숭포 떨어서 장가들었다고 짬짬허는디

아-아 수근이 아부지 어쩌것써 죄다 지난야그고 십팔년이나 살었는디
아 당신이 맨날 나보고 고라실사람 아니라고 헐깨비 전라도 사투리허면 걸어댕기는 백화사전이네 혔잔여 나 참말로 이런거리 없어서 모쫓자 댕겼네

엄니?엄니? 나 시방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에 나왔어

아 뭣셔? 오래살봉께 밸시런 대회가 다있다 물괴기가 물을 만났응께 오갈들지 말고 잘히봐라잉 장허다 내새깽이 근디 밥쳐먹고 배아지 땃땃헝께 뭐시 자랑꺼리라고 질바닥어다 시발유 지름깔고 품베리고 댕기면서 비암때리죽인 이야그를 다 까발리고 그려? 이서방이 집구석에 들어가면 다리몽생이 분질러 버린다고 허면 어쩔라고 그려?

엄니? 매급시 걱정 사서 하지맛쇼이~잉 나도 누울자리 봐서 발뻣응께
아~아~ 그려그려 언지는 니가 내말듯고 살었냐? 지버릇 개못주고 여전허구만이~잉 먼짓을 혀서라도 꼭 챔피온 먹고와라이~잉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