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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짓이라지요. 하지만 항상 못난 저를 이해해 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월말부부인 저는 이번 주에 집에 내려가질 못했습니다. 귀여운 '해목'(딸 이름입니다)이가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는데 참 보고 싶습니다.

어제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모기향 매트를 다음 주 금요일 것까지 잘라두었답니다. 하루에 하나씩 잘라둔 모기향 매트를 다 쓰는 날이면 제가 도착하는 날이랍니다.

아내는 오늘도 아가와 단둘이 잠을 청하겠지요. 새벽이 되었지만 잠이 오질 않아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필자 주)



결혼한 지 어언 10개월(?)이 되었다. 남들 보기엔 한창 신혼재미에 깨가 쏟아질 때라고 하지만 아내와 별거 아닌 별거를 하게 된 지 7개월 째. 아내는 사천(경남 사천), 나는 직장 문제로 1월부터 서울에서 생활을 하게 되어 주말부부도 아닌 월말 부부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짧디 짧을 신혼 10개월이 '어언 10개월'처럼 느껴질 수밖에.

먹고 사는 게 뭔지, 결국 우리 부부가 이렇게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도 모두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부부의 애틋한 정은 뒤로 접어두고,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버렸다.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어야만 가족도 있는 것인지 한참이나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세상인지라 '돈이 있어야 가족도 있는 것'이라 나름대로 결론 아닌 결론을 내려보기도 했다.

차디찬 지하철 역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웅크리고 몸을 뉘인 아저씨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려온다. 한창 직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낼 시간에 무슨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저렇게 웅크리고 괴로워하고 계실까. 아저씨들의 고통도 모두 그놈의 '돈' 때문 일 거라 짐작이나 해볼 뿐이다.

'돈' 때문에 부부가 갈라서고, 아이가 버려진다는 기사를 요즘도 쉽게 언론에서 접할 수 있다. 언제부터 가족을 지지해주는 버팀목이 '사랑'이 아니라 '돈'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만큼 우리들의 삶이 각박해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제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것'이 제아무리 중요할지라도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더군다나 아이를 가진 몸으로 남편의 빈자리는 지켜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7월 5일, 아내가 아이를 낳던 날 새벽, 아내는 진통이 시작되었다며 전화를 했다. 아내와 천리나 떨어져 있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우연히도 7월 4일에 첫 출근을 하게 되어 선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던 터라 아내가 아기를 낳는다고 회사에 이야기하기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먹고 사는 게 뭔지..." 아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결국 출산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아내와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4일 새벽에 아내가 몸조리를 하고 있는 하동 부모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던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와 아가가 자고 있을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오는 줄 알고 있었던지 아내는 작디작은 아가를 안고 문을 향해 앉아 있었다. 빼꼼히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이 가득했고, 나는 가슴에서 무엇인가 불뚝 뜨거운 것이 솟아 올랐다.

아가는 낯선 사람(?)이 곁에 있는 줄 알았는지 "빼~~~"하고 울며 아빠에게 첫인사를 했다. 아내와 나는 한참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아가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아가를 안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꽃'과 같았다. "그래, 사랑이 있어야 가족도 있는 것이지"라고 답을 얻은 건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나는 '못난 남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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