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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훔쳐보기를 한 남자가 현장에서 잡혔다. 이 남자는 작년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 붙잡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반성문을 쓴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18일 이 남자가 잡힌 후 쓴 진술서에는 "지난 달 공무원 시험이 끝나고 6월에 와서는 잡히기 전까지 하루에 한번 꼴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훔쳐보기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 남자는 곧바로 경찰로 넘겨졌다. 여기서 질문이다.

이 사람에게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을까?
①경범죄 ②성폭력특별법 ③건조물침입죄

18일 오전, 전남대학교 경영대학 1호관 건물 곳곳에 '현상수배 대자보'가 붙었다. 전날 3층 여자화장실에서 손거울을 이용해 훔쳐보기를 하다 P씨에게 발각돼 도주한 '성폭력용의자'에 대한 인상착의 등이 적혀 있는 대자보였다.

저녁 7시, 같은 건물 2층 여자화장실에 잠입해 훔쳐보기를 하던 J씨가 P씨에게 신고를 받고 달려온 학생들에 의해 붙잡혔다. J씨는 17일 훔쳐보기를 하다 P씨에게 발각되어 도주한 그 용의자였다.

P씨는 "어제 그 일이 있은 후 3층 화장실이 두려워서 가지 못하고, 2층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다가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다 놀랍게도 J씨가 조심히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봤다"며 "곧바로 선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J씨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P씨는 성폭력으로 112에 신고를 했고, 밤 9시 30분경 J씨는 관할파출소로 넘겨졌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기자가 관할 파출소를 찾은 밤 10시 20분이었다. 그 시간까지 파출소에서는 어떤 죄를 물어야 할지 몰라 법전을 찾아보고, 이리저리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사건이 처음이라 참 난처하다"며 "피의자가 한 행동은 잘못된 것 같지만, 형사법상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밤 11시경 기초조사를 끝날 무렵, 기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할 수 없느냐고 물어봤다.

"성폭력특별법 제13조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장소 기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중화장실이 공중밀집장소인지 모호하다"며 "다시 알아본 후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밤 11시 30분. 관할 북부경찰서에서 "성폭력특별법으로 기소하기는 어렵고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 파출소로 왔다. J씨는 20일 현재 형법상 '건조물침입죄'의 적용을 받아 북부경찰서에서 조사중에 있다. 대학교의 여학생화장실을 침입한 죄밖에 물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희대 법대 서보학 교수는 2001년 2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희롱은 범죄형태를 유형화하기 어려워 형사법의 범주에 넣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은 강간뿐만 아니라 불쾌한 언어와 추근거림, 은란한 눈빛,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일컫는 말이다. 즉 성폭력은 가해자의 의도성에 상관없이 피해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성폭력이라고 느낀 경우에 해당된다.

위의 사건은 아직 진행중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성폭력을 행한 피의자를 관련 법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자칫 또 다른 성범죄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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