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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 누드사진을 공개했던 충남 비인중학교 김인규 교사가 7일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직접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지난 5월 26일 자신과 부인의 나체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학교 미술교사 김인규(40·충남 비인중) 씨가 세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김인규 씨는 7일 MBC 100분 토론 '미술교사 누드사진, 어떻게 볼 것인가'에 패널로 직접 참석,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하루 20명 안팎의 독자가 오갔던 김교사의 사이트는 최근 61만명 가까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부는 김씨의 홈페이지에 대해 재판전 임에도 불구하고 7일 낮 한국통신측에 '폐쇄'를 요청, 결국 문을 닫게 만들었다. 김인규 씨는 오는 9일 검찰조사를 시작으로 법정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충남 한 시골 중학교 미술교사인 김인규 씨. 그가 말하는 '누드사진 공개 이유'를 들어봤다.


왜 사회는 단지 '벗었느냐, 안 벗었느냐'에만 관심을 갖는가

ⓒ 오마이뉴스 김미선
방송 1시간 전인 7일 오후 11시. 촬영장인 MBC B스튜디오 앞에서 김교사를 만났다. 그는 방송촬영을 위해 수업을 다 마친 늦은 저녁 서울로 향했다. 서울 도착시간은 오후 9시. 방송이 끝나는 대로 내일 수업을 위해 택시를 대절해 둔 상태다.

'인터뷰' 요청에 그가 한 첫 말은 '너무 피곤하다'. 5월말 '갑자기' 세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터뷰가 쇄도했던 탓이다. 그러나 물밀 듯이 몰아치던 인터뷰에서 김교사가 건질 것은 별로 없었다. '음란성' 시비만 입에서 입으로 옮겨다녔다.

김교사와의 짧은 인터뷰는 그를 인터뷰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방송전 인터뷰에서는 'MBC 100분 토론'에서 중점적으로 논하게될 주제는 제외했다.

- 누드사진 파문이후 학교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예전과 좀 달라졌는가.
"훨씬 진지해지고 수업을 더 열심히 듣는다."

- '누드사진 인터넷 게재'와 관련, 사회의 시각은 찬반양론인데 학생들도 갈라진 반응을 보이지는 않던가.
"학생들은 안 그렇다. 학생들은 오히려 나를 지지한다. 나를 일단 믿으니까. (학생들은)'우리 선생님은 미술선생님이시고 예술가이기 때문에 우리 선생님이 하시는 일은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닐 것이다'라고 믿는다. 그리고 미술시간에 내가 내 작품을 갖고 수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교육과정에 있는 범위 내에서 그와 관련된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은 더 쉽게 이해를 한다."

김인규 교사 인터뷰 "학생들은 나를 지지"/ 허성호 기자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교사로서 누드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할 수 있나', '예술이냐, 음란물이냐' '현행 교사를 긴급체포할 필요까지 있었는가' 등이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거기에 대한 얘기는 이미 다 된 것 같고, 논란의 여지가 워낙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우리 신체, 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였다.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신체가 어떤 것인가'를 얘기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단지 '벗었느냐, 안 벗었느냐'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자체가 참 너무나 미성숙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교사라는 신분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내 작품이 음란물이 아니라면 문제가 안되는 거 아니냐. 내 작품이 음란물이라면 예술가라도 문제가 되는 거고, 내 작품이 음란물이 아니라면 미술교사여도 문제가 안되는 거다."

ⓒ 디지털 '미동'
- 문제가 확대되고 난 뒤 함께 사진을 찍었던 부인의 반응은.
"나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 긴급체포될 당시의 심정은 어땠나?
"황당했다."

- 조사과정에서 경찰들의 반응은 어땠나?
"나름대로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같은 지역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경찰들 내부에서도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란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부분을 그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다."

- 사회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타깝다. 신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요즘은 그런 시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 '신체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그 부분을 얘기한 거다. 일부에서는 '벗으면 뜬다. 그래서 벗었다'고 얘기를 하는데 벗었다고 뜬 거 자체가 사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 긴급체포되긴 했지만 영장은 기각됐다. 재판을 통해 계속 정당성을 주장할 생각인가.
"검찰소환을 받아놓고 있다. 토요일에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 앞으로도 계속 예술활동을 할 것인가.
"일단은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옛날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평범한 시골 학교 미술교사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내가 나체사진을 공개한 이유는..."

오후 11시 30분이 되자 100분토론 촬영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스탭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방송준비를 하는 동안 패널들은 분장실에서 분장을 하고, 방청객들도 자리를 잡아 앉았다.

8일 0시 5분. 사회자인 유시민 씨의 "축구중계로 오늘은 1시간 늦게 시작했으니 학생들은 다 잘 거다. 어른들끼리 벌이는 속시원하고 거리낌없는 토론을 기대한다"는 시작멘트와 함께 촬영장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이날 토론회의 소주제는 '음란물인지의 여부', '교사신분으로 누드사진을 공개한 것이 타당한가', '인터넷 상에 공개한 것에 대한 찬반토론' 등이다. 토론에서 양측패널들은 찬반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으나 '음란물 판단' 보다는 청소년 유해성, '교사신분 우선인가, 예술인이 우선인가' 등이 주되게 오갔다.

ⓒ 디지털 '미동'
이 자리에서 김인규 교사는 차분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교사는 '왜 나체사진을 공개했는가'라는 질문에 "그간 예술은 신체의 규격화된 의미만 강조해왔고, 이를 벗어나면 추한 것으로 간주됐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신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이영자 씨의 지방흡입술 문제도 규격화된 아름다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그런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왜 하필 인터넷에 공개했는가'에 대해서는 "난 충남의 후미진 곳에 살기 때문에 잠자기 전에 30분에서 1시간 가량 투자해 미술작업을 하는 것 외에는 창작활동을 할 시간이 없고 전시 기회를 찾아서 움직일 수 있는 여건도 안된다"며 "내 현 위치 속에서 예술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발견했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은 평면작업임에 반해 인터넷은 링크를 통해 이어질 수 있고 사고의 흐름 속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주는 이미지는 성적충동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당황하고 물러서게 만들어졌다"며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포르노 사이트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100분 토론이 방송되는 동안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시청자들의 의견도 상당수 접수됐다. 시청자 의견 분석담당자에 따르면 이날 접수된 의견은 '김인규 교사에 대한 지지'가 훨씬 많았다.

토론회 후, "어른이 보기엔 문젠데 애들이 보기엔 안그런 것 같더라"

'MBC 100분 토론'이 끝난 뒤 김인규 씨가 사회자인 유시민 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녹화장 밖 대기실 TV에 열중하고 있는 한 중년남성을 발견했다. 한참 TV에 열중하던 그가 내게 말을 건넨다. "이 토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알고보니 그는 김인규 씨를 충남 서천까지 태워갈 택시운전 기사였다. 그는 김교사와 한동네에 살기 때문에 그를 잘 안다고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저건 부모들이 들고 일어난 거잖아요. 나도 하도 동네에서 말이 많기에 고1짜리 딸하고 같이 봤어요. 근데, 사실 '어휴, 이거 뭐야'라고 할 줄 알았는데 별 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선생님이 저게 뭐냐?'라고 했더니 '이게 뭐 어때서? 이거 별 거 아냐"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보면 문제인 것 같은데 애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은가 봐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나도 '교사가 민망하게'라고 생각했는데 토론회 보니까 그런 것 같지도 않네요. 워낙 거기가 촌구석이다 보니까 그런가"라고.

8일 새벽 1시 30분. 토론회는 모두 끝났다. 김인규 씨는 방송전보다 밝은 얼굴이었다. '김인규 씨 누드사진 논란'을 100분토론 주제로 선정하자고 제안했던 황용구 제작부장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황용구 부장. ⓒ 오마이뉴스 김미선
- 오늘 100분 토론이 기획의도에 맞게 잘 진행됐다고 보는가. 몇몇 사람들은 격론이 벌어지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대체적으로 잘 된 것 같다. 찬반양론이 조심스럽지만 자신들의 입장은 다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 '김인규 교사의 누드사진 공개'를 토론주제로 잡은 이유는?
"내가 직접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그 사진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성적충동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였다. 음란 사이트라고 할 수 없었다. 김인규 교사는 그 작품안에 작품관, 예술관에 대한 정리를 잘 해놓았다. 여느 평론가들보다 더 나았다. 마녀사냥식의 핍박과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 김교사를 직접 패널로 선정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가?
"논란의 당사자이고, 본인만큼 얘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언론에서도 '음란여부'만 부각시켰기 때문에 본질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선생도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였다. 결정했다가 번복하기를 몇차례 한 뒤 어렵게 참가한 거다."

- 토요일(9일)부터 김교사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된다던데 이 토론회가 검찰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검찰조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전제하지 않았다. 판검사들이 영향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토론주제를 잡으면서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의식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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