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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조태경 간사가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올라 새만금 갯벌 개발 중단을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중단됐다가 지속 여부를 놓고 팽팽한 논란을 빚어온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정부는 "방조제는 완공하되 동진수역을 우선 개발하고 만경수역은 수질이 목표기준에 적합하다고 평가될 때까지 개발을 유보"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하지만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정권퇴진'을 외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재개방침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5월 25일 오후 3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한동 국무총리와 농림부·환경부·해양수산부·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전라북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순차적 개발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전북 군산과 부안 사이에 33km의 방조제를 막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4만100ha의 농지(2만8300ha)와 담수호(1만1800ha)를 만드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노태우 정권 때인 91년 11월에 착수됐다가, 시화호 오염을 계기로 99년 중단된 후, 약 2년만에 일단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장은 "최종회의에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서도 특별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면서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도 고심에 고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결정했고, 정부의 정책방향도 기본적으로 친환경적 개발이니만큼 환경단체들도 이해해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만금사업 재개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정권퇴진'을 외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은 "'순차개발'이라는 누더기 시나리오를 내걸고 새만금사업 강행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면서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는 5월 25일 새만금 사업 '순차 개발안'을 확정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의 결정 "동진강 먼저, 만경강 나중"

▲5월 25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국무총리실 기자실에서 나승포 국무조정실장이 새만금 간척사업 재개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의 개발안에 따르면 우선 오는 2004년까지 전체 방조제를 완공하고 수질이 나쁜 만경강 지역은 당분간 수문을 열어놓고 수질개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간척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91년부터 시작된 방조제 공사는 99년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전체 33km중 19.1km가 진행된 상태다.

동진강 유역은 2006년까지 방수제(99km)를 완공한 뒤 2008년까지 간척사업을 완료, 1만3200ha의 농지를 조성하며, 만경강 유역은 수질개선대책이 착실히 이행되면 2006년부터 방수제 공사에 착수, 2001년께 1만5100ha의 농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 1조3275원을 투입, 총 공사비는 3조48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연간 14만t의 쌀을 생산하고 10억t 상당의 농업용수자원을 확보하며 상습침수피해지역 1만2000ha의 문제가 해소된다고 밝혔다. 또한 군산-부안간 교통환경이 개선되고 새만금 주변지역이 종합생태관광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여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오랜 고뇌 끌에 내린 선택으로 이해한다"면서 "환경단체들도 정부의 결정이 고심 끝에 내려진 것임을 인식하여, 환경친화적인 새만금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환경·사회단체 그리고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단견"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재고를 촉구했다.


환경단체 "이제부터 정권 퇴진운동"

이한동 국무총리 등 관계부처 장관이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새만금사업에 대한 최종 회의를 하는 동안 새만금 개발에 반대하는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소속 관계자는 항의방문차 정부종합청사로 이동하다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서울 높은 양반 만나러 왔는데, 경찰만 보고 가게 생겼네
새만금에서 올라온 주민들은 정부에 새만금 반대의사를 전달하려 했지만, 광화문 길거리에서 새만금 강행 소식을 들어야 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광화문 프레스센타에서 '새만금 시국선언'에 참가했던 문정현 신부와 전북 어민 등 50여명은 'SOS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한다'는 노란색 깃발을 들고 "새만금 사업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종합청사로 향했으며 경찰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들을 막았다.

흩어져서 정부종합청사로 가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숨바꼭질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이들은 '새만금 순차개발'이 확정·발표될 때까지 몇 겹의 경찰에 둘러싸인 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새만금도 활동가도 SOS
청사로 향하던 활동가들은 모두 경찰에게 잡혀 '고착'을 당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의 '순차적 개발안'이 발표되자 환경운동연합은 긴급 성명서를 발표, "모든 환경·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지금 이 순간부터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연은 △무기한 농성 △정부와의 모든 협력관계 전면거부 등을 선언했다.

환경연은 "선거와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새만금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반환경적인 실정과 민심을 유린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2002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는 모든 지역에 자체 후보를 내거나 시민후보와 연대하여 사실상의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막자, 한 활동가가 경찰을 피해 정부종합청사쪽으로 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국선언을 마친 각계인사 50여명이 새만금 반대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정부종합청사로 행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새만금 최종 발표 앞두고 1445인 '선언'

정부의 새만금간척사업 재개여부 최종 발표를 몇 시간 앞둔 가운데 학계·문화예술계·법조계·시민사회·노동·농민 등 각계 인사 1445명은 5월 25일 11시 '새만금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새만금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시국선언 형식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 두 성직자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새만금 지킨다"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는 각계인사들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타 20층에서 문규현 신부와 지하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의 낭독으로 발표된 선언문을 통해 "만약 정부가 성숙한 민주주의와 생명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고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권력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던 문정현 신부가 경찰에게 사지가 들려 끌려나오고 있다.(사진 왼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문정현 신부가 기절해 간호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이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은 생명의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퇴행의 위기에 처한 정치적 문제"라면서 "이제 권력이 스스로 결정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개발독재시대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고 오늘의 세대가 미래세대의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고 우매한 시대는 끝났다"면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우리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윤준하 중앙집행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새만금간척사업 강행의사를 표명한다면 반민주당운동을 전개하고 노벨평화상 문제까지 건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각계 인사 1445명은 5월 25일 11시 '새만금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새만금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각계인사 1445명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새만금 시국선언문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결연한 의지로 모였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냐 갯벌이냐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무엇보다도 생명의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퇴행의 위기에 처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성급하게 강행하려는 새만금간척사업은 미래세대의 눈으로 볼 때 망국적 대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꾸려갈 국토를 온전하게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의 강행은 그 숭고한 의무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재앙과 폐허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입니다.

시화호의 어마어마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정책집단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새만금간척사업은 갯벌을 파괴할 뿐이며 그 어떤 환경대책도 없다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를 위시한 개발부처들은 여전히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새만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정부는 아직도 민주적인 합의의 절차를 무시한 채 과거 정권에서 보았던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밀실행정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권력이 스스로 결정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개발독재시대와는 결별해야 합니다.

갯벌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물들이 모여 사는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입니다. 갯벌은 논보다 일백 배나 경제가치가 높다고 네이처 지는 보도했습니다. 새만금갯벌은 육지의 콩팥일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졌고 무엇보다 무수한 생명들이 어울려 사는, 우리가 대대로 물려받은 자연유산입니다. 새만금갯벌에는 삶의 터를 잃고 쫓겨날 어민들이 있습니다. 철 따라 날아오는 물떼새와 도요새가 있습니다. 생명의 아름다운 흔적을 갯벌에 남기는 갯지렁이와 조개가 있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권리는 없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새만금갯벌에서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마땅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깃발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의 세대가 미래세대의 자연을 파괴하는 우매한 시대도 끝났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생명의 가치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새만금간척사업 중단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만이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며, 지역주의의 폐해에서 이 나라를 구하는 길입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생명평화의 시대를 선언합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성숙한 민주주의와 생명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고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권력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2001년 5월 25일
새만금 시국선언자 1,445인


▲새만금에 사는 주민들은 새만금을 개발대상으로 보지말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봐 주기를 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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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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