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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옆의 지도를 보시지요.

지도가 왜 거꾸로냐구요? 아닙니다. 이 지도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세계지도입니다. 지구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구의 밑은 북극이고 남극에 가까운 자기 나라가 당연히 지도 위에 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니 다른 지도에선 항상 구석에만 있어 찾기가 영 쉽지 않았던 뉴질랜드가 세계의 중심국처럼 보이는군요. 자부심을 느낄 법 합니다.

영.미인들의 세계지도

다음 지도를 볼까요? 이것은 유럽과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세계지도입니다. 대영 제국의 호시절에 만들어진 지도답게 과연 영국과 미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지도를 보니 한국이나 일본은 마치 아프리카 오지의 후진국처럼 보입니다. 서구인들의 세계지도에서 한국은 변방의 주변국일 뿐이군요.

한국인의 세계지도

세번째 지도입니다. 우리 눈에 친숙한 세계지도군요. 유라시아와 북미대륙을 양 옆에 거느리고 있는 한반도. 과연 세계의 중심국가 답습니다. 이 지도를 보니 외신들이 왜 인천공항이 지정학적으로 유망한 위치에 있다고 극찬하는지 새삼 실감이 나는군요.

지구는 축구공처럼 둥그렇게 생겼는데 평면 위에 지도를 그리자면 당연히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왜곡현상을 줄인 정확한 지도를 그리려고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3차원 물체인 지구를 2차원인 종이 위에 그리려는 순간 이미 왜곡은 일어나게 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북반구에 있는 영미권 국가들이 영토를 실제보다 부풀려 보이기 위해 메르카토로식 세계지도를 의도적으로 채택한다는 비판도 하고 있지요. 실제로 메르카토르 기법으로 세계지도를 그리면 유럽, 북미, 러시아등 주로 북반구에 위치한 세계열강들의 영토가 굉장히 확대되어 나타납니다. 제국주의 열강의 패권주의는 이렇게 지도에 마저 도사리고 있었군요.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어느 나라든 세계지도는 항상 자국을 중심으로 그리는 것이 관행입니다. 지구는 둥그런 탓에 종이 위에 지구의 모습을 펼치는 순간 좌.우 양 끝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 어느 나라든 자국을 가운데 놓고 다른 나라를 주변부에 그리는 것이지요.

지도에서 자국 중심주의를 배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편하지만 지구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구본 위에서는 어느 나라도 감히 세계의 중심국이라고 자만할 수 없지요. 더구나 지구본으로 세계지도를 보면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았던 북극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유럽-극동간 최단항로 북극해. times
타임誌 최근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두터운 얼음이 조금씩 녹으면서 그 간 쇄빙선의 안내를 받아야만 항해할 수 있었던 북극해에 대규모 선박이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열리고 있다 합니다. 현재 속도로 계속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약 20년 후엔 유럽의 중심항 암스테르담에서 부산항까지 이어지는 북극권 최단 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부산에서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 무려 1만5천마일을 넘던 기존의 항로가 절반 정도로 단축된다고 합니다. 장차 경인선으로 연결될 시베리아 철도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게 되는군요.

한편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지난 주 뉴욕을 출발, 곧장 북극 항로를 거쳐 홍콩까지 15시간 만에 날아가는 최단 시간 논스톱 비행기를 취항시키기도 했습니다. 지구본 없이 종이로 된 세계지도만 보던 사람들에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군요.

지구는 둥글고 역사는 돌고 돕니다. 둥그런 지구에서는 어느 나라도 중심국가라고 자만하거나 주변국이라고 서러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천 공항 개항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국으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우리 항공 정책 담당자들께 지구본부터 먼저 구입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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