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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고를 생각하기 전에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나랑 같이 일했던 식구들을 (그들이 다른 직장을 얻기 전까지) 잠시나마 길거리로 내몰았던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지난 달 28일 문을 닫은 데일리클릭(www.dailyclick.co.kr)의 대표이사 이성진(30) 씨는 9일 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9기 수강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데일리클릭을 만들고 폐간하기까지 굉장히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라면서 "경영과 인터넷에 대해 더 공부를 한 후에 인터넷뉴스 분야에서 새롭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컨텐츠개발 면에서는 일정하게 성공했지만, 결국 경영에 미숙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모든 책임은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나의 한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해 말부터 인수협상이 상당히 진척되었지만 상대 회사의 갑작스런 사정악화 등으로 두세 차례 거듭 결렬됐고 결국 모든 자금줄이 막히게 되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우리들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판단이 들어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한국의 뉴스 컨텐츠시장은 너무 왜곡돼 있다"면서 "포털사이트들이 거의 무상으로 데일리클릭의 뉴스를 가져갈 정도가 된 시장상황도 묻을 닫은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성진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 폐간하던 날 데일리클릭에 '마지막 글을 올리며'가 이 사장 이름으로 실렸던데, 그 글에서 투자환경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컨텐츠 시장의 잘못된 투자관행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우리 같이 아마추어로 출발해서 하나의 미디어를 일궈내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돈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과 기업의 투자 담당자들이 데일리클릭과 같은 성격의 회사를 외면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면 중요한 자산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데일리클릭의 게시판에 가보니까 폐간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상당수이던데 그 중 한 독자의 제안처럼 국민주모금 같은 방식으로 자구책을 모색해 볼 생각은 없었나.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주방식에 대한 검토는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작년 12월과 올해 1,2월에 걸친 인수협상에 좀더 큰 비중을 두었던 거다. 인수협상이 상당히 깊숙하게 논의되었지만 투자회사의 사정변경으로 갑자기 결렬되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모두들 지치게 되었다. 한 달에 3천만원이 들어갔는데 그것을 계속 감당할 수 없어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 데일리클릭이 경영에서는 결국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컨텐츠의 질이나 신문의 위상 면에서는 애당초 목표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는가.

"우리가 활용한 자원에 비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멀리 온 것 같다. 출발 당시 우리는 현 상태에 이르기까지 약 20억 이상의 자본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 소요된 자본금은 2억원 정도였다. 컨텐츠의 질은... 하루에 10여 개의 기사가 실렸는데 사실 보여주고 싶었던 컨텐츠 중에서 아직 절반도 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 데일리클릭은 뉴스 컨텐츠 판매를 어느 정도 했나. 큰 수익이 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데일리클릭이 문닫기 전에 대략 15개 사이트에 컨텐츠를 제공했다. 주요 포털사이트는 대부분 제휴를 했다. 그러나 컨텐츠 질에 상관없이 가격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거듭됐다. 포털사이트들이 가장 큰 구매자인데 한 사이트당 한 달에 한 40만에서 50만원 정도 주는 것에 불과했다.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상황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포탈사이트의 '횡포'랄까? 한국같이 그렇게 컨텐츠시장이 열악하다면 다른 온라인신문들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계속 겪을 것이다."

- 데일리클릭의 폐간이 다른 뉴스사이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폐간한다니까 많은 분들이 메일이나 전화를 줬다. 그 중에는 이런 말씀도 있었다. '데일리 클릭이 폐간하면 다른 많은 회사들에게 약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폐간된 건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 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데일리클릭이 폐간됨으로써 상대적으로 그 교훈을 바탕으로 살아나는 회사들이 있을 것이다."

- 폐간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창간때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텐데.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려서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사무실은 평소 알고 지내던 PC방 사장님이 제공해 줬다. 직원은 나를 포함해서 3명으로 시작했는데 기획, 기사 작성, 서핑을 각각 책임졌다."

- 되돌아볼 때 데일리클릭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E-mail 주소변경 건도 하나가 될 수 있겠다. 당시만 해도 사이버정책이나 사이버외교 등에 정부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E-mail주소가 webmaster로 결정되어 전세계에 7만 여통이나 보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점이 온당치 않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가 데일리클릭의 그 기사를 보고 정말 옳은 지적인 것 같다고 해서 대통령의 E-mail주소를 webmaster에서 president로 바꿨다."

- 나이가 서른인데, 앞으로 계획은?

"현재로서는 데일리클릭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 턱을 다쳤다. 치료를 하며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데일리클릭을 하면서 굉장히 비싼 수업료를 냈다. 경영과 인터넷에 대해 더 공부를 한 후에 새 길을 찾아나서겠다. 그러나 그 길도 여전히 '인터넷' '뉴스'란 단어들과 함께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기자만들기' 9기 수강생들이 공동으로 인터뷰한 것을 대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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