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음은 오늘(9월30일) 오전 9시20분경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노무현 후보가 한 연설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어제 저녁 부산에서 우리 당의 한화갑 대표님과 함께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지켜봤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같은 옷을 입고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역사 현장이 열리는 것을 목도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가능하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소박한 소망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시간 때문에 짧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만 가지 생각을 읽었습니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8분의 국민대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대표는 이름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지금R까지 대표는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 가슴속 간절한 소망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돼지 저금통을 받았습니다. 부산에서 대구, 광주로 역 광장 바닥에 사랑의 그림을 그리면서 돼지 저금통을 정성스럽게 줄 세우고 있는 노사모 회원들을 보면서 꼭 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 저의 책임을 거듭거듭 확인했습니다.

여러분, 해내겠습니다. 저는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12월19일 대통령선거의 승리를 향해 대진군의 북을 울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결단식만은 아닙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이 나라의 희망찬 새 시대를 열라는 국민들의 뜨겁고 엄숙한 명령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4월27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2백여만 명의 유권자와 당원이 참가한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혔습니다.

그 후 저에게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 후보'라는 영광은 잠시뿐, 기나긴 시련과 역정의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매서운 질타도 받았습니다.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소리 없는 외침을 보다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직시하고, 구태와 특권, 부패로 얼룩진 사회를 개혁하여 21세기의 진정한 새 시대를 열라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였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국민 후보 노무현으로 돌아가라는 국민여러분의 명령이었습니다.

저는 이 순간부터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민후보로서 원칙과 소신에 따라, 대선 승리를 향해 정정당당하게 매진하겠습니다. 이제는 당도 후보도 하나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안으로는 우리 사회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국민적 욕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밖으로는 한반도 주변에 변화의 시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저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권위주의 정치와 특권주의의 청산, 서민생활의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 발전, 그리고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희망찬 새 시대를 열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약속합니다.

첫째,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서 낡은 권위주의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구시대의 고질적인 행태를 되풀이하며 변화를 외면하는 정치가 국가 발전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정치개혁의 대상은 제왕적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한 망국적 지역구도와 계보정치, 줄서기 정치, 동원 정치입니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 '돈 정치'라는 정경유착의 고비용 정치구조입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망국적 지역감정과 지역구도를 이용하려는 분열주의적 정치세력과 과감히 싸워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겠습니다. 불신과 반칙의 정치풍토를 가져온 줄서기 정치, 계보정치를 단절하여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세우겠습니다.

'돈 선거'를 확실하게 단절하겠습니다. 법정 선거비용을 준수하고, 모든 경비는 지지자 헌금을 통해 조달하고,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특히, 방송·신문 등 미디어 선거, 인터넷 선거를 정착시켜 대규모 동원정치를 마감하고 저비용 고효율 정치의 새장을 열겠습니다.

둘째, 대다수 보통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모든 특권주의를 뿌리 뽑겠습니다.

특권주의는 부정과 부패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 청산의 실패, 분단과 전쟁, 장기간의 군부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온당치 못한 부와 권력이 우리사회 일각에 귀족적 특권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병역, 납세 등 국민적 의무와 사회적 책무는 회피한 채 부와 권력을 지배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대다수 보통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저는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부와 권력으로 국민적 의무와 공적 책임을 유린하려는 편법과 변칙 행태에 과감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병역 및 조세, 공정거래 등 관련법 개정, 정비와 공소시효 연장,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등 필요한 법과 제도를 대폭 개혁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법 앞에선 어떤 사회적 약자도 있을 수 없는 진정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셋째,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생활을 하루빨리 안정시키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지난 반생을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한 유일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서민생활의 어려움과 해결책을 저보다 더 잘 아는 대통령 후보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서민의 주거와 물가 안정에 온 힘을 쏟겠습니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의 꿈을 앗아가는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는 결연한 의지로서 반드시 뿌리 뽑겠습니다.

5년 내에 전국민의 70%가 건강한 중산층이 되도록 연 7% 선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력히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IMF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고, 건실하고 투명한 선진경제 구축을 위해 재벌개혁 등 경제구조 개혁을 지속하겠습니다.

넷째,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 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옮겨가겠습니다.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가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고속철의 건설과 정보화 기술의 발전, 청주국제공항 등은 행정수도 건설의 여건을 성숙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 일원과 북악산 일대를 서울시민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서울 강북지역의 발전에 새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눈을 밖으로 돌리면 지금 한반도 주변은 21세기를 겨냥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남북 철도를 잇기 위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휴전선에서 평화의 폭발음이 터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의 사상 첫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 신의주가 자본주의 특구로 지정되는 등 한반도를 축으로 동북아가 숨돌릴 새 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길이 트인 남북한 화해협력의 기류를 남북한 평화 번영의 공고한 체제로 굳히고, 이를 통해 한반도가 동북아 공동번영의 중심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19세기말과 같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의 시대 인식과 역사 안목이 중요합니다.

폐쇄적이고 분열주의적인 정치철학으로는 민족의 미래를 열어갈 수가 없습니다. 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남북문제를 정치적 선동으로 왜곡시키려는 정치 지도자는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저는 굳건한 안보역량의 확립과 한·미·일 협력체제위에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시켜 변화하는 동북아 신질서 형성에 북한을 동참시킴으로써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성공했다면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웃과 함께 모두가 성공하는 사회를 위해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권위주의, 특권주의, 분열주의로 얼룩진 낡은 유산을 청산하는 새로운 시대의 선택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원칙과 통합의 시대를 향해 미래와 손을 잡는 시대 전환의 역사적 계기입니다.

우리는 다시 희망의 닻을 올렸습니다.

12월 19일 승리의 항구에 닻을 내릴 때까지 저는 국민과 당원이 뽑은 민주호의 선장으로서, 분명한 철학과 원칙으로 국민과 함께 파도를 헤쳐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새 시대를 열망하는 국민여러분께

▲ 원칙과 신뢰가 지배하는 공정한 사회
▲ 서민과 중산층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
▲ 남북 평화와 번영으로 한반도가 동북아 시대의 중심이 되는 세상을 안겨드리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기필코 승리합니다.

감사합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