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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는 답변을 상당히 길게 하는 편이었다. 한 질문을 하면 그에대한 배경설명까지 친절하게 거슬러 올라가는 '화법'이었다.

-목표는 정치개혁, 수단으로 낙선운동을 썼다는 말인데, 나는 수단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낙선율이라고 본다. 향후에는 시민단체 운동에 정치인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향후 정치개혁을 위한 운동은 어떤 식으로 가리라고 보는가

"각 단체들의 의정모니터 기록이 이번 운동에 많이 쓰여졌다. 각 단체별 활동 자료가 우리운동의 소중한 경험이자, 자료였다. 4.13 총선을 계기로 기존활동이 더 강화될 것이다. 워싱턴디시 앞에서도 그렇게들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의정감시활동이 훨씬 조직화, 일상화될 것이다. 다만, 총선연대 후속조직이 시민단체들의 운동을 최종적으로 코디네이트 하는 일을 하게될 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목요일 평가가 있는데 그 자리에서부터 본격전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총선연대는 4월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낙선운동에 참여했던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일종의 보고대회가 있다. 이 자리는 그간의 평가와 향후의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총선연대의 조직적, 사업적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이 회의를 거쳐봐야 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선거는 사지선다와 비슷해서 낙선운동이 '정답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때문에 양심세력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낙선운동은 처음부터 한계가 명확한 운동이었다. 나는 누차 그렇게 이야기해 왔다. '그럼 누굴찍으란 말인가'에 대해서는 우리도 말을 못했고,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도 대안은 될 수 없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기존의 보수, 부패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는 새로운 정치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따라서 진보정당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를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또한 다른면으로는 진보정당에서도 포부를 크게 갖고 선거에 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민주노동당이 정당을 하겠다면서 한두명만 당선시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 민노당이 그 썩은 자민련만큼도 안될거라고 생각하는가. 자민련은 50-70석을 목표했었는데 진보정당은 소극적이고 패배적이게도 한두석만 목표했었다. 유리한 여건(총선연대 활동)을 활용은 못하고, 낙선운동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낙선운동은 낙선운동대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그 과실을 따먹으면서 진보정당이 정치권에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진보당도 산뜻했다. 물론 주장은 과격했지만 서울 선거구에서 3,4위를 차지하는 것을 봤다. 조금만 더 유연해져서 임했더라면 사람들의 지지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낙선운동과정에서 실수라고 여겨졌던 것은 없나.

"많다. 초기에 선거법 87조를 위반할 필요가 있다면 감옥이라도 가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기대이상으로 국민들의 지지가 높았기 때문에 아무도 감옥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우린 우왕좌왕 했었다.

선거법 87조에 매몰되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공천반대리스트 만드는데 집중한후 막상 발표한 후에는 공천무효소송이라는 알량한 법적 대응에만 매몰돼어 그 중요한 열흘간을 허비한 측면도 있다. 그때 유권자 약속운동을 대대전으로 전개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초기에 조직적 틀을 제대로 다지지 못해 광역조직도 늦어졌다. 또 지역투어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경상도 등에 대해 고민을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 변호사는 고향이 영남인 것으로 안다. 또한 장원 대표도 부산, 최열대표는 강원도에서 태어났는데 대구에서 초등까지 졸업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대표인물들이 야당이 압도적 유세를 보이는 지역출신이기 때문에 음모론, 유착설이 강해지지 못했다고 본다. 대표선정과정에서 이것에 대한 고려가 있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여성연합, 환경련,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이 중심이 돼서 준비를 하다보니까 대표가 그렇게 된 것이다. 조직구성도 비교적 언론감각도 있는 장원대표를 대변인으로, 조직부분은 전국에 지부가 있는 환경련, 정책부분은 참여연대, 여연은 여성적 세밀함을 살려 세부적 실무를 맡는 등 단체 특징에 따라 된 것이다."

-낙선 결과에 대한 결과를 당별로 분류해서는 발표하지 않았었다. 조사해보니 낙선 결과를 당별로 분류해보면 민주당은 16명중에 12명이 낙선된 반면 한나라당은 28명 중 19명이 당선됐다. 낙선운동도 지역감정의 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닌가.

"정당별로 하지 않은 이유는 이 운동이 정당별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후보에 주목해서 했던 것이다. 지역주의 문제는, 이번에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오랜기간에 걸쳐 생겨난 지역주의가 한순간에 없어지기는 힘든 것 아닌가. 지역감정이 낙선운동에 제약을 가져왔던 것은 사실이다.

자민련이 음모론을 주장한 것도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지역주의 음모에 대해 우린 다만 '부패정치인 심판하자'고 하면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낙선운동과 지역감정은 전혀 상반되는 반면관계다.

내가 보기에 영남을 제외하고는 지역감정보다 낙선운동의 성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엉터리를 공천한 정당의 오만함에 대해 유권자들이 외면한 것이 아닌가. 김봉호, 한영애 등이 떨어진 것은 지역주의에만 기대서 공천된 사람들, 안이한 지역주의에 대한 심판이었다. 이제는 정당이 아무리 공천하더라도 인물이 아니다 싶으면 외면받게 된다. 이것이 메시지다. 이는 점차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낙선율에 대해 총선연대의 솔직한 목표는 얼만큼이었나.
"사실 집중낙선운동지역은 '성공할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책임회피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집중지역을 선정하면서 '너무 강한 상대를 골라서 안된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기도 했다. 이태섭, 이건개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낙선대상자 우세지역으로 판단했었다."

-수도권은 유권자의 열린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역인데... 일각에서는 지역주의 문제가 지역간의 싸움으로 보이는 것은 왜곡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지역과 지역이 아니라 중앙과 지역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중앙이 다 갖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가져오기 위한... 대북, 국방, 재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광역자치단체,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향후 정치개혁운동에 비춰볼 때 이것을 어떻게 보는가.

"중요하고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감원, 한국은행에 대한 권한을 분산화, 지역화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이 된다고 해서,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모든 권력을 쥐는 것은 맞지 않다. 제4부 언론, 제5부 시민단체에 이어 6부,7부가 계속 생겨야 한다고 본다. 권력은 분배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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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연대 지도부의 정치권 진입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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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연대 실험을 이어갈 연대의 틀 만들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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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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