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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원웅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김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대체 : 10월 16일 오후 9시20분>
"미안하다, 동대문에 가봐야 한다"
이 총재 예정된 축사 하지 않고 1분만에 돌아가


16일 오후 5시 50분, 국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부인과 함께 입구에 서서 그의 후원회장에 막 들어오기 시작하는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초청장에 후원회 시작시간으로 알린 6시가 되자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하다, 동대문에 가야 한다" / 곽기환 기자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 홍사덕, 이부영, 서상섭, 이주영, 권오을, 박관용, 김영춘, 정인봉 의원 등이 후원회장을 찾았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 이재정, 심재권, 박병석, 이미경, 이강래, 장성민, 김태홍, 정균환, 장영달 등이 김원웅 의원과 차례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한나라당이야, 민주당이야, 우리 당에서 왜 이렇게 많이 왔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원웅 의원의 손님맞기를 지켜보고 있는 기자 15여명 중에도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반, 민주당 출입기자가 반이었다. 기자들은 6시 15분이 되도록 '오늘의 주요 인물'이 나타나지 않자 한마디씩 했다. "이총재가 축사한다고 하더니만 안 오려는 모양이네..."

그러던 중 6시 19분 이회창 총재가 김무성 총재 비서실장, 남경필 의원 등과 함께 후원회장 입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총재는 우선 입구에 마련된 후원금함에 하얀봉투를 집어넣은 후 김원웅 의원과 악수를 했다.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악수한 손을 뺀 이 총재는 두 손으로 김 의원의 양어깨를 두 번 탁탁 치더니 긴장된 웃음을 짓고 말했다.

"미안하다, 동대문에 가봐야 한다." 이 총재의 말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이 총재는 곧바로 돌아서 수행원들과 함께 후원회장을 떠났다. 얼굴을 내보인 지 1분도 안걸렸다.

축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이 총재가 왜 동대문을 재선거장 참석을 이유로 그냥 떠났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축사도 안하고 갔다는 말에 농담조로 "그래요? 방출하려고 결정하셨나 보지요?"라고 말했다. 역시 뒤늦게 도착해 인사만 하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간 이재오 총무는 "오늘만 후원회가 3개가 돼 바빠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이회창 총재의 축사 순서는 세 번째였다. 한나라당에서 홍사덕, 김홍신 의원이 하고 이회창 총재가 한 다음에 노무현, 김근태 등 민주당 인사들이 하기로 한 것이었다.

김원웅 의원의 한 비서관은 "축사 순서까지 신경을 써놓았는데 오늘 오후에 이 총재측에 확인전화를 했더니 '이 총재는 급한 일이 생겨서 축사는 못하고 인사만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축사는 후원회 일정이 잡힌 한달여 전에 확답을 받은 것이었다.

한편 역시 인사만 하고 돌아간 김덕룡 의원은 전날 이 총재의 역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 총재의 편협한 모습의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손학규 의원은 "당시 현장에 없어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겠다"면서 "총재가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 후원회에서 축사를 한 노무현 민주당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김 의원과 함께 일할 날 올 것"

6시 25분에 본격 시작된 후원회는 서상섭 의원의 사회로 홍사덕, 노무현, 김근태 순서로 축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왕따' 김원웅 의원이지만 후원회장에는 5백여명이 전 좌석을 메우고 있다. 축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회창 총재는 이미 떠났고 연단 오른쪽 눈에 잘 띄는 곳에 이 총재가 보낸 화환만이 서 있다.

축사는 홍사덕, 노무현, 김근태, 이부영, 이재정, 이양희(자민련) 의원 순으로 이어졌고 뒤늦게 온 정몽준(무소속) 의원도 가세했다.

홍사덕 의원은 "김 의원은 내 고총사촌 누이의 남편"이라면서 "김 의원은 인류역사의 큰 구비를 개척한 원칙주의자의 한 사람으로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최근의 김원웅 의원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아름다운 원칙주의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말했다.

노무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의원과의 인연을 이야기 한뒤 "통일과 동서화합이 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정치환경 때문에 (97년 대선때) 헤어졌다"면서 "한 사람의 권위에 모든 것이 종속되고 한 사람과의 관계가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계보 줄서기 정치가 마감될 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김원웅 의원과 함께 하게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 최고위원은 "지역에 따라 당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노선과 가치지향이 정당을 결정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노무현 최고위원의 축사에 대해 한 측근은 "김 의원은 결국은 같이할 사람이다. 노 최고위원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정계개편을 할 것이고 김 의원도 함께할 대상이다"고 말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가는 길은 이 시대와 역사의 진실과 정의가 함께 하고 있다"면서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 진정한 정치 지도자로 김 의원이 앞장설 것이다"고 추켜세웠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부영 "총재와 총재 둘러싼 사람만 정치하고 있다"

이어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 차례. 사회를 본 서상섭 의원은 이 부총재를 소개하면서 서두를 "몸은 한나라지만...." 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요즘 한나라당에서 말썽이 났다하면 김원웅 의원 이야기고 뒤쫓아서 이부영이 말썽을 부린다고 신문에 나곤 한다"면서 "우리 정치는 비정상이고 그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는 게 김 의원이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현 정당구조 아래서는 총재나 총재를 둘러싼 사람들만이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면서 "한 사람의 의사가 모든 사람의 의사가 되는 것은 위장된 민주 의사"라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이어 "여당 내에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사람들이 와서 김 의원에 대한 축사를 한 것이고 야당에서도 우리 정치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려는 이들이 유유상종 축사를 한 것"이라고 의미부여 했다.

이 부총재는 "우리는 대통령이 되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원웅 의원은 나라의 근본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려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원칙주의자를 좌절시킬 만큼 우리정치가 여유가 없다"면서 "영원한 민족주의자가 성공한 원칙주의자로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원웅 "유혹 많이 받지만, 성공한 기회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좌절된 원칙주의자로 남겠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밤 7시 50분, 축사는 모두 끝났다. 김원웅 의원의 인사말이 있을 차례다. 그러나 김 의원 대신 가수 송대관이 올라왔다. 축사가 예정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뒷 스케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송대관 씨가 김 의원보다 먼저 나와 '차표 한 장'을 불렀다.

가수 송대관씨가 한곡을 더 부르고 김원웅 의원의 인사말 차례가 되었을 때까지 남아있는 의원은 민주당 장성민, 자민련 이양희뿐이었다.

김원웅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원칙이 없고 부패된 정치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면서 "여야도 모두 싫고 모두 갈아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서두를 꺼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약 9분가량 계속된 김 의원의 인사말에서 핵심을 차지한 것은 '유혹'과 '원칙'이란 말이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김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비록 야당이지만 국회의원은 혜택도 많고 유혹이 많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독립운동가 33인 가운데 많은 분들이 변절했다. 물리적 압박이 아니라 권력과 돈의 유혹에 의해 넘어간 것이다. 나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겠다. 민주화운동하고 재야운동 했다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유혹에 무너진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유혹에 빠진 사람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겠다."

김 의원은 그 '일깨우는 일'을 한나라당 내부에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한나라당을 떠나지 않겠다. 떠난다 하더라도 갈 데가 없다. 한나라당의 체질 개혁을 위해 힘쓰겠다. 집권을 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당으로 체질 개선을 시키겠다."

이날 후원회를 마감하는 김 의원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성공한 기회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좌절한 원칙주의자로 남겠다."

8시 15분, 공식행사는 그렇게 끝났다. 참석자들이 모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단상 주변에는 3개의 화환만이 서 있었다. 단상 왼쪽에는 이회창 총재가 보낸 것이고 오른쪽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회장이 보낸 것이고 단하에는 유일하게 대전고등학교 동창회장이 보낸 것이 놓여 있었다.

김 의원의 한 비서는 말했다.
"굳이 화환사절이라고 알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화환이 안올 줄은 몰랐다."

총재한테 야단맞은, 왕따당하는 한나라당 의원의 후원회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10월 16일 오후 2시> 이 총재, 16일 오후 김원웅 의원 후원회에서 축사 예정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원웅 의원에게 심한 질책을 했던 이회창 총재가 16일 오후 6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김원웅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김원웅 의원 후원회에는 이 총재를 비롯 이부영 부총재, 홍사덕 의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민주당에서도 노무현, 김근태, 이인제 최고위원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김원웅 의원 측의 한 측근은 "당이 동네 놀이터도 아니고 전날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후원회에서까지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최대의 관심은 전날 김 의원을 꾸짖었던 이 총재가 어떤 말로 김원웅 의원을 칭찬하는 '축사'를 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후원회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될지라도 한나라당 내의 보혁갈등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에 이어 16일에도 김원웅 의원은 소신발언을 접지 않았고 김용갑 의원으로부터 '반미친북자'라는 말까지 듣는 등 보혁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보도한 16일의 보혁갈등상황

▲ 김원웅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김원웅 의원은 "무고한 인명살상 반대 및 반테러 전쟁에 대한 전투병 파병 반대라는 내 주장은 당론과도 다르지 않다"며 "그런데도 이를 문제삼는 것을 보니 우리 일부 수구세력은 미국을 우리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견이 있으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이회창 총재가 말한 반면 일부 의원들은 나를 쫓아내라, 당기위에 회부하라고 했다"며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 정치인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갑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개혁을 말하지만 개혁은 무슨 개혁이냐. 반미친북자이지"라며 "어떤 의원은 6.25를 통일전쟁으로 보는 시각에 동조하기까지 하니 밖에서도 `도대체 한나라당이 뭐냐'라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은 뭐든지 당과 반대입장을 취한다"며 "밖에서도 그런 행동을 취하는데 대해 그대로 두면 되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6일 국회에서는 3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슷한 시각 후원회를 갖는다. 오후 5시 30분에는 김동욱 의원(국회 도서관 강당)이, 오후 6시에는 김용학 의원(국회 헌정기념관)과 김원웅 의원(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동시에 후원회를 갖는다.


<1신: 10월15일 오후 4시>
이총재 격노 "당 총재는 그냥 있는줄 아느냐"


이회창 총재가 의원총회에서 "당 총재는 그냥 있는 줄 아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원웅 의원의 'MBC 100분토론' 발언내용에 대해 이 총재가 문제를 삼아 김 의원을 호통친 것이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이 해명발언에 나서자 의원들이 고함과 야유를 보내며 의원총회가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한 참석자에 따르면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이 지난 11일 'MBC 100분토론'에 참석했던 김원웅 의원을 향한 비판을 하면서 소란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됐다.

권 의원은 "언론에 나가면 당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므로 당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인데 일부 의원이 언론에 나가 아프간 공격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하면 되는가"라며 "마치 당이 테러집단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김원웅 의원이 "반박하겠다"며 단상에 오르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어가라"며 강하게 야유를 보냈다.

이때 마침 '안택수 의원 발언' 문제로 여야총무회담에 참석하느라 의원총회에 뒤늦게 참석한 이재오 총무가 이전 상황을 모른 채 김원웅 의원을 제지하기도 했다.

"우리 당은 큰 일 앞두고 있다. 내부 견해 다를 수 있다. 비행기는 왼쪽과 오른쪽 날개 다 가지고 몸통이 난다. 그래서 비행기 몸통은 항상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우리 당 130명 생각이 다 똑같겠냐. 달라도 총재가 중심을 세워 나가면 되지 않느냐. 이걸 드러내서 가니 안가니 하면 되겠느냐. 나도 안 의원 발언에 대해 `내용을 문제 삼으면 안된다'라고 했다."

이재오 총무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의원들은 "그게 아니다"며 다시 한동안 소란사태를 빚었다. 그러자 이회창 총재가 굉장히 큰 목소리로 "가만히들 있어요"라며 격앙된 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왜 멋대로들 그래요. 당 총재는 그냥 있는 줄 알아? 뭐하는 거야. 말들 들어요.(여기부터는 마이크에 대고 김원웅 의원에게) 김원웅 의원, 할 말이 뭐요. 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간단히 얘기해 봐."

총재의 호통에 김원웅 의원은 조금 놀란 듯 말을 중간중간 더듬으며 "MBC 100분토론에 나가 했던 내 얘기의 취지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는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하게 살해, 살상한 테러는 인도적 차원에서 있을 수 없다, 막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단지 테러사건에 대한 문제해결의 열쇠는 보복 응징이 아니다. 미국 세계전략과 왜곡된 중동정책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전투병파병은 몰라도 나는 전투병 파병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슬람권 13억 인구다. 우리 에너지를 이슬람권에 의존한다. 반테러가 반이슬람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내년 월드컵 앞두고 적대적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미국 중동정책도 근현대사 이슬람의 입장을 좀 고려해야 한다. 내전과 반란 갈등으로 수난을 당하는 이슬람입장서 볼 때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은..."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말이 끝나기전 "그만해라. 무슨 소리냐"며 고성과 야유를 보내는 등 김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총재는 다시 "조용히 합시다"라며 마이크를 잡았고 김원웅 의원은 결국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 총재는 "반테러 전쟁에서 테러의 의미는 친미 반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보복전쟁) 미국의 개인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당인으로서 공개된 자리에서 대표연설에 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당원의 본분에 반한다"면서 "밖에 나가서 함부로 얘기하면 당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콩가루집안처럼 비친다"며 당 정체성과 의견통일을 요구했다.

다음은 당시 이 총재의 발언이다.

"반테러 전쟁에 대해 김원웅 의원이 발언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사실 오늘 조사하려 했다. 전적으로 잘못됐다.

반테러 전쟁에서 테러의 의미는 친미반미의 문제가 아니다. 반테러 전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뒤를 생각해 봤느냐. 초강대국인 미국이 여기서 실패하면 테러국,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나.

대표연설에서 내가 이미 말했듯이 테러를 마음대로 해도 누가 막겠느냐. 이것은 미국의 개인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격이다. 이를 응징하지 못하면 앞으로 응징할 국가가 없다. 반테러 전쟁은 그 자체로서 철저히 동참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른 의견이 있으면 총재에게 말해주거나 당에 과제로 삼도록 하면 되지, 당인으로서 공개된 자리에서 대표연설에 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당원의 본분에 반한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밖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된다. 당내 여러 의견이 있고 그런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가급적 그런 의견이 나와도 총재가 나서는 일을 피했다. 15대 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왔나. 인천폭동 주동자와 담당 검사가 모두 들어왔지만 대화로서 같이 잘 이끌었다. 16대에도 다양한 분 왔지만 그렇게 정체성 찾아 나가자.

논의는 하되 밖에 나가서는 함부로 얘기하지 말자. 당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콩가루집안처럼 비친다. 당원의 본분이 아니다. 총재가 부족하고 미흡하면 내게 직접 와서 말해 달라. 여러 이견이 있지만 내부에서 혼합해서 한가지로 나가도록 노력해 달라."


이 총재의 이와 같은 전례없는 고성에 대해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은 의외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총재가 이 처럼 사태수습에 나선 것은 김원웅 의원을 질책함으로써 당론과 반하는 의견이 계속해서 표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또한 김 의원등을 비판하는 당내 보수파에게도 '당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혁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YS-JP연대 등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정계개편 구도아래서 한나라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의 강력한 리더십을 세워야겠다는 작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 뿐 아니라 이부영 부총재, 서상섭, 안영근 의원등 당내 개혁세력들은 여전히 당 지도부에 대한 견제의 화살을 늦추지 않고 있어 언제 또 다시 이 총재와 마찰을 빚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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