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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 혐의를 받고 있는 빈 라덴 ⓒ TV촬영
자살테러특공대

레바논 남부에 거점을 둔 하마스 본부에는 항상 자살특공대를 지원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폭탄을 안고 목숨을 버리기 위해 서로 경쟁하듯이 몰려들고 있다. 단순한 종교적 광신일까? 무지몽매한 자들의 야만성일까?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심장부에 대한 항공기 폭파 테러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왜 그들은 미국을 향해 그렇게 무모한 도발을 계속 해야만 하는가? 그들의 응어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반미 응어리의 태동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땅에 '위대한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했다. 아랍국가와 제3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아랍인의 심장부에 유대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2천년 유랑생활을 마무리하고 역경을 딛고 일어선 유대인들의 승리에 세계는 동정과 축하의 눈길을 보냈다.

바로 그 날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면서 분노했다. 그리고 조국탈환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2천년간 평화롭게 살아온 조상들의 땀과 피가 어린 땅이었다.

그 동안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땅이 아닌 유럽에서 온갖 민족적 차별과 종교적 박해를 감수하면서 굳건한 터전을 다졌다.

유대인 박해와 나치학살로 이어지는 유대인 말살정책은 유럽인들의 죄과였다. 그런데 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유대인들에게 저질렀던 죄의 대가를, 아무런 인과관계나 역사적 책임이 없는 아랍인들이 대신 치르도록 했는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미국을 향한 지울 수 없는 응징의 원한이 뿌리를 내리는 시점이기도 했다. 힘없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이때부터 오히려 자신들이 난민이 되어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오직 한 가지, 고향에 돌아가는 꿈을 꾸면서.

그러나 그 꿈은 산산조각나 버렸다. 1967년 중동전쟁에서 고토 회복은커녕, 기존의 아랍 영토마저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지중해 지역의 가자지구,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시나이 반도 등이 그곳이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 점령지의 즉각적인 반환을 촉구했지만, 그 결의안은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남발하면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비호해 왔기 때문이다.

현실과 타협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좌절

어느덧 50년이 흘렀다. 이미 이스라엘이 핵을 가진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현실에서 조국을 되찾는 꿈은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중재하여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점령한 땅에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수립해주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신 팔레스타인은 헌법을 바꿔 이스라엘 탈환을 포기하게 하고 국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지난 50년간 조국 되찾기에 헌신했던 많은 강경 세력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현실정치를 받아들인 대다수 온건 아랍인들을 이 길을 선택했다. 전쟁에 지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양보이고 생존의 게임이었다.

그것이 1993년의 오슬로 평화혁명이다. 땅과 평화의 교환이었다. 국제사회는 모처럼의 화해와 공존의 틀에 박수를 보냈고 그 당사자들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지막 희망의 포기

그러나 평화협정 이행 과정에서 일부 팔레스타인 반대세력들의 테러가 일어나자, 이스라엘 강경 정권은 자국안보를 들어 평화협정 자체를 무력화시켜버렸다.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통해 자국 영토화를 꾀하고 군대를 동원한 무차별 민간인 학살로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꿈을 무산시켜 버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부시 정권은 미사일과 팬텀기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민간인 학살을 지원하거나 수수방관했다. 평화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듯이 보였다.

최근에는 조직적인 요인암살 계획에 따라,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지도자를 포함한 강경파 지도자들이 차례로 사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시온주의를 인종차별 이념으로 비난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열의를 무시하고 미국은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인종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이슬람권에게 극도의 불신감과 배신감을 심어주었다.

겉으로는 세계평화와 인권을 내세우면서 일방적 가치를 강요하고 이중잣대로 이슬람세계를 유린하는 미국에게 강경파들은 더 이상의 기대를 포기했다.

무장된 테러와 몸을 던지는 테러 사이에서

그들은 분노했다. 기회와 선택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온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목숨을 내놓았다. 항공기를 몰고 미국을 향해 응징의 도전을 한 셈이다.

하지만 리비아, 이란 같은 반미국가는 물론 지하드,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과격 이슬람단체들도 한결같이 미국에 대한 이번 테러를 비난했다.

그들은 왜 스스로 테러를 행하면서 왜 이번 테러를 동시에 비난해야 하는가? 그것은 민간인을 담보로 한 테러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비난받아야 할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은 이스라엘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공연한 민간인 학살도, 국가 테러로 규정하면서 중지되거나 응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 이들은 미국이 일관된 정책과 모두에게 공유되는 가치기준을 적용하기를 원한다.

핵무기를 가진 이스라엘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핵사찰의 예외임을 묵인하면서 적대관계에 있는 인근 아랍국가들의 자위 개념의 핵 시설은 물론 사소한 화학무기 프로젝트까지 철저히 파괴하는 미국의 이중성에 아랍인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게 던지는 절규

무고한 미국 시민들이 희생당한 참혹한 테러현장에서 서방세계가 경악하고 분노와 슬픔을 보이고 있을 때, 아랍전사들은 지난 50년간 이스라엘의 테러로 숨진 수만 명의 형제와 가족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있다. 그러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미국 시민들의 아픔을 아랍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거의 매일 되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랍인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반미를 깊이 깔고 있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과격 테러리스트 집단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대다수는 폭력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갈구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편입되어 살아가고 있는 한, 대립보다는 화해를 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의 과도한 보복공격이나 엄청난 민간인의 희생이 따르는 폭격은 또 다른 테러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테러의 악순환의 고리는 가진 자가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 생각된다. 미국이 세계의 최강자로서 빼앗긴 자의 아픔과 약자의 응어리에 귀기울이는 유연한 자세, 팔레스타인 문제를 하루 빨리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만이 테러의 근거지를 약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응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희수 교수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이슬람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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