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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민련 이양희 원내총무가 총재 비서실에서 기자들에게 의원총회 결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14신> 9월 7일 오후 3시
"당원에 의한 총재 제명은 헌정사상 처음"


자민련은 7일 오전 9시30분 긴급 당무회의에 이어 오후 1시 55분 국회 본청 이한동총재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한동 총리에 대한 제명처리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이한동 의원에 대한 제명의결 안건을 상정합니다"고 선포한지 5분만에 가결된 것이다. 이로써 자민련은 당총재인 이 총리에 대한 제명처리와 관련한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다.

이양희 사무총장은 이 총리의 제명이유에 대해 "총리직을 유임하는 것 등에 대해 당과 아무런 상의도 없었으며 당의 만류에 대해서도 응하지 않은 것은 당론에 배치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총장은 또 "당원들이 총재를 제명한 것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부끄러운 일로서 당으로서 커다란 위기다"라면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총재실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은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일사천리로 이한동 총재 제명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또한 이 총장은 "의원총회에 앞서 당무회의와 당기위원회에서 이 총리를 제명처리 키로 했음을 김영진 총재비서실장과 이택석 총리비서실장에게 유선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 이번 의총 결의에 따라 국회 본관 115호 자민련 이한동 총재실은 주인이 바뀌게 됐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이 총장은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관련해서는 "오전 당무회의에서 해임건의안에 대한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이 문제는 전략적인 문제가 포함된 일이므로 원내총무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완구 원내총무는 "김 명예총재께서는 이 총리의 제명건에 대해 담담해 하셨고, '의연하고 결연하게 모든 문제를 어렵지만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총리 만장일치 제명한 자민련 의원총회 / 고안원석 기자


<13신 대체> 9월7일 오전 11시25분
자민련, "당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 수 있나"
긴급 당무회의 열고 이 총리 만장일치 제명


▲ 긴급 당무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이 총리를 만장일치로 제명처분키로 결의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자민련은 7일 오전 9시30분 마포당사 4층에서 긴급 당무회의를 열고 당 총재인 이 총리를 당무위원 만장일치로 제명처분 키로 결의했다.

이날 당무회의는 지난 6일 "총리직과 당적을 함께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한동 총리에 대한 당무위원들의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한 당무위원은 "오늘은 중요한 당무회의다"며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위원들을 체크해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알려달라"고 말해 참석위원들의 비장함을 한층 더 돋구었다.

특히 김현욱 당무위원은 "공당의 총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했는데 이 총리의 행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행위가 아니라 대통령을 위하는 행위이고, 사욕을 채우는 길일뿐"이라며 "(이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되며, 해당 행위자로서 당헌당규 20조에 따라 제명처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은 "국민의 기대와 뜻대로 제명시켜야 한다"며 "진짜 단칼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 총리를 비난했다.

박태권 당무위원도 "국민을 무시하고 개인적 흑심을 채운 행위는 논의할 필요 없이 제명처분 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대통령 하야까지도 주장해야 한다"고 이 총리에 대한 분노를 대통령에게 돌렸다.

또한 김현욱 당무위원이 "국무총리 해임안까지 함께 가결하자"고 거듭 촉구하고 나서자 변웅전 대변인은 "우선 제명만 결정하고 국무총리 해임안은 오늘 오후에 있을 의원총회에 맡기자"고 김 위원을 달랬다.

결국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당무위원 여러분과 국민의 뜻에 따라 만장일치로 제명 처분 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철희 정책위의장은 회의에 앞서 이완구 원내총무와 귓속말로 "어떻게 이렇게 당을 초라하게 만들 수가 있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원 의장은 한나라당이 총리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해임사안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도 시기를 봐서 좀더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완구 총무(오른쪽)와 원철희 의장이 귓속말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편 지난 6일 오후 이 총리의 유임이 알려지자 이 총리를 따라 자민련에 온 장경덕 조직부장과 정영호 전문위원은 "사무처 직원 보기 미안하다"며 짐을 싸 자민련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들과 같은 처지인 허세옥 제2사무부총장, 이연석 제1정책실장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민련 당직자들은 "사무처 직원보다 못하다"며 꼬집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이택석 총리비서실장, 김영진 총재비서실장 등과 경기지역 등 일부 지구당 위원장들도 이 총리를 따라 자민련에 들어온 케이스다.

변웅전 대변인은 이들에 대해 "이 총재를 출당시키는 문제는 간단치만은 않다"며 "(그를 따라온 사람들) 숫자가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회의에 앞서 두 눈을 감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이완구 총무(맨 왼쪽)와 굳은 표정의 원철희 의장(가운데), 정진석 의원(맨 오른쪽) ⓒ 오마이뉴스 최경준



인천국제공항, 김종필 귀국 현장 / 강수연


<12신> 9월6일 오후 7시
자민련 당직자 이한동총재 액자 짓밟아
귀국한 김 명예총재, "도저히 이해 안가는 일들을 하고 있어"


이한동 액자의 수난 이한동 액자가 깨지기 전후. ⓒ 오마이뉴스 최경준
오후 6시20분 자민련 당사 2층 휴게실. 기자는 저녁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액자가 쓰레기통 옆에 내려져 있었다. 이한동 총재의 액자였다. 자민련은 '배신한 총재'를 그렇게 대접하고 있었다. 기자는 때가 때인지라 카메라에 버려진 액자를 담았다.

그 순간 기자의 취재장면을 보고 있던 자민련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사무처 당직자가 다가오더니 "에이 씨"하면서 이총재의 액자를 머리 위로 집어들었다가 바닥에 내리쳤다. 유리들이 박살났다. 그 장면을 다시 기자가 카메라에 담자 그 당직자는 다시한번 박살난 액자를 발로 걷어찼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른 사진기자들과 방송 카메라기자들이 달려왔다.

그 사이 그 성난 당직자는 모습을 감추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그후 1층으로 내려가 또다른 이총재 액자들을 발로 짓밟았다고 한다.

이 당직자는 사무처소속으로 차량관리 등 잡일을 해왔으며 지난 총선때 굉장히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오늘 오후 이한동 총리의 '결심'(자민련으로서는 '배신')이 최종 확인되자 7층짜리 당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당사에 걸려있는 모든 이총재 액자를 떼어내 1층의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러나 그중 하나를 빠트리고 2층 휴게실 근처에 놓아두었고 그것이 기자의 카메라에 주목을 받자 갑자기 화가 치솟았는지 액자를 짓밟은 것이다.

상황이 종료된 후 기자는 그 성난 당직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대변인실로 향했다. 대변인실에서는 "신원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고 다시 분노의 현장으로 돌아왔을때는 액자는 치워져 있었고 깨진 유리들만 남아 있었다.

한편 오후 8시55분 일본에서 귀국한 김종필 명예총재는 인천공항 2층 출구로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세상물정을 겨우 알만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들을 하고 있어. 그러니 더 이상 할말이 없어. 유구무언이오"라고 말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 명예총재가 1층으로 내려오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100여명의 당원들은 '김종필 대통령', '김종필 만세'를 연호했고, 김 명예총재는 연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진정시킨 뒤 "이번 일이 다가 아니야. 이제부터니까"라고 말하면서 공항을 떠났다.

당원들은 김 명예총재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김종필 대통령', '김종필 만세'를 계속 연호했다.

이날 당원들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국민인정 DJP 합의 차기 대권은 김종필"(녹색회), '조국은 JP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고, 이들이 든 피켓에는 김 명예총재의 사진과 '근대화의 기수 김종필' 등의 글이 실려있었다.

폭발한 자민련의 분노6일 오후 6시20분경 한 자민련 당직자가 당사 2층 휴게실 근처에 내려져있던 이한동 총재의 액자를 발로 짓밟아 유리를 박살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11신 대체> 9월6일 오후 6시
자민련 긴급 당직자회의 "끓어오르는 분노...무는 개가 되겠다"


이한동 총리 유임 소식에 자민련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이양희 사무총장 등 당4역은 오후 5시 자민련 당사를 출발 이한동 총리를 만나러 총리공관으로 향했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이한동 총리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의 항의방문이다.

이에 앞서 자민련은 오후 3시30분경부터 2시간여 김종호 총재권한대행, 이양희 사무총장, 변웅전 대변인 등이 총재실에 모여 긴급 확대당직자 및 국회의원 회의를 갖고 '총재의 배신'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변웅전 대변인은 4시45분경 회의중 잠시 나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잠시나마 이런 분을 우리당 총재로 모신 것을 국민앞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짖는 개보다는 무는 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변 대변인은 "당과 당을 이간질시키고 인간과 인간사이를 이간질시키는 이런 자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란다"면서 "너무나도 가소로운 일이기 때문에 논평할 가치도 없으니, 논평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변 대변인은 '이한동 총재를 출당시킬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당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에 외유중인 김종필 명예총재는 오늘밤 8시5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자민련 출입기자들은 '총재로부터 배신당한 명예총재'의 귀국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조희욱 의원은 "이한동은 썩은 단칼이 돼서 자민련을 배신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내가 아는 이한동은 박력도 철학도 소신도 없는 사람"이라면서 "혈혈단신으로 자민련에 와서 어떻게 총리가 됐는데 그럴수 있나, 그래서 정치인이 욕먹는다"라고 말했다.

안대륜 의원은 "당의 기대를 저버린,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면서 "의원들이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10신대체> 9월6일 오후 3시20분
이한동 총리 "김대통령뜻 따르겠다, JP도 이해할 것" 오후 3시 입장발표


▲ 이한동 총리의 입장을 밝힌 국무총리실 보도자료
이한동 총리가 잔류하기로 결심했다. 이한동 총리는 6일 오후 3시 김덕홍 공보수석을 통해 "총리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김 공보수석을 통해 "그동안 대통령의 유임을 바란다는 간곡한 요청을 받고 숙고한 끝에 대통령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 마음을 정했다"고 결심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 총리가 제출한 사표를 오후 3시30분경 반려했다.

이 총리는 '입장 발표문'에서 "지금 정부는 정치-경제-사회 제 분야에서 어려움에 처하여 정부운영의 기본시스템과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국정개혁과 대북화해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하며 또한 2001년 정부업무의 마무리와 정기국회를 통한 2002년 정부업무계획과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면서 자신의 결정이 "결코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평소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총리는 자민련 관계자들에게 "당에 계신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면서 "지금 당을 떠나는 것은 아니며 당의 구성원으로서 도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국민들에게 "지난 2-3일동안 본의 아니게 국민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종필 명예총재도 이해해줄 것"

김 공보수석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당분간 김종필 명예총재를 만날 계획은 없으나 언젠가는 만나뵙고 소상히 말씀드리면 이해하실줄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민련을 탈당하는가?
"안 떠난다. 탈당하지 않는다."
-김종필 명예총재를 만나나?
"당분간 만날 계획은 없다. 다만 언젠가는 만나뵙고 소상히 말씀드리면 명예총재께서 이해할 것이다."

민주당 "환영", 자민련-한나라 격렬 반발 예상

민주당의 장전형 부대변인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판단이라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총리의 잔류 결심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유임 사실이 전해지자 긴급논평을 통해 "이 총리는 권력만을 쫒는 정치부나방, 정치철새의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면서 "정치인으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도 스스로 인격파탄자 선고를 내렸다"고 비난했다.

논평은 또 "이 총리의 유임은 자민련을 붕괴시키려는 정권의 공격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면서 "배신을 강요하는 대통령이나 배신을 밥먹듯하는 이 총리 모두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한동 총리를 유임시킬 경우 총리해임건의안을 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자민련은 이 총리의 최종결심이 전해진 6일 오후 심한 충격속에 당황해하고 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5일 일본으로 떠나기 앞서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라도 지금 거기 남아서 총리할 수 있는 상황이냐"면서 이 총리의 유임 가능성에 대노한 적이 있다.

이 총리의 유임 결정으로 자민련과 김종필 명예총재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공조의 상징으로 행정부에 파견한 자민련 총재가 공조파기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이 총리의 옹호는, 임 장관 해임안 가결이라는 자민련 거사의 명분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JP之下의 총리가 아니다
3일 해임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한동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기에 앞서 김종필 명예총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9신> 9월5일 오후 2시50분
김종필 명예총재, "거기 남아서 총리할 수 있는 상황이냐
인간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어야..."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라도 지금 거기 남아서 총리할 수 있는 상황이냐.또(대통령이)총리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상황인가.우리,좀,올바로 삽시다.…인간은 유혹이 있을 때 정당하게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돼."

김종필 명예총재는 5일 일본방문을 위해 출국하면서도 이한동 총리의 거취에 대해 거듭 쐐기를 박았다. 당·정·청 개각을 앞두고 이 총리를 유임시키려는 청와대를 향한 발언이다. 이는 또 이 총리를 향해서도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 이 총리를 만나) 새로 총리 임명하고 그 사람이 각료들을 대통령께 제청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 절차상 남아서(제청을)해야 할 것이다.그것 끝나거든 돌아오라고 했다"면서 "(이총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 총리의 자민련행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명예총재는 또 "(이한동 총리는) 남아달라는 부탁을 누구한테도 받은 일이 없다"고 전하면서 "남의 속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제의받은 적도 없고,나와 상의해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전 공관에서 이 총리와 면담한 자민련 김영진 총재 비서실장도 "총리는 어디에서도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고 총리는 신의와 의리의 사나이다"라면서 "총리를 시정잡배처럼 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민련 당직자들도 하나같이 "당연히 (총리는) 돌아온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 총리가 반드시 자민련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묻어있다.

다음은 일본 출국을 앞두고 공항 기자들과 가진 김종필 명예총재의 일문일답이다.

-아침에 이 총리 만났을 때 총리가 무슨 말을 했나.
"지금 언론에 나오는 것(총리 유임설)이 전부 사실무근이라고 하더라."

-이 총리한테 뭐라고 했나.
"내가 그랬다. 새로 총리 임명하고 그 사람이 각료들을 대통령께 제청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절차상 남아서(제청을)해야 할 것이다. 그것 끝나거든 돌아오라고 했다.뒷처리 잘하고 돌아오라고 했다.(이 총리가)그렇게 하더라고 하더라.'

-이 총리가 총재직 사직서를 냈는데 반려하나.
"아직,당무회의에서 수리해야 한다.내 생각대로 되나.본인 생각도 존중하고,당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다."

-이 총리가 언제 당에 복귀하나.
"진행되는 것을 봐야지."

-총리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나?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라도 지금 거기 남아서 총리할 수 있는 상황이냐.또(대통령이)총리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상황인가.우리,좀,올바로 삽시다."

-어제 이 총리가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같은데 오늘 명확히 약속했나.
"인간은요,유혹이 있을 때 정당하게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돼.남아달라는 부탁을 누구한테도 받은 일이 없다고 하더라.남의속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제의받은 적도 없고,나와 상의해서 하기로 했다."

-이 총리 본인도 대선에 뜻이 있어 'JP 대망론'과 충돌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망론은 어디서 나오는 소리야.자꾸 꾸미지 말라."

-이 총리가 후임장관 제청 후 확실히 돌아온다고얘기했나.
"내가 그렇게 하고 돌아오라고 했더니 그렇게 한다고 했다."

-최근 상황에 대한 심경은.
"특별히 얘기할 것 없어.자꾸 얘기해봐야 본의와 다르게 확산되고."

-공조는 완전히 깨진거죠.
"공조는 없다고 선언한데가 있는데,거기가서 물어보슈."

-자민련이 위축된 것같은데 진로는?
"우린 위축된 것 없다.인원이 적고 교섭단체자격도 상실했지만 우리가 뭉치면 뭐든지 할 수있다.그런 염려는 고마운데 염려마세요."

-자민련 출신 공기업 산하단체장들이 전화를 걸어와 처신을 문의했다는데.
"그런 전화를 받아본 일이 없다.구천서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사장이 와서 곧 국제기능올림픽을 담당한다고 하기에 국제대사가 차질없이 치러지기를 바란다고 격려해줬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나 김영삼 전 대통령등과 만날 계획은.
"누구든 필요할 땐 만나는 거지.지금 이렇다 저렇다 할 수있나요."

-김영삼 전대통령과 만나겠다고 해놓고 왜 안 만나나.
"아직 실현이 안됐으니 때가 안된 모양이지."


<8신 대체> 9월5일 오전 11시45분
이한동 국무총리의 선택은?


5일 아침 한나라당의 이재오 원내총무는 이렇게 말했다.

"이한동 총리가 자민련을 탈당해서 총리직을 계속 이어 한다는데, 자민련 의원 서너명이 또 자민련을 떠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면 사실상 자민련은 민주당에 의해 와해되는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정국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고 그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 우리는 자민련이 정상적인 제3당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곁에 있던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오늘 아침 보니까 자민련에 계속 있을까도 고민하는 것 같은데 이 총리는 원래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장 수석부대변인은 이어 <배신의 시대는 종식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논평은 "명색이 자민련 총재라는 사람이 원내교섭단체까지 붕괴돼 가며 해임안 통과의 결단을 내린 자민련 동지들을 배신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배신하고 자민련으로 날아갔던 정치철새의 생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한동 총리를 유임시킬 경우 총리해임건의안을 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임동원 장관 해임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이한동 국무총리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5일자 조간 가운데 한국일보는 <이한동총리 유임>, 조선일보는 <이총리 유임제의 수락>을 1면 머릿기사로 싣고 4일밤까지의 긴박하고 아리송했던 이총리의 행보가 '김대통령쪽을 선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총리는 4일 오후 포천 지역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30여분에 걸쳐 현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면서 "햇볕정책은 성공했다"고 말해 자민련의 시각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는 "임 장관 문제로 대북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는 말이 많지만 6.15 공동선언 후 우리 국민은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 총리의 언행은 4일 오전 자민련 총재직 사퇴서를 제출한 것과 연결되면서 이 총리가 김종필 명예총재와는 딴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여졌다. 당황한 자민련은 이 총재의 본심을 알기 위해 긴급수배령을 내렸다. 자민련에서는 "정 당을 떠나겠다면 그런 배신이 어디 있느냐"는 소리들이 나왔다.

5일 아침 상황은 다시 안개속이다. 이한동 총리는 5일 아침 김종필 명예총재를 신당동 자택으로 방문했다. 연합뉴스는 "자민련 총재직 사의를 표명한 이한동 국무총리가 5일 아침 신당동 자택으로 김종필 명예총재를 방문해 당 복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자민련의 한 고위관계자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민련 고위관계자의 전언은 이한동 총리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련은 4일에도 이 총리가 총재직 사퇴서를 제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정보를 기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이 총리가 국무총리에 유임되면 자민련과 김종필 명예총재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공조의 상징으로 행정부에 파견한 자민련 총재가 공조파기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이 총리의 옹호는, 임 장관 해임안 가결이라는 자민련 거사의 명분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가 4일 오후 유임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은 사실"이라면서 "김종필 명예총재가 다시 강력히 잡아당기니까 심사숙고하는 모양이지만 결국은 유임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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