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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이 자신의 손과 휠체어를 버스손잡이에 수갑과 쇠사슬로 묶은 채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종합> 29일 오후 10시

"죄송합니다만 버스에서 내려주세요"


29일 오후 동아운수 소속 8-1번 일반버스는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작은 해방구'였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앞 최장시간 정차기록을 세웠을 법한 이 버스 안에서 이들의 투쟁을 계속 지켜본 오마이뉴스 기자 역시 또 다른 '공범'이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장애인과 함께 버스 타기' 출발 장소인 서울 혜화동 로터리 버스정류장에 기자가 도착한 건 오후 12시30분경. 현장에는 휠체어에 앉은 20여명의 장애인과 '도우미'를 맡은 40여명의 비장애인 학생들이 집결해 있었다.

장애인 버스 점거 "움직이지 마" / 허성호 기자


지난 24일 서울역에서 같은 행사를 시도했다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출발전까지 다들 긴장된 표정이었다.

12시40분경 8-1번 버스가 도착하자 학생들의 부축을 받아 장애인 5명이 차례차례 버스에 올랐다. 현장엔 50여명의 전경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들의 버스승차를 가로막지 않았다.

이렇게 버스 3대를 보내고 이동권연대 박경석(41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장, 지체장애인) 대표를 포함한 마지막 그룹이 버스에 오른 시간은 오후 1시7분경. 기자 역시 마지막 버스에 올라 목적지인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버스 타기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혜화동에서 8-1번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1시20분경 버스가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일반 승객들이 버스 안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챘을 즈음 동승한 학생들은 승객들에게 하차를 요청했다.
"죄송합니다. 버스비는 드릴 테니 내려주시겠어요."

장애인 하차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운전석을 벗어났던 버스기사 안영주(30, 동아운수) 씨 역시 얼떨결에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버스를 내렸다. 곧 버스 문은 굳게 닫혔고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은 버스 창문을 통해 굵은 쇠사슬을 던졌다.

상황은 갑자기 급박해졌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100여명의 전경들은 서둘러 버스와 정류장 주변을 둘러쌌다. 이에 맞서 30여명의 학생들과 이동권연대 소속 10여명의 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쇠사슬을 연결한 채 버스 둘레를 바짝 에워싼 채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당시 버스 안에 남아있던 사람은 박경석 교장과 야간학교 학생인 송병준(23) 군 등 2명의 휠체어 장애인과 10여명의 학생,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고 있던 5명의 기자들뿐이었다.

▲경찰이 버스를 둘러싼 채 시위를 벌이던 장애인들을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김시연


운전석에 휠체어와 몸을 쇠사슬로 묶고 손목에 수갑까지 채운 박경석 교장은 "이미 수차례 우리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없고 무관심한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나왔다"면서 국무총리나 책임 있는 당국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가 접근해 "버스를 무단 탈취해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버스에서 즉시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박 교장과 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연행과정에서 길바닥에 쓰러뜨러져 절규하는 장애인(사진 왼쪽) / 경찰은 화장실에 가기위해 시위대열을 빠져나가겠다는 장애인도 막았다. 한 장애인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시가 넘어서자 인도에 정렬에 있던 50여명의 사복 전경들과 여자경찰들은 인간사슬을 만들고 있던 학생들에게 달려들어 하나둘 연행해 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과 학생, 취재진들간의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인간사슬을 만들던 학생들을 모두 연행한 경찰들은 이번엔 절단기를 동원해 쇠사슬을 끊고 장애인들을 끌고 갔다.

▲봉숭아물 곱게 들인 손으로 휠체어와 쇠사슬을 잡고 있던 여성 장애인은 경찰의 연행이 시작되자 휠체어에서 끌어내려졌고 길바닥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버스 주변이 완전히 무방비가 상태가 된 3시20분경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첨예한 대치 상황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찰과 박 교장간의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4시40분경에는 버스회사 대표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동아운수 임정욱 대표이사는 "장애인 버스 이용문제는 정부나 모든 버스회사를 상대로 풀어야할 일인데 개인업체의 사유재산을 갖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5시7분경 비가 그치자 경찰들은 자동 개폐기를 통해 버스 뒷문을 열고 버스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박 교장과 학생들은 저항 없이 경찰들의 부축을 받아 버스를 내려왔다.

20여명의 장애인을 포함한 60여명의 버스농성 참가자들은 경찰버스에 실려 종로경찰서 등 인근 경찰서로 연행됐다.

3신: 29일 5시50분
경찰 버스 안 진입 농성자들 연행


경찰은 오후 5시10분경 버스회사 직원을 불러 버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농성중인 장애인 등을 모두 연행했다. 이로써1시20분에 시작된 장애인들의 시내버스 점거농성은 4시간여만에 사실상 끝났다.

▲경찰이 시위에 참가했던 뇌성마비 장애인 안형진 군을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대체: 29일 4시25분
경찰 장애인들 연행


▲한 장애인이 휠체어와 버스 출구를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경찰이 진입해 절단기로 쇠사슬을 끊고 연행하려 했지만, 출구 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손잡이 때문에 앞문으로 연행해야 했다. 버스의 구조는 휠체어 장애인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 용케 버스에 탔다해도 '내리는 문'으로는 나갈 수 없도록 되어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후 4시 20분 현재 세종문화회관 앞 시내버스 점거농성 현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농성중인 장애인들을 연행하고 있다.

경찰은 3시 20분경 1차로 장애인들이 휠체어와 버스를 연결해놓은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고 버스 외곽에서 농성중이던 장애인들을 연행했으며 장애인들은 이에 맞서 "우리도 버스를 타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장애인들의 시위에 동조하는 대학생 2명은 버스 위로 올라가 구호를 외쳤으나 경찰은 소방차를 동원 이들도 연행했다.

그러나 4시 25분 현재 버스 안에는 장애인 2명과 비장애인 10명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고 경찰은 이들을 연행하려는 작전을 세우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경찰은 "불법점거이지만 버스 문을 열고 해산하면 연행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하지 않겠다"고 설득했지만 농성자들은 "우리는 경찰의 관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국무총리를 면담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계속 농성을 하고 있다.

1신: 29일 13시51분
"우리도 버스를 타고 싶다" 휠체어 농성


장애인 이동권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8월29일 오후 1시30분 현재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내버스 1대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 20여명은 8-1번 시내버스 안과 밖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버스 창문에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는 구호를 종이에 써 놓고 있다. 버스 출입구에는 15명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쇠사슬로 휠체어를 묶은 채 150여명의 전경과 대치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연대는 29일 오후 1시 대학로에서 '장애인과 함께 버스타기 행사'를 가진 뒤 8-1번 시내버스 등 4대에 나눠 타고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1시20분경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승객과 운전사를 내리게 한 뒤 버스 1대를 점거했다. 이들의 농성 현장에는 전국 에바다대학생 연대회의, 학생행동연대 소속 대학생 40여명도 나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장애인이동권연대는 7월2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천막농성을 벌이기도했다.

이들은 그간 모든 지하철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장애인이 대중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 개정 등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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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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