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지시간 4월 1일 오전 11시 30분. 로스앤젤레스시청 동관 12층 프레스룸에는 LA시 통신사인 CNS(City News Services)의 로렌 켈러 기자가 컴퓨터 자판에 손을 올린 채 열심히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 한국에서 발행되는 미디어에서 나왔다는 말에 바쁜 일손을 멈춘 채 시간을 내줬다. 그는 "여기에 별도의 기자단 조직 같은 것은 없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청 기자실에는 상주하는 기자들이 많지 않다. 2~3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이 6~7개에 불과하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같은 일부 대형 언론사는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일부 언론사는 한방에 3~4명이 함께 사용한다. 그리고 라디오나 신문 통신사 등이 함께 입주해 있다.

독방은 거의 매일 출근하는 언론사 기자들 방이고 함께 쓰는 방은 일주일에 한두번 나올까말까 하는 언론사들이 함께 쓰는 방이다. 합방은 LA위클리, LA판 한국일보나 주간지 등 공간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언론사들이 공유하도록 한다.

방을 내주는 것은 일간지나 일간방송에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그렇다고 작은 언론사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밥 부처 시청기자실 당당관은 "일간형식을 띄고 있고 활동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매체에게 공간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준다"고 말했다.

입주할때 전화 1대만 놓아주고 나머지 집기라든지 경비는 모두 각 언론사가 부담해야 한다. 시청사 내의 전화에는 전화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장거리 전화를 할 경우 각자가 따로 전화를 설치해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전화해야 한다.

별도의 임대료는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스스로 내는 언론사도 있다. LA타임스가 그런 경우다. 타임스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는데 론 부처 기자실 담당관은 그 이유를 "그들은 공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원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언론윤리의 표현인 것이다.

시청 기자실에서는 시청과 시장실 법원 시의회 등 주요 관공서들을 모두 커버하는 것이 보통이다.


"각자 알아서 할 뿐 기자단 조직은 없다"

CNS통신의 로렌 켈러 기자는 "기자실의 출입제한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2001 박귀용
언론사 근무경력 10년째라는 CNS의 로렌 켈러 기자는 동양인 기자의 방문에 호기심을 보이면서 미국 기자실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CNS는 지역 언론사들에게 지역 기사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해주는 LA지역의 유력통신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언론사의 기자실 접근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누구나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기자회견장 등에 접근하는데 무슨 제한 같은 것이 있는가?
"전혀 없다(Not at all). 내가 아는 바로는... 그것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누구든 나타난 사람에게는 입장이 허용(admitted)된다. 특히 기자회견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정치인이건 공직자건 회견을 하려는 이들은 프레스 릴리스(언론통지문)를 통해 언제 어디서 왜 회견을 하려는지 설명하는데 그러면 우리통신사에서 각 언론사에 보내는 버짓(budget, 언론사 취재대상 계획서)에다 올리게 된다. 원래 기자회견이란 개방(open)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 시청 출입기자들 간에 기자단 조직 같은 것이 있는가?
"없다. 우리는 각자가 자기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신문은 신문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자기 형식대로 다르게 기사를 만들어 나간다. 기자들간에 의사교류는 하지만 대부분 각자가 알아서 일한다. 특히 어떤 이가 특종(scoop)을 잡으면 혼자 하기 위해 남들에게 얘기해 주질 않는다. 그런 것 말고는 대체적으로 친근한 분위기이긴 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슨 일이 오가는 지는 알려주려 노력한다. 통로에서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가끔은 만나서 토론도 한다."

- 그것은 공식적인 결속(official tie)관계와는 다르다는 말인가?
"그렇다. 모든 이들은 스스로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 취재는 주로 어디서 하는가?
"시장은 시장실에 기자회견장이 있고 시의회에도 소규모 기자회견장이 있는데 다수의 정치인들은 그곳을 이용한다. 그리고 많은 공직자나 단체들은 시청앞에서 입구등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어떤 때는 시청로비에서 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기자회견은 필요한 장소에서,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학교, 병원 등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에서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 그러니깐 지금 당신이 쓰는 기자실이라는 것은 당신의 사무실인 셈인가?
"그렇다. 기자회견이나 브리핑같은 것은 모두 다른 데서 하고 나는 일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이곳에 나오는 것 뿐이다."

- 만약 당신이 시 정부관리나 공항관리등으로부터 회견장에 출입을 거절당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심지어 같은 기자들이 출입을 제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매우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다. 그게 사실이라고 상상할 수가 없다. 아마도 격노할 것이다. 특히 그것이 기자회견(news conference)이라고 말을 한다면 목적은 그것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인데 기자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자회견이라는 제목과는 정 반대되는 모순이 아닌가?

정치인이나 관리들이 주최하는 일반 모임에서 조차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에는 브라운법(Brown Act)이라는 것이 있어 모든 류의 이런 미팅은 공개되어야 한다. 이것은 누가 거부할 수 없는 '기본'사항 이다. 시의원이나 시 관리 누구라도 개방된 공공 모임(open public meeting)을 그 누구에게도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

- 그것이 너무 당연하게 취급되어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대다수 기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서 하는 일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하는 일 모두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적인 이익과 관련해서 정부기관이 일하는 과정 대부분은 개방적이어야 한다. 누구든지 와서 쓰고 싶다면 그것은 환영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너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보도할 권리)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 만약에 당신이 한국과 같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기자는 사전에 인천공항 출입기자실의 취재기자 거부 사건의 배경을 설명함)
"그쪽 체제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정부에 항의를 하든지 아니면 시장실이나 관계 책임자에게 연락해 '내가 기자회견에서 접근이 거부됐다. 언론사에서 나왔는데도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항의를 하겠다. 그곳의 항소과정(appeal process)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시의원이 취재를 거부했거나 다른 관리 누군가가 부당하게 취재를 방해하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든지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곳 어디든지 갈 것이다."

- 어리석은 질문같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결코 (어리석은 질문이) 아니다. 이곳이라면 그것은 언론의 권리가 침해받는 아주 심각한 일이다."

- 시정부 관계기관에 취재나오는 지역 기자들의 수는 모두 얼마 정도 되는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많을때는 수백명이 한꺼번에 나온다."

LA시청 공보관 "어떻게 기자출입을 제한할수 있나?"

LA시청 기자실의 프랭크 마텔쟌 공보관은 "일반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 2001 박귀용
시정부 당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시청 기자상주실을 떠나 약속된 시장집무실의 언론공보관실을 찾았다. 프랭크 마텔쟌 공보관은 기자회견등 리처드 리오단 LA 시장의 언론공보 실무를 맡은 공보실무 책임자이다.

그는 "단 하나의 미디어에라도 더 알려 시정이나 시장의 정책을 공공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시정공보 업무의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LA시장실에는 별도로 기자회견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 시장이 기자회견을 할 때는 어떤 경로로 하는가?
"우선 기자회견 성격을 정하고 난 후 뉴스 릴리스를 작성해서 각 언론사에 보통 하루전에 발송한다. 대다수 지역 언론사들에게 팩스를 통해 연락한다. 리스트에 등록된 지역의 군소 커뮤니티 페이퍼(지역신문)들에게도 모두 연락한다. 이때는 사진촬영 시간 등 취재에 필요한 제반 정보를 제공한다. 프레스 릴리스를 보내고난 후에는 다시 전화해서 받은지 확인한다. 그리고 당일날 또다시 확인한다."

- 시청의 언론 정책에 있어 기본이 되는 룰(규칙) 같은것이 있는가?
"언론들이 가진 궁금증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 시장실의 시정을 알리는데 언론의 협조는 제대로 잘 되는가?
"TV 라디오 신문등 필요한 모든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지역사회) 별로 필요에 따라서 해당 그룹을 커버하는 매체들을 주로 활용한다. 전할 내용이 무언인가에 따라 활용하는 미디어가 달라진다. 다양한 선택사항이 있고 우리는 그 상황을 우선 고려한다."

- 언론과의 관계는 어떤가, 서로간에 갈등이라든지 경계라는지 하는 요소는 없는가?
"대체적으로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기사거리를 주지않으면 우리도 필요한 보도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언론은 협조적이다."

- 기자회견을 하는데 있어서 언론사들에 대한 제한 같은건 없는가?
"무슨 말인가?"

- 특정 언론사들에 대해 출입을 제한한 적이 있는가?
"시의회 회의에는 미디어들이 항상 접근할 수 있다. 이곳 시장실의 경우 시장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인 경우라면 인터뷰 신청서를 내고난 후 개요서를 검토해 여부를 알려준다. 그러나 일반 기자회견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기자출입이 제한된 것은 한번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자들이 공공의 정보를 받으러 오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가 있겠는가?"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