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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0시20분경, 민주당 의원연수장에서는 이상한 경품행사가 시작됐다. 냉장고와 대형 TV 등 총 1000여만원 상당의 고가의 전자제품이 경품으로 걸린 이날 행사에서 민주당 의원연수를 취재 온 기자 중 20여명의 기자들에게 경품이 쏟아지는 촌극이 연출됐다. 일부 기자들은 경품에 당첨될 때마다 환호성을 올렸고, 이를 지켜보던 한 기자는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에게 경품을 안기는 것은 '공개적인 촌지'와 다를 바 없다"며 씁쓸해 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현장을 공개한다. - 편집자 주

보도 그후(기사 후기)
민주당 대변인실에 경품이 쌓인다? - 공희정 기자

민주당은 29일 합동연수회에서 경품 행사를 통해 고가의 전자제품을 출입기자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이날 경품을 추첨하는 과정에서 당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기자들에게 경품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또한 경품 행사에서 추첨되지 않은 기자들 중 일부를 선별해 상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29일부터 1박 2일동안 용인 중소기업개발연수원에서 진행된 의원·지구당 위원장 합동연수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 취재차 참석한 기자는 70여명이었고, 200여명의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29일 10시까지 분임토의를 마친 민주당은 10시 20분경부터 1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행사장 내에 쌓아놓고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열었다. 이날 경품으로 나온 전자제품들은 대형 텔레비전, 디지털 카메라, MP3, 오디오, 소형 냉장고, 비디오, 전기난로, 청소기 등 20만원에서 70만원대를 호가하는 전자제품들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경품은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이 직접 삼성, LG 등 대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은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원래 고생하고 있는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을 위한 위문성 자리였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것만도 13개 중앙일간지(경제일간지 포함)와 2개 방송사 취재진 24명에게 전체 경품 중 50% 이상의 경품이 추첨됐다. 또한 경품을 받지 못한 몇몇 유력 중앙일간지 기자들에게는 별도로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게다가 모 일간지의 경우에는 취재를 나온 3명의 취재기자 전원이 경품에 당첨되기도 했다.

이날 경품행사에서 경품에 당첨된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경품을 받을 당시에는 부끄러운지 모르고 마냥 즐거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추첨된 상품을 수령하지 않고 당에 반납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신문사의 경우 경품에 당첨됐으나, 아예 경품을 수령하지 않았다.

경품 수령을 거부한 모 기자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기자들에게 상품을 안기는 진풍경이 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할 일부 기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동료의 상품 수령을 축하했다"면서, "과연 기자는 어느 위치에 서서 상황을 판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또 "기자들은 취재를 하러 간 것이지 취재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간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말이 경품이지 또 다른 형태의 공개된 촌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행사에 참여한 모 중앙방송국의 한 중견 기자는 "김중권 대표가 연수회 인사말을 통해 '초록은 동색'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여기에 취재 온 언론인은 우리 식구'라고 표현했다"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의 정당들은 출입기자들을 자기 식구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런 당의 태도를 좋다고 달려드는 기자들의 안일한 정신태도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이번 사건을 취재해 보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품을 수령한 일부 출입기자들이 민주당 행정실에 경품을 반납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30일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찾아와 "일부 기자들이 경품을 반납하려고 한다"며 취재 자제 요청을 한 후, "사실 경품 추첨에서 그동안 수고한 영남권 지구당 위원장들과 당 출입기자들을 주로 뽑았다"면서 "현역 의원이 뽑히면 버리고 다시 뽑는 형식으로 기자들에게 경품을 몰아 주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품 추첨 행사에는 중앙일간지, 방송사 기자 등 20여명의 기자들이 함께 있었으나 30일자, 31일자 일간지 신문과 방송 어디에도 이 같은 소식은 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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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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