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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강원도내 K대학교 교내에 '민망한'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일본학과 학생회 명의로 붙은 그 대자보에는 일본학과의 학과장 K교수(42·남)가 11월3일 과 회식 장소에서 같은 과 여교수 P씨에게 했던 '저질발언'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대자보에는 '저질발언'외에도 같은 자리에서 K학과장이 학생들에게 했던 폭언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학생들은 이 발언들을 문제삼아 K학과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저질발언을 들은 여교수 P씨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사건 이틀후인 11월6일 청와대 여성특위에 K학과장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건은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K학과장은 과회식 장소에서 학생들에게 했던 '폭언'에 대해 "학생들이 했다고 하니까 인정하겠다"며 11월16일 과학생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P여교수에게는 아직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K학과장은 오히려 'P여교수가 먼저 나를 폭행했다'면서 P여교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게다가 지난 11월20일부터 1주간 학교당국에 병가를 내고 병원에 입원하기 까지 했다.

또 이들 두 교수는 이메일을 통한 공방까지도 벌였다.
K학과장은 11월17일 'P여교수에게 폭행을 당했으니 나도 피해자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으며, P여교수도 20일 'K교수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이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학교당국은 애초에 P여교수에게 "학과내의 문제를 외부에 공개해 학교위상을 추락시켰다"며 '조용히 끝낼 것'을 종용했다가 문제가 가라앉지 않자, 사건발생 20여일이 지난 11월22일 '학내 성폭력 대책위'(21일 P여교수의 신고) 활동에 들어갔다.

도대체 일본학과 회식자리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제의 '저질발언'이 나온 곳은 11월3일 K대 인근 한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본학과 원어연극제의 뒤풀이 자리.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뒤풀이에는 과학생 40여명과 K학과장, P여교수, 또다른 남자 P교수, 객원교수 등 과교수 4명, 졸업생 등 다수가 참가했다.
K학과장은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졸업생 J씨와 음식점에 도착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고 온 K학과장은 학생들을 향해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딨어' '개×같은 판이네' '씨×' 등의 폭언과 욕설을 했다.

K학과장은 또 회식을 마치고 계산을 하는 자리에서 P여교수가 계산을 하자 "야, 왜 니들이 먹은 것을 교수보고 내라고 하느냐"며 큰소리로 학생들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윽고 P여교수가 "밖에서 얘기하자"며 K학과장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고, K학과장은 먼저 집으로 돌아간 남자 P교수를 거명하며, "P**, 이 새끼 어디 갔어?"라고 소리쳤다.

최악의 저질발언은 P여교수가 K교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뒤 2차장소로 이동중일때 나왔다.
P여 교수에 따르면 K교수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야 이년아, 니가 뭐그리 잘났다고 돈을 다 내고 지×이냐"라며 P여교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는 것. 순간 졸업생 J씨가 다가와 말렸지만 K교수는 수차례 P여교수를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들었고 이 과정에서 졸업생 J씨가 K씨에게 왼쪽 뒷목덜미를 한 대 맞았다. 이후 K교수는 이런 극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자P교수)이 좋으면 평생 ○○○의 ×대가리나 빨고 살아라."

K교수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P여교수가 대화도중에 갑자기 나를 꼬집고, 때리고, 할퀴어서 여자를 때릴 수도 없기에 그런 욕설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교수는 "그날 P여교수의 폭행으로 왼손 손등에 피가 흘렀으며, 양복 윗도리가 찢어졌다"며 "P여교수가 먼저 사과하면 나도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이 두 교수의 다툼 현장에 있었던 졸업생 J씨는 "내가 갔을 때는 둘이서 멱살을 잡고 있을 때였는데 K교수가 P여교수를 때릴 것 같아서 말렸으며, 전후사정은 잘 모르지만 문제의 발언은 확실히 들었다"고 21일 오마이뉴스에 말했다.

또한 현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던 한 학생도 "멀리서 봤기 때문에 대화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P여교수의 체구로 보나 당시 정황으로 보나 P여교수가 K학과장을 폭행할 상황은 아니었다"며 "K학과장은 상처도 경미하지 않는가"라고 밝히고 있다.

P여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씨×년아' '개××랄년아' 등 K학과장의 폭언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고, 나는 K학과장을 폭행한 적 없다"며 "이번마저도 그냥 넘어간다면 계속 나를 우습게 볼 것 같아서 공식적인 사건처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날 문제의 '저질발언'은 충격을 받아 길바닥에 주저앉은 P여교수에게 달려온 학생들과 객원교수에게 사건직후 바로 전달됐다. 일본학과 학생회(과회장 김영삼)는 교수들 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1주일여 침묵을 지켰지만 진전이 없자 11월13일 대자보를 통해 공개했다. 이어 학생들은 13일부터 1주간 모든 전공수업을 거부하는 한편 'K학과장 파면지지 서명운동'을 벌여 교내 1천여 명의 지지서명을 받았다.

또 이 학교 여교수들로 구성된 여교수회는 P여교수의 '청와대 여성특위' 진정을 돕는 한편, '교내 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였다. 청와대 여성특위도 11월22일 학교측을 방문, 진상조사 활동을 벌였다.

학교당국도 당초의 미진한 태도를 바꿔, 11월22일부터 '학내 성폭력 대책위'를 가동, 조사소위원회 활동에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K대학 내의 상당수 교수, 학생들이 K학과장의 '도를 넘어선 저질발언'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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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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