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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지방지인 The Miami Herald 웹사이트에 보도된 팜 비치 카운티의 문제의 투표용지. 투표용지를 자세히 보면 좌측 첫번째에 부시 후보의 이름이, 두번째에 고어 후보의 이름이 적혀있고 우측 첫번째에 뷰케넌 후보의 이름이 적혀있다. 가운데 구멍을 뚫는 기표란은 부시가 첫번째, 뷰캐넌이 두번째, 고어가 세번째다. 고어를 찍으려던 많은 유권자들이 두번째에 구멍을 뚫었다가 실수한 것을 알고 다시 세번째 구멍을 뚫어, 구멍이 두개인 무효표가 19,000개가 나왔다.



최종편집: 11일 오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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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고어의 선택

'미국은 승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주요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11월 10일자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극히 이례적인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은 누가 승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그 승자가 공정하게 뽑혔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이렇게 지적했다.

"그렇게 정통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의회와 외국정부 그리고 특히 언론을 상대하는데 발목이 잡혀 제대로 일을 못할 것이다."

상황은 1960년 보다 더 나쁘다.

1960년에 닉슨이 케네디에 0.2%차이로 졌을 때 닉슨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케네디는 국방장관과 재무장관 자리를 닉슨의 공화당에 나눠줬는데, 그런 초당정치는 이미 물건너간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 10일자의 한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양진영의 전쟁은 선포됐다. 그러나 그 어떤 쪽도 완전한 승리를 이룰 수 없는 전쟁이다"

이 기사는 말미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어, '하나님'을 찾는다.

"이것은 기도로 해결될 일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두 후보가 하나님께 여쭤야 한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 정치권은 어떤 해법을 제시해낼까? 미국 정치권은 과연 그런 힘과 지혜가 있을까?

미국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벌써부터 고어에게 '이제 그정도만 하지'하는 압력을 넣고 있다. 4년후의 대선에 다시 재도전하려면 이정도에서 끝내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팜 비치 카운티에서는 '유린된 기본권'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무효표로 처리된 1만9천 유권자의 상당수는 "내가 찍고 싶은 후보에게 표를 찍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목소리를 다 고려할 수밖에 없는 고어는 빠른 시일안에 선택을 해야 한다. 심각한 선택일수록 명분은 단순화된다.

타협해 기존 미국 정치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유권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것인가?

복잡한 선수들이 뛰는 미국대선 연장전을 이렇게 '무리하게' 단순화시켜보면 태평양 건너의 우리에게도 그 관전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재검표 완료, 부시 327표 앞서긴 했지만

플로리다주 67개 모든 카운티의 재검표 결과 조지 W.부시가 앨 고어보다 327표를 더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는 291만198표를 얻었고 고어는 290만9천871표를 얻었다. AP의 집계는 비공식적인 것이다.

이 집계에는 부재자표가 아직 다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또 고어측이 문제가 된 팜 비치 카운티 등 4개 카운티를 수작업을 통해 다시 검표하자고 나섰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어 10일의 재검표 완료를 '최종 득표'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AP의 집계 직후 고어측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고 말했다. 고어측은 "애초의 개표에서 1천7백여표 차이였는데 재검표에서 3백여표로 줄어들지 않았느냐"면서 "부재자표와 팜 비치에서의 수작업 개표를 마치고 나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반면 부시측은 AP집계 이후 즉각 "고어측은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을 재고하기 바란다"는 코멘트를 밝표했다.

이젠 팜 비치의 19,210 무효표의 향방에 달려있다

이제 관심은 팜 비치 카운티에 대한 수작업 재개표에 모아지고 있다. 이 카운티의 총 투표수는 약 45만.

팜 비치 선관위는 11일(토)에 수작업 재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전체 투표의 약 1%에 해당되는 약 4천여표를 샘플로 하여 손으로 개표를 해보고 1차개표때와 중요한 차이가 나면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곳의 재개표 결과는 다음주 월요일(13일)에나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효표로 처리된 19,120표 가운데 얼마나 고어의 유효표로 '구제'될 수 있는가이다. 이 표들의 상당수는 헷갈리는 투표용지 때문에 고어를 찍으려다 부캐넌을 찍어 두군데에 기표를 해 무효로 처리된 것들이다.

그러나 부시측은 지난 1996년 대선에서도 팜 비치 카운티에서 1만4천872표가 비슷한 이유로 무효표 판정을 받았다면서 "그때와 별 차이가 없다"며 승패에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징조'들은 예사롭지 않다.

이번 67개 전 카운티를 대상으로한 컴퓨터 재검표에서 1차개표와 가장 많이 차이가 난 곳은 문제의 팜 비치 카운티였다. 이곳 재검표에서 고어는 애초보다 751표를 더 얻었다. 부시는 108표를 더 얻는데 그쳤다 (고어 26만9천696, 부시 15만2천924표). 고어가 1차검표때의 부시와의 표차인 1784표를 327표까지 좁히는데 있어 팜 비치에서 새로 얻은 751표는 결정적이었다.

이것은 팜 비치를 바라보고 있는 두 후보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준다. 이번 컴퓨터 재검표에서 무려 751표나 고어에게 새 표가 갔으니까 아무리 손으로 다시 계산한들 더이상의 고어표는 나오지 않겠지. 이것이 부시측의 바람이다.

반대로 고어측은 이런 희망을 갖고 있다. 그것봐라, 그렇게 팜 비치는 문제투성이였다. 손으로 계산하면 버려진 우리표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어측 "표심은 우리를 더 많이 지지했다"

팜 비치에서 고어 지지자들이 재선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CNN방송
고어진영은 공식적으로 4개 카운티에 대해 수작업에 의한 재재검표를 선거당국에 요청했다. 핵심적인 곳은 팜 비치 카운티.

팜 비치 카운티에서 헷갈리게 디자인된 투표용지때문에 수천표의 고어표를 '잘못 얻은' 개혁당의 팻 부캐넌 후보는 9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더라도 내가 얻은 일부 표들은 나를 찍은 것이 아닌 표"라면서 "나를 찍은 것이 아닌 표를 내표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부캐넌의 말 그대로: "My guess is, I probably got some votes down there that really did not belong to me, and I do not feel well about that. I don't want to take any votes that do not belong to me.")

뷰캐넌은 이날 인터뷰에서 실제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판단할 때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사실상 승리했음을 시사했다.

부캐넌은 67개의 카운티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1만6천962표를 얻었는데 팜 비치에서만 전체의 5분의1에 해당되는 3천407표를 얻었다. 그 숫자는 팜 비치에 등록된 개혁당 유권자 수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것이다. 특히 부캐넌표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투표구에서 많이 나왔다.

그런가운데 NBC방송이 팜 비치 유권자들을 상대로 긴급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투표용지가 헷갈렸다"고 응답해 고어표가 잘못 도안된 투표용지에 의해 도둑당했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줬다.


어떤 투표용지였길래

문제의 투표용지를 보도하는 CNN 홈페이지
팜 비치의 투표용지는 누구에게 찍을 것인가를 결정한 투표자가 후보의 이름 오른쪽에 있는 공간에 펀치로 구멍을 뚫게 되어 있다.

그런데 팜 비치 카운티의 투표용지는 고어 후보의 이름과 기표해야할 구멍이 일직선 상에서 일치하지 않고 매우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위 사진 참조).

그 이유는 후보자 이름은 양쪽에 2열로 배치되었지만 기표용도로 쓰이는 구멍(이곳을 두꺼운 바늘 같은 것으로 눌러 구멍을 내서 기표한다)은 양렬 후보 이름들의 사이 중앙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고어지지자들이 고어대신 그 반대편 열에 있는 부캐넌에게 결국 표를 던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진영에서는 투표용지는 이미 고어측 선거참관인도 투표전에 미리보고 인정한 용지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소송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선택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민권단체인 전미흑인연합회(NAACP)은 이번 플로리다주 선거와 관련, 흑인등 소수계 유권자들이 헷갈리는 기표용지 때문에 제대로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며 개표결과에 대한 소송을 연방과 주 법원에 각각 제기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표용지에 문제가 있어 고어대신 뷰캐넌에게 기표했다고 주장하는 플로리다주 민주당지지자들중 3명도 8일(한국시간 9일) 자신들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법률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재선거 실시를 요구로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크게 다음 두가지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1)투표용지는 합법적인가?

플로리다 주법은 투표용지를 만들때 후보이름의 오른쪽에 기표할 공간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팜 비치의 투표용지는 이를 위반했다.

하지만 공화당측은 이런 용지가 지난 1996년 선거에서도 사용되었으며 이번선거에서는 민주당측 선관위원도 합의했으며 주에도 보고해 승인을 받은 것이기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헌법학자는 10일자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법원이 중요하게 여길만한 것은 주나 행정관리의 권리가 아닌 유권자들의 정당하게 투표할 권리"라고 지적했다.

2)투표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는가?

이와 관련해 LA타임즈 10일자는 주목할만한 지적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선거결과에 대해 양측이 부정선거 시비등으로 분란이 있으면 비록 부정선거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선거를 무효화해온 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팜 비치의 헷갈리는 투표용지와 그밖의 고어지지자들의 몇가지 부정선거 주장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부재자투표에서 누가 더 많이 나올까?

두 후보측은 서로 부재자투표의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예측하고 있다. 부시측은 부재자표의 대부분이 해외주둔 미군들의 것이고 이들이 전통적으로 공화당지지자였다는 점을 들어 상당한 차이로 고어를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어측은 부재자표에서도 상당한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주둔 미군 가운데 흑인등 소수계층 사람들이 적지 않고 특히 이스라엘에 나가있는 유대민족 미국인들의 표가 적어도 1500표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어의 부통령 런닝메이트인 리버만이 유대인이기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1996년 대선때 플로리다주의 부재자투표는 모두 2300여표였다.

이런 가운데 고어측이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한 4개의 카운티 가운데 팜 비치와 볼루시아 카운티는 수작업 재검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두개 가운데 브로워드 카운티는 수작업 재검표 여부를 놓고 청문회를 갖고 있으며 마이에미-데이드 카운티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다.

플로리다주 정부관계자들은 "공식 재검표 결과는 빠르면 다음주 화요일(14일, 투표 일주일 후)에야 집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최종결과는 부재자 투표용지가 모두 도착해 집계되는 11월 17일(부재자표는 투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개표되어야 한다)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주는 부시 후보의 친동생인 젭 부시가 주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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