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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배을선/이훈희/공희정/김미선 기자

(이 기사는 11월 1일 새벽 2시에 '생나무 기사'로 올려진 '한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대체 심층취재 기사입니다---편집자주)

지난 30일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한 서지혜 학생의 빈소. 서양의 부모는 서양이 보름 전 놀이터에서 너댓명의 친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사망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같은 학년 학생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한 한 여중생이 폭행당한 3일후부터 복통을 호소하며 앓다 지난 10월 30일 '전격성 간염'과 '좌상'(挫傷)으로 숨져 경찰과 학교당국이 집단구타 후유증에 의한 사망여부를 조사중이다.

0중학교(서울 옥수1동) 3학년에 다니던 서지혜(여, 15세) 학생은 11월 1일 현재 서울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 무엇이 이 열다섯 소녀를 그토록 빨리 이 세상과 이별하게 만들었을까? 친구들로부터의 집단구타는 그의 죽음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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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병원(서울 풍납동)에 마련된 지혜의 빈소에는 부모와 동생, 그리고 친척 몇 명만이 쓸쓸이 지혜의 영정을 바라보며 흐느끼고 있었다. 담당의사가 1차 진단한 지혜의 사망원인은 '전격성 간염'과 '좌상'(타박, 충돌, 추락 따위로 외향에는 손상이 나타나지 않고 피하조직 또는 근육부를 손상하는 것)이다. 부모는 평소 병원에 가는 일 없이 건강하기만 했던 지혜가 그런 병을 얻어 갑자기 죽은 것은 '집단구타'의 후유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11월 2일로 예정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이후에야 보다 정확한 사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중이다.

지혜의 죽음이 갑작스런 간염 발병에 의한 것이건 집단구타 후유증에 의한 것이건 분명한 것은 15살 어린 소녀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집단구타의 악몽을 간직한채 죽었다는 사실이다. 학원폭력 추방이라는 어른들의 구호가 요란한 이 시대에.

도대체 지혜는 왜 급우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서울중앙병원 영안실에서 서지혜 학생 부모와 1시간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부모는 서지혜 학생이 죽기 전에 구타과정 등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모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놀기 좋아하고 공부는 잘 못하는, 그러나 항상 밝고 명랑한 학생이었다.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데리고 와 놀기도 하고, 평소의 교우관계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혜가 같이 어울리던 친구의 흉을 보았고, 지혜가 하는 욕을 들은 다른 친구는 그것을 당사자에게 고자질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몇몇 친구들은 일요일인 10월 15일 지혜에게 전화를 걸어 동네의 놀이터로 불러냈다.

서 양이 집단구타를 당했던 성동구 금호4동 주택가 놀이터.ⓒ 오마이뉴스 김미선
그 놀이터에서 낮 12시부터 5시까지 무려 5시간 동안 5~6명의 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머리와 뺨, 배, 다리 등 학교친구들을 비롯,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까지 심하게 얻어맞은 것이다.

이날, 지혜의 부모는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서 밤 11시 30분 경에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까지 지혜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날인 월요일, 어머니가 지혜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니, 지혜는 자고 있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지혜는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갔다.

폭행당한지 3일째되던 수요일 아침, 지혜는 어머니에게 배가 너무 아프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집에 있던 활명수를 먹게 했다. 지혜가 계속 아프다고 괴로워하자, 어머니는 약국에 가서 하루치 소화제인 알약과 물약을 사왔다. 친구들에게 맞았다고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냥 소화가 안돼 배가 아픈 정도로만 알았다.

목요일, 하루가 지났는데도 지혜가 너무 아파하자, 자주 가던 동네병원에 입원을 시키려고 했다. 병원의 의사는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동부시립병원에 가서 하루동안 입원을 했다.

금요일, 동부시립병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진찰을 한 의사가 "애가 얼마나 오랫동안 얻어맞았으면 이렇게 간이 부었냐?"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지혜의 부모는 지혜가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X-ray 찍은 사진을 보니 온 몸에 멍이 들어있고,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뭉치로 빠져있었으며, 머리 군데군데 상처가 있었다. 지혜는 황달로 인해 이미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아프다고 발광을 하고 소리를 마구 질렀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을 시키려고 하자, 중환자실이 비어있는 게 없다며, 서울중앙병원으로 앰뷸런스를 대줬다.

토요일, 지혜의 아버지는 학교를 찾아가 지혜의 상태를 알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따졌다. 담임교사는 폭행한 학생들의 명단을 보여주었다. 지혜에게는 5~6명으로 들었는데, 명단에는 4명밖에 없었다. 10월 23일, 아버지는 4명의 학생을 상대로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故 서지혜 양.ⓒ 오마이뉴스 김미선
서울중앙병원에 입원 후, 지혜는 정상적인 의식이 없이 너무 아프다고 발광을 해, 병원 측에서는 지혜의 두 팔과 다리를 묶어 놓았다. 폭행을 한 학생 몇 명과 그 부모들이 병원으로 와 의식이 없는 지혜를 보고 갔다. 그 후 2~3일은 의식이 돌아와서, 물어보면 대답도 곧잘 하면서 상태가 좋아진 듯 보였다. 아버지가 폭행 당한 사실을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맞은 걸 말하거나, 때린 사람의 이름을 불면 죽여버린다, 우리 아버지가 경찰인데 직위해제를 당할지도 모르니 말하면 안 된다"며 친구들이 겁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27일부터 갑자기 상태가 더 나빠지더니, 29일 뇌사상태에 빠졌고, 월요일인 10월 30일, 지혜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상이 서지혜 학생 부모가 전한 사건의 전말이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서지혜 학생이 다니던 0학교에 가 보았다. 이 학교의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 등을 만나 우선 집단구타가 실재 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학교당국자들은 자체조사 결과 집단구타가 있었음을 구타 하루 뒤인 10월16일 처음 알았으며 10월 18일에는 전모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학교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전모는 부모가 알고 있는 줄거리와는 비슷했으나 몇 가지 사실에서는 약간 달랐다.

학교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1)구타현장에는 총 8명의 학생이 있었고 4명은 구경만 했으며 4명이 폭행에 가담했다 2)구타는 5시간이 아닌 1시간 동안 있었다. 3)폭행은 한사람씩 차례대로 했으며 첫번째 학생은 머리를 몇차례 때렸고 두 번째 학생은 뺨을 20여대 때렸고 세 번째 학생은 다시 머리를 때렸으며 네 번째 학생은 서지혜에게 "병신아, 왜 덤비지도 못하느냐"면서 때리면서 1:1로 싸웠다.

학교당국자들은 서지혜 학생의 사인이 이 집단구타 사건과 어느정도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검과 경찰조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학교당국자들의 말에 따르더라도 서지혜 학생은 4명의 또래 아이들로부터 무려 1시간동안이나 폭행을 당했고 다른 4명은 그 장면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성수여중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학교주변폭력이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2일 오전, 지혜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양천구 신월 7동)에서 부검에 들어간다. 가해 학생 4명은 성동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가해자중 서지혜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2명은 11월 1일 등교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부검결과는 물론 집단구타와 서지혜 학생의 죽음을 둘러싼 학교당국 및 경찰의 조사와 수습결과를 후속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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