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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및 정리 - 이한기 이병한 박수원 김미선 기자

의사들이 20일부터 집단 폐업에 들어갔습니다. 여러분은 의사들의 집단 폐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마이뉴스에서는 '의약분업'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집단 폐업에 참여한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렸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정책위원과 [주간] '청년의사' 편집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전철수(43) 씨를 초대해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쪽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21일 오후 1시에는 2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이강원 사무국장과 함께 '의약분업이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릴레이 열린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 오늘(20일)부터 의사들의 집단 폐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폐업 불참을 선언했고, 오마이뉴스 기자가 강북삼성병원에 취재를 나가보니 일부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더라. 오늘 오전의 폐업 진행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사협회) 사무실에 안 가서 잘은 모르겠지만, 거의 90% 이상이 폐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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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정서상 의사들의 집단 폐업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특히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진료나 치료 행위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동안 쌓여왔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의 벽이 이번 사태를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것 같다.

"마치 이번 폐업이 의사들의 자의적인 결정인 것처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폐업 사태는 사회적 상황으로 빚어진 것이다. 과거부터 특정 집단이 목소리를 강하게 하고, 파업을 하면 불온하게 여기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 폐업은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대화가 끊겨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내리는 마지막 선택이다.

우리가 마지막 선택을 한 데는 사회와 정부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 정부와는 지난 2년 동안 의약분업을 계속 의논해왔다. 또한 지난 15일까지 정부에 최종 답변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앵무새처럼 과거의 말만 되풀이했다. 의사협회의 끊임없는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있고 성의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의사를 보는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의사 집단이 국민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지 진지한 검토도 했었다. 이런 국민들의 불신은 의사에게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더 깊게 보면 의료제도 등의 구조적인 문제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의사 개개인에 대한 신뢰도는 높으나 의사 집단에 대한 신뢰도는 별로다. 이는 의료제도를 경험한 국민들의 욕구 불만, 불편감, 이런 것들로부터 비롯됐다고 본다. 이것이 의사들만의 책임인가. 그렇지 않다. 의사들도 일정한 책임이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책임은 관료적, 행정적, 정치적으로 의료제도를 운영해온 정부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가 통제 위주의 의료정책을 펴왔다.

이번 투쟁은 단순히 의사의 집단적인 기득권 투쟁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국민의 건강권을 찾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양심적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 집단 폐업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전문가의 직업적 자율성에 대한 침해, 불인정에 대한 항거라고 볼 수 있다. '의권쟁취 투쟁위원회'라는 것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의권'이란 의사의 권리다. '의권'이란 환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권 수호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3년 동안 의료보험 제도가 운영되면서 의사들이 느낀 것은 전문가로서 극도의 자괴감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행정 집단에 대한 통치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국민들에게 적은 부담으로 최대의 효과를 주려고만 했다.

그러나 의료는 그렇듯 시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입장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와 정부의 의료정책, 그 괴리감 속에서 의사들의 자괴감은 갈수록 심해졌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사법부는 '과잉 진료'라며 의사의 책임만을 묻는다. 열악한 의료환경과 과도한 책임이 전문가로서의 의사의 정체성을 상실케 했고, 결국 오늘의 사태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사태를 수십년 동안 쌓여온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대한 감정의 폭발이라고 보아도 무방한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의약분업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이 논의에서 의료계를 소외시켜왔다. 그러면서 의사의 전문적인 권한과 책임성을 무시하는 경향으로 흘러버렸다. 대표적인 것이 약사로 하여금 대체 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의사들은 진료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을 책임진다. 그런 면에서보자면 약사가 대체 조제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의료 행위에 대한 의사의 완결적인 책임을 무시한 채 약사의 조제 편의성만 받아들인 것이다."

- 의사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사회적인 제반 이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의사들이 이번 집단 폐업에는 90% 이상 참여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사를 중상층, 특권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스스로를 사회 경제적인 중산층이라고 보는 의사들은 많지 않다. 물론 3분의 1 정도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지만, 나머지 3분의 2 정도는 평범한 기술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쉽게 말하면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해서 평생 버는 돈과 의사가 개업을 해서 버는 돈이 거의 비슷하다. 특히 20-30대 젊은 의사들의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한 달 월급이 200만원도 채 안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 의사들이 너무 많이 배출돼 경쟁이 심해서 그런가?

"단순한 경쟁이라기보다는 의료수가 등 정부의 지나친 의료행정에 대한 통제가 원인이라고 본다."

- 의사 절대 다수가 폐업에 참가하리라고 에상했었나?

"(절대 다수의 의사가 이번 폐업에 참여한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이는 의사들의 위기감을 말해주는 것이다. '의사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전업을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집행부의 투쟁이 아니다. 모든 의사들이 대한민국에서 의사를 계속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에 의사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발언을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묵묵히 사회에서의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왔다. 다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이런 노력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너무 인색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국민 건강에 대한 보건학적인 책임있는 발언이나 기획을 잘 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대학병원 의사나 개원의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했다고 평가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의사들이 집단 폐업을 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번째는 직업적인 자존을 위해서이고, 두번째는 단순한 직업적 투쟁이 아닌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의지이다.

현실적인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의사들이 뭘 말하려고 했었는지 국민들도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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