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일 오후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안을 놓고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과 김학원 자민련 의원은 반대토론을, 손봉숙 민주당 의원과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찬성토론을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성계의 50년 숙원사업이었던 호주제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35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8명, 기권 16명으로 민법 개정안이 가결된 것.

이로써 지난 50년간 위헌 논란과 존폐 시비에 휩싸였던 호주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찬반토론은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남성의원과 찬성하는 여성의원의 대결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반대토론에 나선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호주제 폐지를 앞장서서 막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표만 의식하며 일부 여성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며 "그럴 바에는 불편한 것 달지 말고 떼어 버려라"고 주장해 본회의장에 폭소가 터졌다.

▲ 2일 오후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안이 통과된뒤 유일한 여성법사위원인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기도하는 자세로 호주제 폐지를 자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의원은 "17대 국회가 가족을 해체하고 윤리마저 던지는 치욕적인 국회가 되지 않도록 표로 반대해 달라"고 반대투표를 호소했다.

김학원 자민련 의원도 "세계 가족제도와 족보학의 석학인 미국 하버드대의 한 교수는 대한민국 가족제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극찬했다"며 "호주의 권한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처리 연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토론에 나선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호주제 폐지와 가족 해체를 연결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호주제는 호주인 남성이 주인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의원은 "호주라는 것이 실제로 아무런 기득권이 없다면 호주제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호주제가 없다고 가족을 책임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김용갑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도 "호주제는 여성뿐 아니라 이혼, 재혼, 한부모 가족 등에게 고통을 준다"며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기초인 가족을 어떻게 평등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벌 면죄부' 비판받아온 집단소송법도 201명 찬성으로 통과

이에 앞서 '재벌에 대한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아온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찬반 토론 끝에 찬성 201명, 반대 42명, 기권 11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이 과거분식을 반영하거나 해소할 목적으로 허위공시를 하더라도 향후 2년간 집단소송법 적용에서 제외돼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날 반대토론에 나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법안은 허위분식을 2년간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과 정치인은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속아서 손실보는 사람은 누가 보상해주나"라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노 의원은 "16대 국회에서 그나마 개혁법안이었던 이 법안이 물갈이 된 17대 국회에서 유예되는 상황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반대 투표를 촉구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은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여야가 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회 본회의에서는 기존의 회사정리법과 화의법, 파산법, 개인채무자 회생법 등을 하나로 묶은 '통합도산법'도 가결됐다.

▲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호주제 폐지안등을 의결했다. 호주제 폐지안은 재석의원 235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8명, 기권 16명으로 가결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남성의원들, 그 불편한 것 떼고 다녀라!"
[현장] 김용갑 의원의 '아슬아슬한' 호주제 폐지 반대 발언

▲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토론을 하고 내려와 동료의원들을 보며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남성의원들, 그 불편한 것 달지 말고 떼고 다니세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또 흥분했다. 김 의원은 2일 오후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의 처리에 앞서 진행된 반대토론에서 이같이 말하며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남성의원들에게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반대토론에서 "호주제는 수천년을 이어온 가족 전통과 문화"라며 "호주제가 있다고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의원은 "호주제를 폐지해 자녀의 성과 본까지도 부모가 마음대로 바꾸도록 해서 혈통 체계를 바꾸려고 한다"며 "이는 친족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김 의원은 더욱 언성을 높여 "호주제를 폐지해야 (양성이 평등해진다고) 한다고 호도하는 호주제 폐지론자들과 정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까지 무너뜨려야 양성 평등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단상을 '쾅' 내리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일부 남성 국회의원들까지 표만 의식하면서 일부 과격한 여성들의 주장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며 "남성의원들은 줏대도 없고 소신도 없느냐"고 호주제 폐지 찬성 남성의원들을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 불편한 것 달고 다니지 말고 떼어버리라"는 '아슬아슬한 발언'을 내뱉고 말았다. 이에 그의 심각한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회의장 곳곳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회가 가족을 해체하고 윤리마저 던지는 치욕적인 국회가 되지 않도록 반대해달라"고 요청한 뒤 단상을 내려왔다.

한편, 김 의원의 흥분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날 본회의 가결로 호주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재석의원 235명 중 찬성 161표, 반대 58표(기권 16표)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투표에 참석한 여성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 김지은 기자

"비로소 가족 안의 양성평등 실현됐다"
박영숙·곽배희씨 등 '여성운동 맏언니'들 감격... 시민단체 잇따라 환영 논평

▲ 2일 오후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안이 통과된뒤 여성단체관계자들이 국회 기자실에서 호주제폐지축하 기자회견을 갖고 `평등가족만세`를 부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를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되자 여성단체 인사들은 크게 환영했다. 호주제폐지안의 본회의 통과 직후 여성계 인사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목소리로 "호주제 폐지, 평등세상 만세"를 외쳤다.

특히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과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등 이른바 여성운동계의 '맏언니' 격인 인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0년에 이르는 지난한 '호주제 폐지운동'의 역사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1990년 제13대 국회에서 가족법이 개정될 때 호주제가 누락돼 그간 항상 안타까웠다"며 "그후 15년이나 흘러 호주제가 폐지된 감회를 어떻게 말로 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호주제는 양성평등을 발목 잡았던 마지막 요인이었다"며 "이제 여성들도 법적으로 동등한 인간이자 사회 일원이 됐다"고 평가했다.

곽배희 소장도 "오늘 이 시점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완전히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21세기에 맞는 남녀 모두가 주인 되는 사회 될 것"이라고 반겼다.

여성부 장관으로서 정부의 '호주제 폐지 특별기획단' 등을 통해 호주제 폐지의 기반을 닦은 지은희 전 장관도 국회를 찾아 기쁨의 순간을 누렸다.

지 전 장관은 "감격스러워서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여성운동을 할 때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고 그 뒤 장관으로 있으면서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하던 순간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지 전 장관은 "50년 동안의 여성들의 희망이 꼭 달성 되리라 확신하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해 떨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호주제 폐지로 우리는 굉장한 역사의 큰 흐름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제 위헌소송'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해 지난 달 3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내기도 한 진선미 변호사도 "가족 안에서 보이지 않는 불필요한 권위의식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았던 많은 가족들이 가장 기뻐하지 않을까 한다"며 "그분들과 '승리'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137개 단체로 구성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시민연대는 성명에서 "호주제 폐지로 헌법이 정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게 됐다"며 "앞으로 마련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는 변화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장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연합도 논평을 통해 "이제는 가족 공동체 안에서 성평등과 개인존엄을 정착시키자"며 호주제폐지안의 통과를 크게 반겼다. / 김지은 기자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