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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라는 달력의 날짜가 무색하도록 춥고 이른 감이 있지만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또 오랜만에 중간에 쉬는 날이라 가까운 거창을 택했다.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약 한 시간 즈음에 도착한 거창. 거창 시내에 차를 세워놓고 먹을 것을 찾지만… "김밥천국" "김밥나라"만 덩그러니 있고 영 먹을거리가 없다.

찾아가는 길에 어릴 적 타던 말(스프링으로 리어카에 묶여서 위에 타던…)이 보인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물건이기에 옛 생각도 나고 기분도 좋았다. 이런 걸 보다니… 그것만 해도 나들이에 만족할 판이었다..

▲ 오랜만에 만난 어릴적 놀이기구
ⓒ 김동희
밥을 먹고 수승대(授勝臺)로 향했다.

삼국시대에 백제에서 신라로 사신을 보내기 전에 이곳에서 송별해서 수송대(愁送臺)라 불렸다 한다. 그러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그 아름다움을 격찬하며 수승대로 고칠 것을 원해 오늘날 수승대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수승대를 가는 길도 아름다웠고 수승대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예전 조상들이 멋진 자리를 고르는 안목은 요즘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조상들이 벌써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들어가는 초입부터 그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은행나무가 서있었다. 500년 세월 동안 늙어 늙어 멋진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은 아무리 봐도 멋진 거 같다. 아직은 이르지만 조금 후 새순이 돋으면 그 오래된 고목과 새순의 부조화 속의 조화가 얼마나 신기한지 알게 될 것이다.

▲ 오래된 고목이 사람들을 반긴다.
ⓒ 김동희
둑을 건너 내천을 따라 올라가보면 요수정이라는 정자가 보이고 그곳에서 내천 중간에 있는 거북바위를 보면 그 자태가 멋지다. 굽이도는 물길을 옆에 두고 있는 거북바위는 주변의 너럭바위들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 요수정에서 본 거북바위
ⓒ 김동희
거북 바위 위에는 여러 한문들이 새겨져 있다. 근데 한문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언제 이런 것들이 새겨진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곳을 보면 그냥 쭉 사람 이름만 새겨져 있으니….

혹시나 선조들도 그곳에 자기가 있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을까? 우리가 유명 관광지나 음식점에 "** 여기 왔다 갔다." "** love**"을 남기듯 말이다.

▲ 거북바위에 새겨진 글씨
ⓒ 김동희
▲ 거북바위
ⓒ 김동희
옆 산등성이에는 눈썰매장도 있고, 여름에는 야영도 가능하니 물놀이를 오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노곤한 햇살이 비추는 봄, 연두색 새싹이 나오면 거북바위 옆 너럭바위에 앉아 발을 물에 담그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즐기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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