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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첫발을 디딘 후 몇 달만 지나면 중국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 많이 바뀐다. 획일화된 사회주의, 못 사는 나라, 불안한 치안 등등. 이러한 선입견 가운데서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음식점에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먹을거리는 아무 것도 없다. 어떤 곳에서는 물 대신 차를 주는데 그것도 돈을 받는다. 음식을 먹다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 무심코 더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그것은 계산이 되어 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에 철저하다.

시장에 가면 과일을 비롯한 모든 먹을거리는 무게로 달아 판다. 1근(500g)을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물건이 저울에 올려졌을 때 550g이 되면 50g의 돈을 더 받는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물과 전기 그리고 가스 사용료는 아파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는 모든 것을 카드로 충전시켜 쓰도록 한다. 금액이 다하면 물과 전기, 가스는 바로 끊긴다. 돈의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 중국 기차 안 - 경와(硬臥)의 구조
ⓒ 정호갑
교통수단의 경우 기차를 타면 이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기차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기차를 타도 좌석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앉아가는 좌석인 경우에는 경좌(硬座; 자리가 딱딱하다)냐, 연좌(軟座l: 자리가 안락하다)냐, 그리고 침대칸에서는 경와(硬臥)냐, 연와(軟臥)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그래도 이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경와는 3층으로 되어 있고, 연와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 또한 1, 2, 3층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1층이 비싸고 3층이 싸다. 같은 기차, 같은 침대에 누워 가는데도 높이에 따라 다르니 중국은 철저한 자본주의를 생활에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기차뿐만이 아니다. 일반 버스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가는 거리에 따라 버스 요금이 보통 3등분된다. 우리는 지하철의 경우에만 그런데 여기서는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까지 거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가까운 거리는 1위안 그리고 조금 먼 거리는 1.5위안 그리고 먼 거리는 2위안이며, 그 버스가 만약 에어컨을 갖추고 있으면 그 값은 2배이다. 분명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 냄새가 짙게 풍겨온다.

▲ 중국 버스표 - 정거장이 번호로 지정되어 있어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 정호갑
그런데 겨울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서도 다른 버스에 비해 가격을 2배 받는다. 철저히 획일화된 사회주의이다. 이렇듯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고 있어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위축시키기도 한다.

중국에 와서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통질서이다. 가끔 가다가 자전거 전용 도로나 인도로도 차가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역주행하여 오는 차를 보면 정말이지 말문이 막히고 만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단위 아파트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 길을 건너 두 아파트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이 도로에는 신호등도 없고 U턴과 좌우회전이 함부로 이루어져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길을 건널 때는 늘 위험을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이곳에서는 접촉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 건널목까지 가로 막아 놓은 중앙 분리대
ⓒ 정호갑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보니 갑자기 중앙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 차들이 함부로 U턴하고 좌우회전 하는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 설치하여 놓은 것 같다. 한데 횡단보도도 가로막아 이쪽과 저쪽을 완전히 건너다니지 못하게 했다.

500m 넘는 거리를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사람들은 1m가 넘는 그 분리대를 뛰어넘어 다니는데, 오고 가는 차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아찔하다. 아침 출근길 내내 이러한 현상이 계속 되어도 관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획일화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일 하는 사람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다. 그냥 지시에 따라 그대로 움직일 뿐이다. 퇴근길에 보니 횡단보도 부분은 분리대를 터놓았다.

▲ 건널목을 열어 놓은 중앙 분리대
ⓒ 정호갑
지시에 따라 획일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과 생각은 여지없이 무시된다. 이러한 사회는 사람들을 불안케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나의 생활이 그들의 간섭에 의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자기의 삶에 대해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아직 획일화된 사회주의와, 합리화되고 다양한 자본주의의 틈 사이에서 놓여 있다. 외국인으로서 중국 사회의 모습이 예측이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중국도 이미 세계무대로 나섰으니 상식과 예측이 가능한 그리고 합리적인 사회로 바뀌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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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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