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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열두 번째 비평은 김명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편집자 주


국정감사. 대의제에서 국민의 대표들이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견제하는 삼권분립의 한 장치이다. 국민생활 개선을 위한 민생안전과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구태의연한 정략적 색깔론을 치중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분노는 애석하게도 접어야겠다. 마른 미역을 물에 풀듯 한껏 부풀려 색깔론을 재생산하는 언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역사교과서 논란 증폭시키기

조선일보 5일자는 4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교과서 색깔론을 다루며 [701개 고교 '민중사관 교과서' 수업 금성출판사刊, 북한 긍정적 서술…한국은 독재·부패 부각] 기사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민중사관 역사교과서 논란-논란 부른 내용들]에서 그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광복군의 경우는 임시정부 산하이긴 하지만 정규군이었다는 점에서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게 통상적인 교과서 집필방식이다. 그런데 광복군보다 훨씬 더 비중있게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을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균형을 크게 잃은 것"라는 분석이다.

분명 존재했던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 서술은 '편향'된 것이고 이를 무시한 채 구미에 당기는 한쪽만 서술하는 것은 '균형'이라고 우긴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이어 같은 면에 배치된 [민중사관 역사교과서 논란-전문가들 우려 목소리]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보수주의 학자를 선정해 우려의 목소리만 채증하고 있다.

6일자에는 좀 더 준비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중사관 역사교과서 논란'을 기획한 3면에는 [금성판 근·현대사 왜 문제인가-북한은 민족자주적, 남한은 외세의존적 '대비'], [한국경제 서술 비교], [한국전 설명 부분-'김일성' 언급없이 "6·25 시작됐다" 묘사] 등으로 외교, 경제, 한국전쟁 등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나열하며 교과서가 '친북적'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같은 기획이 이어진 4면에서는 [당혹스러운 학부모들-“일부교사 이념교육도 걱정인데 교과서까지…”] 기사를 통해 일부 학부모 의견을 전체 학부모의 우려인양 편향되게 보도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2004년 국정감사 색깔공세야말로 '북은 적'이라는 반공의 굴레에 갇혀 역사적 사실조차 은폐해왔던 분단시대의 뒤틀린 한국 근현대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이다. 또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왔던 게 누구인지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는 10월 5일자에서 국방연구원의 모의분석 보고서와 권철현 의원의 `친북·반미 교과서` 발언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 조선일보 PDF

가능성 희박한 안보위협 부풀리기

조선일보는 5일 [“미군 없이 한국군 단독방어땐” 남침 16일만에 서울 함락”], [‘미군 감축후 북 남침땐…’국방연 분석-한국군 능력으론 북 장거리포 무력화 못시켜], 6일자엔 [“북 장사정포 수도권에 매우 위협”-김종환 합참의장 밝혀], 7일자 ["북, 기습 남침땐 생화학·핵군 사용"] 등의 기사를 통해 안보위협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마치 과거 '서울 불바다론'을 보고 있는 듯하다.

조선일보의 해악 중 하나는 개연성과 가능성의 영역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고 개연성에 매달려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수호를 위해 조선일보가 부르짖던 '시청광장에 인공기가 휘날릴 수 있다'는 상황과 '노동당 입당원서를 길거리에서 받을 것'이라는 상황, 이는 개연성은 있으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서울 16일 함락' 역시 개연성은 있으되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 낮은 가능성을 토대로 안보위기를 조장하여 기본권 통제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오늘밤 집에 가는 길에 바나나 껍질을 밟아 뒤로 넘어져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모를 항상 쓰고 다녀야 한다'면 누가 쓰고 다니겠는가?

개연성은 있되 가능성의 확률은 매운 낮은 데다가 그 낮은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 '항상 안전모를 쓰고 다녀야' 하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가능성 낮은 안보위협을 위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 통제' 대가는 치를 만한 것인가?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안보위협과 색깔공세를 통해 국가보안법 등 개혁과제를 저지시키려는 조선일보의 정치적 목적이다. 북의 위험을 과장하면서 국가보안법 사수 집회를 병렬 배치해 위기감을 조장하는 6일자 1면 보도태도가 그러하다.

8일자 사설 「야당 입 막는다고 안보가 튼튼해지나」에서 "국민이 안보를 걱정하고 국가기밀의 누설을 염려하고 있는 것은 보안법 폐지 밀어붙이기에서 보듯 정권의 중추가 안보문제를 이념적, 정파적 잣대로만 재려고 하고, 간첩혐의로 투옥됐던 사람이 국가방위를 책임진 현역장성을 불러 조사하는 거꾸로 된 세상 때문"이라는 확신이 그러하다.

컬러TV, 컬러프린터, 컬러폰, 컬러링, 컬러렌즈… 이런 '컬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문에도 컬러신문이 있으니, '색깔' 전문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에게 지금 무엇보다 시급히 필요한 것은 '빨간 색칠'의 남용이라는 미술선생님의 따끔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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