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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로템노동조합은 29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도가 스웨덴 도시철도제작회사를 유치하려 하자 국내 같은 업체인 로템(주)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로템노동조합(위원장 전갑주)은 29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자유치사업추진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경남도는 지난 12일 스웨덴 도시철도제작사인 보트니아의 한국법인 노웨이트(주)가 경남에 1억유로(한화 1300억원)를 투자해 철도차량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오는 5월 김태호 도지사가 스웨덴을 방문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로템측이 반발하고 있다. 로템은 대우중, 현대, 한진중의 철도차량사업분야를 통폐합해 1999년 만들어진 회사로, 창원과 의왕에 공장을 두고 있다. 로템은 경전철을 생산해 필리핀과 태국, 터키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로템노동조합 "도지사 치적은 남겠지만 지역기업은 몰락"

로템은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속에 같은 업종의 외국업체가 들어온다고 하자 더 반발이 큰 것이다. 로템의 연간 철도차량생산규모는 1300~1500량이지만, 지난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0량 생산에 그쳤다. 최근 로템 사측은 의왕공장 이전·통합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조만간 노조와 노사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로템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남도는 '경남사랑' '기업사랑'을 천명하면서 향토기업을 죽이려 한다"면서 "이는 도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이며 국책사업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로템노조는 "한국의 노웨이트 법인은 세계적인 경전철 붐을 타고 2001년부터 전국을 돌며 사업설명회만 가졌을 뿐, 경험이 전무한 상태이며 충분한 기술적 검토와 사업의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로템노조는 "김태호 도지사가 스웨덴 철도차량제작업체 유치를 강행한다면 이는 외자유치의 실적 쌓기에만 매몰되어 국익의 손실을 초래하고, 도내 지역기업의 몰락과 종업원의 고용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갑주 위원장은 "외자유치사업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경남도 담당 부서에 여러차례 항의하고 도지사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28일 경남도 관련 부서에서 계속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혀와 기자회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로템 사측에서도 경남도에 대해 외자유치 중단을 촉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경남도에서 사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과 함께 정부, 청와대, 국회, 정당 등에 입장을 전달하고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면서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해 로템에서 생산한 철도차량을 수출하는 길을 터준 것처럼 경남도에서도 로템을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도 "로템노조 입장 발표 관련해 대책 논의 중"

경남도 경제통상국 관계자는 "오늘 로템노조의 입장 발표에 대해 경남도에서 논의를 거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일단 지금까지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오는 5월 김태호 도지사가 스웨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사업 추진에 있어 기존 업체의 의견과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을 거쳤느냐'는 질문에, 그는 "노웨이트측에서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해온 정도로, 이는 법적으로 효력도 없는 단계다"면서 "투자양해각서 등이 체결되면 현황 파악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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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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