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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관련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에게 의무적으로 '전자서명'을 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표현자유 침해'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에 '전자서명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해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인터넷매체 등 언론사와 정당, 선거후보자 홈페이지에 선거관련 댓글이나 의견을 남길 경우 반드시 인증서를 받아 전자서명을 하도록 선거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정개특위의 이번 합의안은 애초 정개협이 도입을 건의한 '인터넷 실명제'보다 강도높은 규제여서 선거를 앞두고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각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전자서명제 도입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선거법 개정안을 무조건 합의한 것으로 나타나 결정 과정조차 안이했던 걸로 확인됐다.

전자서명제는 지난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인터넷에서 본인을 입증할 수 있는 인증서를 통해서만 금융거래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자서명을 이용하려면 네티즌이 직접 은행이나 우체국 등 대행기관에 나가 국가가 정한 인증기관에 신원을 확인하고 인증서를 다운받아 컴퓨터에 저장해야 한다.

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자서명을 사용하고 있는 네티즌은 개인과 법인 모두 합쳐 870만명으로, 전체 네티즌 2400만명의 1/3 수준이다.

@ADTOP@
정개특위, 기술과 내용상 문제점 고려없이 졸속 추진

정치권은 일단 "온라인상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서명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인터넷상 익명으로 부정선거행위를 하고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한 사전 통과 장치가 필요하다"며 "전자서명제 도입은 4당 모두 이견이 없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신기남 의원도 "부정선거를 근절하자는 목적 때문에 전자서명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네티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까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밝혀 정개특위 합의 과정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박주선 의원 역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다만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전자서명제 도입을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개특위가 기술적 가능성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졸속적으로 합의했음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정개특위의 전자서명제 도입이 '개악'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직접 은행이나 관공서에 나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전자서명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또 전자서명제가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민경배(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전자서명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네티즌들에게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라며 "선거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인데, 이를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 교수는 또 "현재 인터넷상에는 수천개의 홈페이지들이 존재하고 있고, 선거 때면 많은 곳에서 정치에 대한 토론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당이나 정치인, 언론사 홈페이지 몇 개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창호 아이뉴스 대표)는 24일 성명을 내고 "인터넷 선거 관련 의견개진에 대한 전자서명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정개특위의 결정은 참여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국가통제 발상으로 전면 철회돼야 한다"면서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 인증은 일부 폐단을 문제삼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정개특위의 '전자서명제 도입 추진'은 이미 4당 합의가 끝남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이 일괄 상정될 경우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전자서명제가 통과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인터넷을 통한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크게 제약되고, 표현의 자유가 규제돼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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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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