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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 파업사태와 관련해 지원투쟁을 나온 여수산단노조원들이 LG칼텍스정유 공장으로 진입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여수 국가산단 내에 위치하고 있는 LG칼텍스 정유 여수공장이 19일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67년 회사 창립이후 37년 만에 처음 벌어지는 일이자, 정유업계 사상 최초다.

지난 18일 국내 정유업계 사상 최초로 LG칼텍스 정유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면 파업 돌입 하루만인 19일 오후 5시 20분경 여수공장 완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날 국내 생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칼텍스 정유의 가동 중지 사태에 따라 연관산업 및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차질도 예상된다.

이에 앞서 LG칼텍스 정유 노사는 18일 오후 6차 교섭 3일째 임금교섭을 가졌지만 끝내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 5일제 실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매출액의 0.01%에 해당하는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3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그동안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었다.

정유업계 최초 전면파업...노사 정면 대치

▲ 19일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 파업사태와 관련해 공장노조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얼굴을 가린 채 단체로 이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노조는 이날 교섭 결렬 선언과 더불어, 오후 6시부터 노조원 1천여명이 참가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곧바로 여수공장의 생산공정을 관리하는 29개 조정실 중 6개 조정실(콘트롤룸)에 노조원을 직접 투입해 자체적인 생산관리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이 직접 생산관리에 들어간 조정실은 RFCC 1팀, 2팀, 방향족 1, 2, 3팀, 동력 2팀 등 여수공장 조정실 총 29개중 6개 조정실이었다. 회사는 노조원들이 장악하지 않은 나머지 23개 조정실에 대해서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운전 중이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생산 공정관리의 안전문제를 들어 19일 오후 1시 30분 경부터 공장내 핵심공정인 RFCC(중질유분해시설) 1, 2팀 등 공정별로 점차 가동을 줄여가, 이날 오후 5시 30분경 회사가 관리하던 공정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회사측은 가동이 완전 멈춰 서기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유공정은 연쇄 공정이기 때문에 중간에 일부가 가동 중단되면 연관공정을 같이 중단해야 하는 사정에 있다"며 "전체 24개 팀중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방향족 공정 등 7개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공정은 핵심공정에 해당하는 것인데, 모두 연관 공정과 연결된 공정이어서 운전상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다른 시설의 보호차원을 위해서라도 가동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직권중재 반발...일부 핵심 조정실 노조 직접 관리

한편, 노조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작업자가 빠져나갈 경우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부서에 대해 안전조치를 위해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하여 관리에 들어갔다"며 "공장 가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설 '점거'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미 사측에 1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 돌입에 대비해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하였으나, 사측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며 "현재까지 일체의 사고나 마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공장 가동이 완전 중지되면서 사태는 급박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공장 가동이 완전 멈춰 서자 노조는 직접 관리하던 6개 조정실에서 모두 빠져나와 이날 밤 늦게 산개 투쟁에 들어갔다.

▲ 19일 LG텍스정유 여수공장 파업사태와 관련해 노조원들이 공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중앙노동위원회는 19일 0시부로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려,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15일간 일체의 쟁의활동을 금지했다. 중앙노동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은 올 들어 처음이다. 그러나 노조는 직권중재 결정에 반발하며 전면파업을 강행했다.

회사측은 19일 조정실 점거등의 이유로 노조간부 2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이며, 경찰은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 공장 정문을 중심으로 병력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공권력 투입 요청...산개투쟁 돌입

회사측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파업과 조정실 점거로 인해 공정 운전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공권력 투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회사측은 "정유 및 석유화학은 화재 및 폭발 사고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특히 여수공장과 같이 공정이 연쇄적으로 연결돼 있는 공장은 사고시 그 파괴력이 다른 공장보다 훨씬 크다"고 공권력 투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장 가동 완전중지와 회사측의 공권력 투입 요청에 따라 노조는 19일 저녁 9시경부터 산개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20일 아침 5시경 마지막까지 공장을 지키던 15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두 공장을 빠져 나옴으로써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회사측은 20일 오전 대책회의를 갖고 이른 시일 내에 공장 재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날부터 재가동에 따른 인력팀을 구성, 본 가동에 대한 사전 준비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본 가동까지는 20여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정유 노조 요구는?

LG칼텍스 정유 노조의 3대 핵심 요구안은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 5일제 실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매출액의 0.01%에 해당하는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노조는 애초 주장하는 5조3교대 대신 4조3교대의 현 교대근무제를 유지하는 대신, 주 40시간 관련 현행 휴가제도 유지 및 110명 정도의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인력충원 대신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 휴가제도는 개정 근로기준법 내용을 준수하되, 조정분은 기본급으로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아울러 정규직 조합원의 절반에 달하는 21개 업체 620여명의 비정규직 중 불법파견 의혹이 있는 110명에 대해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 폭발사고 위험이 빈번하고 발암물질 배출이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된 점을 감안,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일환으로 매출액이 0.01%(년 11억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발전 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지역사회 발전기금 출연 등은 개별 기업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교섭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회사 직권중재만 매달려" VS "사실 호도하고 있다"

19일 노사 양측은 각기 전면파업과 공장 가동 중지라는 초유의 상황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직권중재와 불성실 교섭 등을 들어 회사측을 맹렬히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사측은 시종일관 노조를 무시하는 교섭태도로 파국을 몰고 왔다"며 "주5일제 시행과 관련 이미 다른 사업장에서 부결된 개악안을 받으라는 상식 이하의 주장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SK, 금호타이어, 기아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에서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하고 있다"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사측은 여전히 조합원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착취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아울러 "사측은 문제의 핵심을 왜곡하여 언론에는 노조가 마치 돈 더 달라고 투쟁하고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사측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것은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오로지 직권중재에만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의 태도를 규탄했다.

노조 "돈 더 달라고 투쟁하는 것처럼 몰아" 사측"노조 역선전, 공권력 투입 절실"

공장 가동 중지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도 노사간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오승훈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측에서 핵심 메인 스위치를 내려 가동을 정지시킨 뒤, 노조에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노조를 죽이기 위해 사측이 오히려 무모하고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을 사측에 돌렸다.

반면 회사측은 "노조가 핵심 공정을 중단시켰다"며 "연관 공정시설의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가동을 중지시키게 됐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가 주장하는 회사측의 불성실 교섭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권력 투입을 재차 강조했다. 회사측은 "노조는 단 4번의 교섭만 한 상태에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한 지역사회발전기금, 비정규직 문제를 계속 내세워 불법파업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아울러 "불법파업으로 19일 오후 5시 현재 가동률은 23%로 평상시의 1/4 수준으로 감소됐다"며 "RFCC 등의 공정이 노조측에 의해 중단되면서, 피해액이 400억원에 이르는 등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노조가 모든 정문을 통제하고 있어, 외부와의 출입 차단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공권력이 아니면 내부적으로 통제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아울러 "노조가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피해를 피해 나가기 위해 역선전하고 있다"고 노조에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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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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