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신정아 동국대 교수.
ⓒ 연합뉴스 형민우
멋지다! 신정아. 통쾌하다! 신정아.

광주 비엔날레 최연소 예술 감독에 빛나던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학위가 모두 가짜란다. 캔자스 대학? 다니다 말았다. 졸업도 안 했다. MBA? 경영대학원은 문턱도 안 갔다. 예일대학 박사? 예일대 역시 가지도 않았단다. 그게 끝이란다.

그렇다면? 그는 고졸이다. 고졸의 대학교수다. 고졸의 국제 행사 예술 감독이었다. 미술계에서 잘 나가는 큐레이터였다. 기획상도 받았다(2003년, <월간 미술> 전시기획부문 상). 이렇게 재밌을 수가?

뒤샹이 변기를 갖다 놓고 예술품이라고 말하자 변기가 예술품이 된 것처럼, 그도 종이 나부랭이 하나 보여주며 예일대 박사라고 말하자 박사가 됐다. 교수가 됐다. 국제적인 예술 감독이 됐다.

"나, 예일대 나온 박사야."

이 한 마디에 모두 넘어갔다. 엎드려 모셨다. 물론 그 속에 어떤 '후광'이 옵션으로 딱 달라붙어 있었는지야 모르지만.

그는 미국 유명대 '졸업장'이 곧 말이요 진리임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학계나 미술계에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었다. 졸업장이었다. 가만있어도 모두가 그 이름만 들으면 엎드려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그 광채로 빛나는 아이비리그 졸업장이었다.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 후광에 모두가 눈멀고 귀멀었다. 납작 엎드리고 받들어 모셨다. 그 후광이 혹시 '쌍라이트'가 아니라 인공조명인지 의심하던 대학 이사 하나는 그 날로 잘렸다. 누가 감히 그 빛의 진위를 의심하랴? 누가 감히 아이비리그의 빛에 토를 달랴? '학벌'의 빛은 모든 것을 능가한다.

그가 그걸 증명했다. 또 정확히 이용했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틈새 전략을 폈다. 미술계와 학계의 '학벌'이란 뻥 뚫린 틈을 그가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가 땄다던 MBA가 가짜라는 게 대수냐? 그가 보여준 능력은 MBA 저리 가라다. MBA가 대수냐? 한 번 하면, 고졸도 MBA보다 잘할 수 있다. 그가 보여줬다.

어쨌든 사람들은 이름 하나에 넘어갔다. '예일대'라니까 넘어갔다. 홀딱 넘어갔다. 국내 유수의 미술관이 넘어가고, 대학이 넘어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의혹은 있어도, 검증은 없다. 학벌은 위대하다. 이 외국물 먹은 '간판'은 위대하다. 이 사건은 그가 보여준 한 편의 쇼다. 아니 '예술'이다.

피카소도 말했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이다."

신정아, 그가 한 일이야말로 '예술'이다. '학벌'이란 간판'이나 따지는 미술계의 진실에 대한 퍼포먼스다. 그는 온 몸으로 '예술'했다.

그가 평소 비판했다던 학벌 위주 풍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깟 학위가 별거냐? 고졸이 어때서? 미국 유명대 박사 아니어도 큐레이터 할 수 있다. 대학 강의만 잘한다. 그가 몸소 증명했다. 상도 받았잖나? 그게 그의 능력이 아니라면, 미술계가 이젠 상도 대학 졸업장 보고 준단 소리 아니겠나? 이처럼 기막히게 현실을 풍자하는 멋진 행위예술을 본 적 있나? 난 처음이다. 아니, 처음 같다.

그는 미술계의 황우석이 아니다. 그는 미술계의 서태지다. 음악계에 중졸 서태지가 있다면, 미술계엔 고졸 신정아가 있다.

그를 이제 전시기획자로 부르지 마라. 그야말로 예술가다. 진정한 아티스트다. 이건 단순 '사기'가 아니다. 진짜 예술이다. '학벌'에 목맨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한 편의 '생쇼'다. 미술계와 학계가 총출동한 한 편의 대형쇼다.

멋지다, 신정아. 잘했다, 신정아. 속이 다 시원하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태그:#신정아, #광주 비엔날레, #동국대, #학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