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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구 교수가 지난 6일 수원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언론문화교실에서 <한국의 언론을 말한다>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 이철우
"<조선일보> 등 주류언론은 '6·25는 불법침략전쟁인데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은 용납이 안 된다'고 이번 필화사건을 일으켰다. 전쟁주체와 시기에 따라 다양한 전쟁성격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침략전쟁' 단 한 가지만 진리로 허용하는 것은 파시즘과 전체주의일 뿐이다." - 강정구 교수

경기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수원 기독교여자청년회(YWCA) 공동주최로 지난 6일 저녁, 수원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언론문화교실 강연에서 강정구 교수는 "민주주의 기본인 다양성을 부정하고,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없는 것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류언론"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은 통일이고, 베트남은 통일이 아닌가?

강정구 교수는 <한국의 언론을 말한다!>는 주제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서 "학문 결과는 개인의지가 아닌 자료와 방법론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찬양·고무·이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며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면 범죄시하고, 북측에 대해서만 이적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학문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몰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조선일보> 등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6·25는 북측 지도부가 벌인 통일전쟁'이라는 결론은 북이 먼저 침공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오히려 북의 공식주장에 이적행위를 하고, 남측 주장을 고무·찬양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일보> 등이 말하는 '통일'이란 개념은 남측이 북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체제를 세우는 것일 뿐"이라며 "이들의 주장대로면 사회주의 체제로 통일한 베트남은 통일이 아니고 독일만 통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에 이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 주류언론, 자발적 사대주의

그는 또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류언론들이 미국에 대해서 '자발적 사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프란츠 파농의 말을 빌어 "'식민지 지배를 너무 오래 받아 식민지배 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식민화된 무의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군이 효순이·미선이를 죽이고 반환기지 환경오염비용도 내지 않으려 하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데도 '반미'여론을 대통령이 나서 우려하고, 언론이 막아나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 언론이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침탈, 중국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한 반일 반중 시위는 오히려 부추기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만은 '예외주의'로 일관하고 있으며, '필화사건'도 거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냉전성역 허물기 지식인이 앞장서야

강정구 교수는 "6·25전후 민간인학살을 전부 '빨갱이 짓'으로 생각하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이 사회의 상식"이라며 "그러나 남북 서로 잘못이 많은데 꼭 북측만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상식과는 다르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자 100만 명 중 약80만에 이르는 학살은 미군과 남한 군·경들이 저지른 것이다"며 "그들이 말하는 상호주의에 따라도 '인민군 포로'와 '납남자'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데 언론은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회는 냉전 60년 동안 허구에 가득 찬 '냉전성역'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기초해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어 다른 얘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며 "'냉전성역 허물기'라는 학문연구가 '선전·선동'이라는 지적은 오히려 학문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남북 간 진정한 화해·협력을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과학적 지식에 기반 해 허구인 '냉전성역' 허물기에 나서야 한다"며 "정책과 인식, 냉전 문화, 심성 등이 탈냉전으로 바뀌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평화통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체·시기에 따라 전쟁성격은 다르다

그는 또 '전쟁성격은 전쟁주체의 목적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유엔이 50년 10월 7일 미군의 '북진'을 사후 승인하여 한반도 전역(북 포함)에 평화회복과 '통일독립정부 수립'을 목표로 했다"며 "당시 유엔결의안이 '3·8선 이북 진군을 허용한 것'을 근거로 미국은 지금도 '북 유사시 군 투입'을 설정한 작전계획 5029-05 등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6·25전쟁 참전에 대해서도 "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중국은 미국 측에 계속 3·8선을 넘으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군이 유엔승인 없이 10월 1일 3·8선을 넘어 23일 평양이 함락되자 '항미원조보가위국(抗米援朝保家衛國)'을 기치로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51년 7월 이후부터는 한반도에서 완전한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남·북과 달리 이들에게는 분단고착화 전쟁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의 전쟁성격에 대한 주장은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며 이미 여러 논문에서 "전쟁목적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분단고착화전쟁부터 통일전쟁, 계급혁명전쟁, 반제민족해방전쟁 등 다양한 성격을 띤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강연은 경기문화재단의 공모지원사업으로 후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강정구 교수의 강연이 잡히자 '사업변경 내용이 당초 사업취지와 어긋난다'고 승인불허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경기 민언련은 "강사와 강의제목을 빌미로 사업승인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납득할 수 없다"며 "경기문화재단 건물에 입주해 있는 <조선일보 경기본부>의 문제제기로 인한 승인불허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날 오전 규탄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다.

경기 민언련은 "그동안 인권영화제나 언론문화교실을 열 때 '안티조선'내용과 '안티조선 판넬 전시'에 대한 이의 제기로 사업내용을 변경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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