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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 논두렁에는 하얀 삐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하늘거린다.
ⓒ 조찬현
죽림 삼거리를 지나 새여순로를 내달려 전남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3구 복촌 마을로 향했다. 티롤레스토랑 앞에서 바닷가 해넘이 길로 들어서면 복촌 마을이다. 길가 논두렁에는 하얀 삐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하늘거린다. 산과 들에 자라는 가시 나물인 자주색 엉겅퀴 꽃도 예쁘게 피었다.

현충일이기도 한 6월 6일은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만큼 바쁜 망종이다.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 베기와 모내기를 하는 시기다. 들녘에는 농부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바닷가에 쌓아둔 대나무 무더기 옆에는 엉겅퀴와 비슷한 지칭개 꽃이 피어있다. 대부분의 꽃망울은 꽃잎이 진 채 흔들리고 있다.

▲ 바닷가에 쌓아둔 대나무 무더기 옆에는 엉겅퀴와 비슷한 지칭개 꽃이 피어있다.
ⓒ 조찬현
'들물'일까? '날물'일까? 알 수가 없다. 언뜻 구분이 가질 않는다. 바닷가로 다가갔다. 파도는 고개를 치켜들고 다가온다. 바다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처럼 느낀 것은 바람이 바닷물을 뭍으로 밀어낸 탓이다. 수많은 물고기 떼를 앞세운 듯 파도는 고개를 들고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다. 물결과 물결을 만들며 가고 있다.

바닷물은 쉼 없이 맴돌면서 망망대해를 향해간다. 보드라운 바다의 속살이 드러났다. 개펄에는 고둥이 슬금슬금 선을 그으며 기어간다. 게고둥은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뭘까? 개펄 여기저기서 하얀 물줄기를 찍∼하늘로 쏘아 올린다. 바닷물이 빠지자 갯가에는 조그마한 S자 물길이 앙증맞게 드러난다.

▲ 바닷물이 빠지자 갯가에는 조그마한 S자 물길이 앙증맞게 드러난다.
ⓒ 조찬현
▲ 따개비
ⓒ 조찬현
복천마을 앞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정민택(11·소호초4) 어린이는 대막대기로 야구를 한다. 돌멩이를 주워 하늘 높이 올려 바다를 향해 힘껏 때린다. 정정님(13·소라초사곡분교장6) 어린이는 동네 동생들과 함께 돌을 치며 야구놀이를 하고 논다.

정채경(11·소라초사곡분교장4)이네 집 처마 밑에는 제비가 집을 지었다. 제비는 알을 품은 듯 둥지를 떠나질 않는다. 집안 마당으로 들어서자 제비집이 세 개나 더 있다. 가운데에 있는 올해 지은 제비집에는 제비새끼 4마리가 노란 부리를 내밀며 먹이를 찾고 있다.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른다.

▲ 제비새끼 4마리가 노란 부리를 내밀며 먹이를 찾고 있다.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른다.
ⓒ 조찬현
해가 넘어간다. 아니 그대로 멈춰 섰다. 보름달을 닮은 둥근 해가 서쪽 하늘에 멈춰서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들도 멈췄다. 복촌마을 아이들도 해넘이를 본다. 아이들은 지는 해를 보고 보름달을 닮았다고 한다. 머리 위에는 반달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본다.

▲ 복촌마을의 해넘이 풍경
ⓒ 조찬현
▲ 자전거와 아이들
ⓒ 조찬현
▲ 해가 진다. 복촌마을 아이들도 해넘이를 본다.
ⓒ 조찬현
'철썩∼ 철썩∼' 파도는 방파제를 때린다. 제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도 모른 채. 파도는 자꾸만 하얀 아픔으로 부서져 내린다. 포장마차와 방파제에는 주객들이 노을 빛으로 물들어간다.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붉은빛이 짙어진다.

해넘이를 구경나온 사람들과 하루 일과를 마친 동네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잔 술에 세상 시름을 날려보내고 있다. 갯일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방파제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문득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둠에 쌓인 개펄에는 이름 모를 바닷새가 먹이를 먹고 있다. 동네에 사는 정명석(57)씨에게 무슨 새냐고 물으니 아마도 오리 종류일거라고 한다. 정씨는 술을 많이 먹고, 또 다음날도 술을 먹는 주객을 오리창자라고 한단다. 그만큼 속이 좋다는 이야기란다.

오리는 바지락과 꼬막 등의 어패류를 까먹지 않고 그대로 삼킨다고 한다. 껍질까지 다 소화해 낸단다. 그래서 오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조개껍질이 하나도 없다. 어두워지자 왜가리가 하나둘 날아든다. 바다 위를 한 바퀴 날아서 선회비행을 한 다음 개펄 위에 내려앉는다.

▲ 여수시 소라면 사곡3구 복촌마을의 해넘이
ⓒ 조찬현
▲ 낚싯대가 흔들린다. 줄을 당기자 백조기 두 마리가 올라온다.
ⓒ 조찬현
복촌 마을을 지나 조금 가자 방파제가 또 나온다. 그곳에서 낚시를 나온 가족을 만났다. 방파제 둑에서 식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낚싯대가 흔들린다. 줄을 당기자 백조기 두 마리가 올라온다. 바다는 어둠에 잠기고 바람은 점점 거칠어진다. 뒤척이는 어선과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순천IC - 여수 방면 - 율촌 - 상봉 - 사곡리3구 복촌마을 (티롤레스토랑건너 해넘이길)

여수 시청 - 죽림 삼거리 - 현천 마을 - 풍류 삼거리 - 신흥마을 - 장척마을, 진모마을 - 사곡리3구 복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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