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대체 : 오후 4시] 중학교 20%, 고등학교 50%, 대학교 85%가 사립학교이다. 이렇게 사학의 비율이 높은 것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그만큼 사학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들 중 기독교계 373개, 가톨릭계 27개, 불교계 55개, 원불교계 12개, 기타 23개 등 490여 개로 초중등, 대학을 가리지 않고 종교를 건학 이념으로 하는 종교 사학이 전체의 25%에 이른다. 낮은 재정 자립도와 더불어 유례 없이 많은 사학, 보통 교육과정에서의 유례없이 많은 종교학교 등이 우리 사학의 특이한 성격이다.

종교 사학들 앞장서 폐교 선언

서울 울산 대구 광주 등의 사립중고등학교들이 집단적으로 신입생 배정 거부를 선언했다. 더불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고 등록금은 3배로 높여 받겠다고 선언했다. 폐교하면 당연히 학교도 없고 학생도 없는데 등록금을 3배로 인상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스스로 폐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교육자라는 사학재단 이사장들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며 폐교 운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 폐교 막말 대열에 종교계가 앞장 서고 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종교인들의 사학법 개정 반대는 일부 지도층의 목소리일 뿐 일반 신자들은 법 개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히 종교학교 교사들은 법 개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종교 사학이라고 부정부패와 분규 없었을까

사학법 개정의 가장 큰 명분은 사학의 부정부패와 비민주적 운영이었다. 한 명의 비리로 인해 너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 사학비리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과연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학교들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

물론 모든 종교사학이 부패사학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종교 사학은 부정과 분규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 이후 크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대표적 사례 몇 가지만 살펴보자.

○ 천문학적 재정비리 인천 K여대 사건 = 2001년 인천 K여대 학생회와 교수회의 자료에 의하면 이 대학에 분규가 일어났던 시절, 재단과 학교 측의 재정 비리 액수가 100억원이 넘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에는 등록되어 있지만 학교에는 근무하지 않는 유령교수가 있었는가 하면 재직 교수보다 퇴직 교수가 더 많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교권 탄압이 극심했다.

결국 이런 재정 비리와 분규로 인하여 이사 승인이 취소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재단 복귀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리 재단'을 쫓아내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소송까지 내었다.

○ 지역 사회와의 갈등까지 몰고 온 포항 H대학 사태 = 2001년 이 대학은 교육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150여억원의 불법 차입 및 부당 전출과 5000만원에 이르는 교비를 개인 변호사 선임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총장과 부총장이 모두 구속되는 등 분규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 조 목사가 이사장이고 부인이 총장이던 경기도 H대학의 분규 =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모 목사가 이사장이었고, 그의 부인인 김모씨가 총장이던 경기도의 H대 역시 분규로 몸살을 앓았다. 이 대학은 분규로 인하여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무허가 목회학 석사과정을 5년 이상 운영해 31억원의 등록금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총장이 징계와 함께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04년에는 교육부 정식 인가 없이 미국 대학 서울 분교를 5년간 불법으로 설립·운영해 검찰에 기소되었다.

○ 종교 사학 분규의 대표적 사례 대전 M대학 = 정년이 지난 학장을 해임한 것을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 극심한 분쟁이 일어나 이사장을 비롯한 11명의 이사를 해임요청하고 총장이 직무 정지되는 등 학교의 주도권을 놓고 극심한 분쟁을 겪었다. 이런 이사회의 주도권 싸움은 결국 검찰의 개입을 불러왔고 컨벤션센터 인수 과정과 학사 리모델링 공사, 교비 유용 등 비리의혹에 대해서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져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끼리 몸싸움이 벌어져 다치기까지 하는 불행한 사태가 계속되었다.

○ YH 재단의 교복비 횡령과 내부 고발자 살인사건 = 2000년부터 이 학교에서는 법인 이사장과 그의 아들이 학생들의 급식비, 교복비를 횡령해 아버지는 구속되고 아들 역시 기소되는 비리가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내부 고발자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정부보조금을 떼어 먹고 급식업자 돈까지 부정하게 받은 것이 드러나 3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비리 내용을 고발한 재단의 재산관리인이 다음 해에 잔인하게 살인을 당했다. 유족들은 내부 고발에 대한 앙심을 품은 청부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범인들이 살인을 해 주고 그 댓가로 돈을 요구할 생각으로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부살인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사학 재단의 부정을 밝힌 내부 고발자가 살해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 사상 초유 폐교사태 불러온 충남 J여중고 사건 = 충남 서천의 J여중고에서는 재단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을 아무 절차도 없이 섬에 있는 학교로 전보하면서 분규가 시작됐다. 부당 전보에 저항한 3명의 교사들이 파면당하고 이에 항의하는 교사 10여명이 또 다시 학교에서 쫓겨났다. 급기야 교사들을 지지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재단의 일방적 파면은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판결나고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왔지만 결국 학교가 폐교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한 사람의 비민주적 운영으로 인해 재학생들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영원히 자신의 모교를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 서울 I자동차고의 신입생 모집 중지사태 = I자동차고는 재단이 일방적으로 교사들을 1년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후 시험지 인쇄 거부, 학생 진급 거부로 이어졌고 결국 17명의 교사 중 10명을 해고하는 초유의 집단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재단은 심지어 학교 폐교까지 언급하더니 급기야 2005년 신입생 모집 중단을 선언했고 실제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다. 극심한 분규를 겪다가 천신만고 끝에 당시 이사진들이 물러나면서 폐교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지금 학교에는 1학년생들이 없고 2학년 이상 학생들은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 수업거부 불러온 의정부 Y고 사건 = 2004년 경기도 의정부 Y고는 전직 학교장의 횡령 의혹으로 교사들이 교장의 퇴임을 주장하고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감 등은 교장의 공금 횡령 등의 의혹을 제기했고 교장은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을 업무방해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엄연히 법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인사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았다. 6개월짜리 교장 선임을 둘러싼 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경기도 평택 H고의 회계장부 소각 사건 = 2005년 경기도 평택의 H중고는 국정감사에서 학생 규모와 예결산 지출 내용 등이 완전히 다른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회계장부가 1원 단위까지 똑같은 이른바 '쌍둥이 회계장부'로 회계부정 의혹을 일으켰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회계 관련 자료를 소각시켜 버려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고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장 홍모씨는 교사 경력을 조작하여 교장으로 임명되었다가 교장 임명이 취소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물러났던 교장은 재단에 의해서 또 다시 교장 직무대리로 임명되어 학교로 당당하게 돌아왔다. 이런 회계와 인사 문제에 대해서 교사들은 200일이 넘도록 학교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 성적조작 비리로 물의 일으킨 종교사학들 = 2005년의 사학비리는 성적 조작 문제로 시작했다. 서울의 B고에서는 현직 검사가 자기 아들의 시험 성적을 학교측과 조직적으로 관리하다가 들통이 나 망신을 당했다.

또 M고에서는 검찰 조사 결과 '성적 조작할래? 사직서 쓸래?'를 강요한 학교 측에 의해 성적조작과 상장 장사까지 이루어졌다. 이 사건으로 교장은 잠시 물러났지만 교장 경력을 허위로 조작하여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고 학교 복귀를 준비하다가 최근 다시 성적 조작이 문제가 되자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 성적 조작 당사자였던 교무부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도의 또 다른 사립학교에 가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라는 S대는 입학처장이 교수들과 짜고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미리 빼내 처장의 아들이 유일하게 만점 합격한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이 학교는 아무 문제없다고 우기다가 총장 이하 모든 보직 교수가 사퇴서를 제출하는 망신을 당했다.

그런데 이런 성적 조작 비리와 연루된 세 학교의 공통점이 우연하게도 모두 종교학교들이다.

종교 사학의 폐교 선언, 아름답지 못하다

어느 사회나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교육자와 성직자이다. 그래서 종교사학은 비리나 비민주적 학교 운영에 민감해야 한다. 그래서 사학법을 둘러싸고 현재 일부 종교계에서 폐교 운운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교육적이지도 않고, 종교적이지도 않다.

분명히 모든 종교사학이 비리사학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사학이라고 해서 부정과 비민주적 운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교육계의 부정부패는 다른 분야의 부정부패보다 엄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종교사학의 부정과 비민주적 운영은 훨씬 더 가혹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자와 종교인의 숙명이다.

국민들은 사학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억울하겠지만 이유가 있다. 속이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다. 종교계는 종교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세균의 99%는 단지 햇볕에 말리기만 해도 죽는다'는 과학적 진리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사학의 부정부패와 비민주적 운영에 대해 국민들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는 투명성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99%는 해소된다.

그래서 개방형 이사가 필요한 것이고 예결산의 공개가 필요하고 이사회의 공개가 필요하고 신임 교원의 공개 채용이 필요한 것이다. 참여와 공개가 민주화의 기본인 것은 종교를 떠나서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것이 곧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바라는 사학법 개정이다. 억울하다고 하면서 모든 것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억울함을 벗는 지름길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 진정한 종교의 모습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김행수 기자는 사립고등학교 교사이며 현재는 사립학교법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