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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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 시절을 공유했던 두 친구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국 남성이라면 한 번씩 거쳐야 하는 군대 문화의 음지를 조명하는 영화다.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세계,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두가 획일화된 가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조직. 영화는 제도와 권위 속에 감춰진 폭력성과 그 앞에 유린되는 인권에 대한 문제를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쫓아간다. 초보 감독의 연출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짜임새 있는 플롯과 인물의 감정선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군대라는 소재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워낙 민감하다보니,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평가도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대체적으로 윤종빈 감독의 참신한 실험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다듬어지지 않은 감성으로 만든 영화가 군대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상존하고 있다. "너무 높은 평가를 받아서 앞으로가 겁난다" 폐막 기자회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윤종빈 감독은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풋풋한 청년이었다.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반영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전도유망한 청년은, 문제작을 만들어낸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줍어 하는 모습으로 대화에 임했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몰려든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윤종빈 감독이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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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 기간 동안 <용서받지 못한 자>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는데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오히려 겁이 난다. 다음에 만일 이상한 영화를 잘못 만들어서 가져왔다가 욕이나 먹지 않을지(웃음) 높아진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이 돼서 두렵다." - 이 영화가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폭넓게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03년 11월에 제대하고 나서 곧장 이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다. 2004년 6월부터 작품을 시작해서 올해 1월까지 촬영했다. 이 영화에는 내 스스로가 군대에서 느꼈던 자전적인 체험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개개인의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나 작품의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 공감을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남자분들도 많이 지지를 해주셨지만, 특히 이 영화에 여자분들이 의외로 많이 좋게 봐주셨다고 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 영화 속에서 군대가 한국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동기는? "저는 이 영화가 반드시 군대라는 집단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고, 영화에서 무조건 군대를 비판하려는 의도도 아니었다. 다만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제도와 집단, 서열주의가 개인을 억압하는 부조리, 획일화된 남성성을 강조 같은 권위적인 사회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 영화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대부분 배우 2세였다 "그런 부분을 일부러 따로 생각한 건 아닌데(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위해 배우들을 모아놓고 보니 나중에야 주위에서 이 사람들이 모두 배우 2세라고 알려줘서 그때야 인식하게 됐다.(웃음)" - 본인이 연출을 한데 있어서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글쎄 (잠시 생각하다가)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 남자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특정한 면만을 부각시키는 좀 일방적인 인식이 있다고 본다. 저는 제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대로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인물이 어떤 개성적인 한 면만이 아니라 입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의 성과에 대한 기쁨보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 더 커서 "겁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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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던 친구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순수했던 모습이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시나리오 작업중인데, 아마 이번 영화에서도 개인적인 경험담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 영화에서 직접 연기를 하는 문제는, 작품에 따라서 상황에 맞는 배역이 있으면 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부산에서의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앞으로 주류 영화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제의같은 것도 들어올 것 같은데 "일단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주셔서 다음 작품에서 실망을 안겨드리지나 않을까 부담되는 게 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상업적인 작품이건, 아니면 다른 어떤 작품이건 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관객들과 제가 서로 진솔하게 소통할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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